"블록체인으로 고객에게 혜택을 줄 것" 신현성 테라 대표
[IT동아 강형석 기자]
"실생활에서 블록체인과 만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수백조 원에 달하는 비용과 많은 인재가 뛰어들었는데 이런 상황이라는 것이 안타까워요. 우리는 실생활에 잘 침투되어 블록체인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돈의 흐름은 자유로우면서 사용에 스트레스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기자가 만난 신현성 대표는 자사의 청사진을 언급하며 이처럼 말했다. 티켓몬스터 창립자 겸 의장인 그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 기업, 테라(Terra)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테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시스템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공한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에 필요한 인프라 중 핵심이 될 메인넷(Mainnet)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의 언급처럼 실제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활동 중이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는 곳은 몇 안 된다. 규제나 인식 등 국내 환경도 영향은 있겠으나, 장밋빛 미래만 이야기 하면서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목표만 제시하는 기업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테라는 조금 달랐다. 빠르게 여러 기업을 모아 생태계(테라 연합) 구축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모은 동료가 배달의 민족, 큐텐(Qoo10), 캐러셀, 티키, 포멜로, 엘시아 등 약 15개 기업에 달한다. 이들은 서로 모바일 결제 및 화폐·포인트 교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어디서든 동일한 가치로 활용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약 20여 곳에 달하는 대형 플랫폼이 테라와 연계될 예정이다.
블록체인이라고 특별한 지식을 요할 필요가 없다
신 대표가 테라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지난 2017년 12월 경이라고 한다. 그 때는 비트코인이 정점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굳이 블록체인을 개발할 이유가 있었을까? 그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창업 아이템을 보면 다른 나라 어디선가 하던 것을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해요. 물론, 이것을 잘 흉내 내 서비스하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만 저는 우리가 답을 써나가는 아이템을 개발해 보고 싶었어요. 이제 한국에서 시작해 글로벌로 카피되는 것이 나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은 한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많은 서비스가 국내에서 개발되어도 강자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 신현성 대표의 설명. 시장 크기도 작고, 성공 사례가 나타나면 여러 기업이 달려들어 경쟁이 심화하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테라는 철저한 준비 속에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5월에는 티켓몬스터 내에 결제 서비스가 연결되며, 이후 매월 1~2개씩 타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연계해 나갈 예정이다.
여러 플랫폼에 사용되는데 혹시 활용하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테라는 스마트 기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카카오 페이나 토스처럼 보유 계좌를 연결해 쓰는 구조를 취한다고.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다. 일반 간편결제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테라의 철학은 블록체인이라서 특별한 지식이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것은 다 제거하고 간편하게 만들어 기존 서비스처럼 활용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라고 해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고, 여러 기능을 넣고 싶어 한다. 이것이 독이 될 때가 있는데 테라는 그 욕심을 버렸다. 실제 애플리케이션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는 서비스가 시작되는 시점에 알 수 있겠지만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장이 요구하는 조건은 사실 매우 높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테라와 루나가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라는 점이다. 여러 요인에 따라 가치가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는 타 코인(토큰)과 달리 테라의 가치는 유지(루나는 제외)된다. 수요가 많을 때는 각각의 통화량을 늘리고, 반대일 때는 이를 축소시킨다. 상황에 따라 탄력 운영하면서 가격을 유지하는 구조인 것이다.
"포인트나 적립금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암호화폐 시스템에서는 이들이 거래되면서 수요에 따라 가격이 흔들릴 수 있죠.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탄력적으로 통화량을 운영하면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일반 경제와 비슷한 형태라 보시면 됩니다."
신 대표는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이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과정에서 수요가 증가하면 암호화폐(코인)의 가격은 자연스레 상승하게 된다. 테라는 이를 감지함과 동시에 통화량을 늘리고, 할인이나 적립에 재투자해 고객이 더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쓴다.
그렇다면 참여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수익이 배분되는 것일까? 설명에 따르면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소정의 수수료를 과금하는데 이것이 루나 홀더에게 리워드 형태로 지급하게 된다고. 루나의 역할은 테라의 결제를 인증해 주는 것이며, 인증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 권한을 가지려면 이를 획득(혹은 구매)해야 된다. 완전한 결제 인증(트랜잭션)에 대한 대가인 셈이다. 시장 가치가 축소되고 있을 때에는 루나를 일시적으로 추가 발행한 다음, 그 가치로 테라를 사들여 소각하는 구조로 운영된다고 한다.
이렇게 운영되는 것은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의 차이점 중 하나다. 신현성 대표는 보편화된 크립토가 생기려면 무조건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봤다.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은 현금을 구매해 이를 암호화폐로 쓰는 형태를 취하지만 이렇게 하면 현금보다 못한 현금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앱이나 신용카드로 거래하고 생활하는데 굳이 암호화폐로 만들어 거래할 필요가 없죠. 많은 암호화폐 개발자는 ‘만들면 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고객에게 분명한 메리트가 있어야 움직이는데 그 허들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우리는 ‘결제할 때마다 5~10% 계속 할인해 주지 않으면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가정하고 만들었어요."
테라가 탄탄한 이유는 시장 침투 전략(고투마켓) 전략이 없는 타 프로젝트와 달리 실제 운영 중인 기업을 중심으로 한 연합(얼라이언스)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플랫폼이라도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단추가 될 것이라고.
거래를 자유롭게 하리라
테라의 목표는 간단하다. 거래를 자유롭게 하는 것.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최대한 줄여 소비자와 플랫폼 사업자 모두 웃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할인과 결제 서비스 등으로 모은 사용자를 바탕으로 송금·해외환전·대출 등 금융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알리페이의 예를 들었다.
"알리페이는 전자상거래 결제 수단으로 출발해 많은 고객을 모은 후, 세계적인 디지털 은행으로 발전했어요. 우리도 그렇게 되고자 합니다. 흔히 보는 핀테크는 간단히 기존 은행과 화폐 위에 애플리케이션 단계를 씌운 것이죠. 기존 기능을 편하게 만든 형태입니다. 우리는 그 밑단까지 개혁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람들이 테라를 통해 송금하고 대출을 받고 투자하면 테라에 대한 수요가 점점 오를 겁니다. 우리는 더 많이 쓰이게끔 하자는 목적으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펼칠 예정이에요."
앞으로 돈의 흐름이 자유롭고 스트레스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신현성 대표.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향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기대가 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