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원동력은 기술이 아니라 '기업문화'다 - 레드햇 오픈 이노베이션 랩
[IT동아 이상우 기자] 모바일,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의 접점 역시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은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에 빠르게 대응하고,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업무 환경이나 비즈니스 모델, 소비자 접점 관리 등을 디지털화 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나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 디지털 방식을 업무에 적용하기만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우며, 특히 경영진과 IT 부서 사이에서 느끼는 도입 필요성이나 현재 자사의 IT 수준 등에 차이가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이뤄야 하는지 막막한 경우도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2018년 7월, 734명의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5%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올바른 기술, 프로세스, 문화를 조합하는 등 기반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들은 기업 문화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장애물이라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으며(응답자 중 55%, 중복응답), 기술을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0%로 나타났다.
실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두 기업은 업무 공유 등의 협업, 작은 단위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고 도전하는 적응력, 여러 이해당사자와 정보를 공유하는 투명성,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포용성 등이 전체 응답자 평균과 비교해 높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루는 과정에서 기업의 기존 문화나 프로세스를 장애물로 생각하는 비중이 높은 반면, 기술이 장애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하버드비즈니스리뷰 애널리틱 서비스, 18년 7월)>
다니엘 핸드(Daniel Hand) 레드햇 아태지역 이머징 테크놀러지 프랙티스 부문 이사는,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역시 중요하지만, 이보다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것이 먼저다. IT 팀과 경영진은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무엇인지 공동의 이해를 우선 구축해야 하며, 다음으로 조직의 전략적인 목표를 확인하고 각 부서간의 협력 기회를 찾아야 하며, 이러한 변혁 과정이 차근히 진척되고 있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입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드햇 다니엘 핸드 이사>
아시아에서는 6번째로 한국에서 문을 여는 '레드햇 오픈 이노베이션 랩'은 이러한 과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기업이 레드햇 전문가와 함께 협력해 인력, 구축 및 운영 방법론, 기술 등을 통합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앞당기고 기업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니엘 핸드 이사는 "오픈 이노베이션 랩은 짧게는 5일 과정의 디자인 스프린트부터 길게는 5주에서 12주에 걸친 레지던시 프로그램까지 기업에 맞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업의 현재 상태에서 낼 수 있는 최대 성과를 마일스톤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했는지 단계적으로 점검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당면한 과제가 경쟁사와 비교해 애플리케이션을 내놓는 속도가 느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으면, 향후 자사의 애플리케이션 출시 속도를 하나의 평가 지침으로 삼을 수 있다.
아이디어 발굴과 프로토타입 제작 등의 단기 프로젝트부터 구체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랩에서 어떤 것들이 이뤄질까? 아이디어 발굴과 프로토타입 제작 등이 주로 이뤄지는 디자인 스프린트는 5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이뤄지는 프로젝트로, 기업과 협력해 이들이 개발하고자 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실제 개발됐을 경우 성공 가능성을 사전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확답할 수 없는 신제품에 수 개월의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5일 정도의 기간만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확답을 내릴 수 있어 과도한 비용 투자 없이도 성공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싱가폴 레드햇 오픈 이노베이션 랩 전경>
호주 헤리티지 뱅크는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 도입 전, 디자인 스프린트를 통해 가능성을 시험한 사례다. 헤리티지 뱅크는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자사의 서비스로 유도하고 동시에 재정적인 측면에서 교육을 시킬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5일간 디자인 스프린트를 도입했다.
1일차는 현재 당면한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달성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한 공간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다. 두 번째 날에는 프로토타입을 어떤 식으로 제작할지 결정했으며, 세 번째 날에는 여러 개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이 중 가장 유망한 프로토타입을 골라 사용자가 실제 사용해볼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네 번째 날에는 목표 소비자를 대상으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했으며 마지막 날에는 결과를 상부에 보고하고, 실제 제작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월요일에 회의를 시작해 금요일에 실제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한 셈이다.
140년 전통을 가진 일본 후쿠오카 금융그룹은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레드햇 오픈 이노베이션 랩을 도입한 사례다. 후쿠오카 금융그룹은 디지털 전략 부서(Digital Strategy Division)를 설치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핀테크 서비스 제공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발 빠른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함으로써 디지털 혁신을 강화했다. 그 외에도 유니세프, Motability Operations, Optum 등과 같은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레드햇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달성해 개방형 문화를 비롯해 애자일한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디자인 스프린트가 단거리 달리기라면, 랩 레지던시는 장거리 경주에 해당한다. 짧게는 5주에서 길게는 12주까지 레드햇과 기업이 협력해 비즈니스 가능성을 검증하고, 유효한 해결책을 만드는 과정이다. 기업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개발자와 운영자 사이의 소통 및 협업을 강조하는 데브옵스(DevOps)나 유연한 업무 방법론인 애자일(Agile) 프로세스를 전수하는 등 전체 프로젝트 기간 중 기술 지원과 함께 향후 기업 스스로 이러한 프로젝트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작업도 병행하게 된다.
<레드햇 오픈이노베이션 랩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룰 수 있도록 기업의 문화를 바꾸는 방식을 전수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최근 대기업이 스타트업 방식을 학습하고, 스타트업의 장점인 빠른 체질개선을 배우는 등 이들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업무 방식이나 기술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화적 초기 충격을 줄일 수 있으며, 향후에는 다양한 배경지식을 갖춘 부서가 긴밀히 협력하는 등 문제 발견부터 해결까지 이르는 일련의 혁신 과정을 빠른 사이클로 해낼 수 있게 된다.
레드햇은 기업 문화를 전반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실용 위주의 트레이닝을 별도로 진행한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관련 사전 지식이나 능동적인 참여 습관을 학습할 경우 실제 프로젝트 진행 시 더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짧은 기간의 훈련을 진행하고, 이를 수료한 기업은 즉시 오픈 이노베이션 랩 프로젝트에 즉시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또한, 레드햇은 이 같은 업무 문화 개선 전수뿐만 아니라 '오픈 프랙티스 라이브러리'를 통해 여러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기업 소비자가 더 많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향후에는 레드햇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기업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역할까지 한다. '랩(연구실)'이라는 이름처럼 실제 공간이 해외에 있기도 하지만, 레드햇이 기업을 직접 방문해 기업 내부에서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가 많다. 또한 단순히 기업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제작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각 부서별 담당자가 직접 참여해 현재 문제를 파악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기업이 문화적, 기술적 차원에서 새로운 프로세스에 적응할 수 있도록 'DO500 DevOps Culture and Practice Enablement'과 같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레드햇은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 랩의 과정을 '레드햇의 DNA를 고객 기업에게 이식하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레드햇은 오픈소스 기업으로, 열린 조직을 지향하고 있으며, 조직 내에 고립된 부서가 없다. 이를 통해 협업은 물론, 민첩성과 빠른 혁신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집중한다. 기업의 DNA라는 것은 결국 기존에 없는 역량을 발굴하고 기존 역량을 강화하는 등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일하는 사람과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실제 도입 성과는 어떨까? 레드햇이 포레스터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개발자는 각 애플리케이션을 기획, 문서화, 설계 등에 소요하는 시간을 80% 이상 줄였다. 오픈 이노베이션 랩을 통해 서로 협력 하에 통합 기획 프로세스를 도입한 이후, 애플리케이션 수명 주기에서 초기 애플리케이션 필요조건 수집, 기획 및 문서화 단계를 바꾸면서 1~3개월 정도의 시간을 절약했다.
그 결과 3년간 현재가치(PV)로 약 2백만 달러(원화로는 약 22억 6,580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개발자들은 컨테이너를 사용함으로써 얻은 향상된 인프라스트럭처 활용률 및 통합을 통해 각 애플리케이션의 가상 머신 환경을 반으로 줄였다. 그 결과로 3년간의 인프라스트럭처 비용은 현재가치로 총 15만 4,000달러(원화로는 1억 7,442만 원)가 절감했다.
2018년 6월 포레스트가 발표한 '레드햇 컨설팅의 컨테이너 도입 프로그램 및 레드햇 Open Innovation Labs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 테스트, 배포 주기를 단축해 초기 제작에 드는 비용을 60% 이상 줄인 것은 물론, 업데이트 및 유지 비용 역시 50% 절감하면서 전반적인 신제품 출시 주기를 50% 이상 절감하게 됐다. (자료: Forrest, 레드햇 컨설팅의 컨테이너 도입 프로그램 및 레드햇 Open Innovation Labs의 경제적 효과, 2018년 6월)
데미안 웡(Damien Wong) 레드햇 아시아 Growth & Emerging 시장 부문 부사장 및 총괄은, "레드햇은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기업이다. 오픈소스는 개방성, 신속성 등을 바탕으로 오늘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수준 높은 기술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업무 프로세스, 기업 문화 등에 대한 변혁 없이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오픈 이노베이션 랩은 단순한 기술지원이나 기업에 대한 영업 확대를 벗어나 레드햇의 문화나 방식을 대상 기업에 이식해, 미래에는 우리의 도움 없이도 기업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