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 레노버 리전 Y740
[IT동아 강형석 기자] 고성능 노트북, 특히 게이밍 노트북에 대한 시장의 선호도가 크게 늘었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갖춘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탑재함으로써 기본적인 목적(게이밍)은 물론이고, 전문 작업용 노트북으로의 역할에도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저 게임을 즐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작업을 쉽게 처리 가능한 휴대용 데스크탑 PC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분명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라 하겠다.
때문에 많은 노트북 제조사들이 이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으며, 많은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선택지도 넓어졌다. 단순히 크고 무식했던 디자인에서 벗어나, 충분히 휴대가 용이하면서 제조사 특유의 감각적인 외모를 갖춰 나가는 중이다. 사양은 비슷할지 몰라도 이제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점차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레노버 리전(Legion) Y740(Y740-17ICHg)도 그런 시대의 흐름을 철저히 반영한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중 하나다. 과거 레노버 리전 시리즈는 금속 재질을 잘 살린 디자인으로 깊은 인상을 줬지만 타 게이밍 노트북들과의 차별화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브랜드 강화와 함께, 본체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기 시작하면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번 제품은 8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함께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맥스-큐(MAX-Q) 디자인을 채택, 최고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다만 현재 리뷰에 쓰인 제품은 현재 국내판이 아닌 해외판으로 일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성에 차이를 보일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독특한 형태의 게이밍 노트북
레노버 리전 Y740의 디자인은 직관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특별한 캐릭터 라인이나 화려함을 위한 요소들이 거의 대부분 배제되어 있다. 그러나 곳곳에 LED로 포인트를 줘 은은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상판 좌측에 있는 리전(Legion)의 O형 로고 안에 있는 Y자 형상 아이콘과 측면 통풍구, 후면 연결부 아이콘 등에 LED가 점등된다.
이 제품은 17.3인치 규격으로 노트북으로는 대형급에 속한다. 흔히 11~13인치 제품군이 휴대성이 강조된 소형 라인업, 15.6인치 이상을 중대형으로 본다. 이 제품은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덩치는 어쩔 수 없는 부분. 당장 크기만 해도 가로 412mm, 세로 304mm, 두께 21.9mm 가량이며, 무게도 약 2.8kg에 달한다.
흥미롭게도 이 노트북은 화면이 180도 펼쳐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독특한 구조를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기기 가장 끝에 힌지를 배치해 펼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약 7mm 정도인 상판 덮개 두께에 의한 무게를 감안하면 지금 형태가 가장 최적의 설계라고 볼 수 있다. 내구성과 편의성을 두루 고려해 적용한 것이라 보면 될 듯 하다.
게이밍 노트북답게 대부분이 열을 배출하는 통풍구로 구성되어 있다. 그 때문에 연결 단자는 측면에 쉽게 보기 어렵다.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후면 중앙에 위치하게 된다. 극히 일부는 측면에 배치되지만 그 수가 많은 것이 아니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측면에 외부 기기 충전을 겸하는 USB 3.0 단자 1개와 썬더볼트 3.0 기술이 적용된 C규격 USB 단자(타원형)가 1개, 스테레오 입출력 단자(3.5mm) 1개가 제공된다. 나머지는 전부 후면에 있는데 USB 3.1 단자 2개(1개는 10Gbps 대응),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 HDMI, 유선 기가비트 이더넷 단자(RJ-45) 등으로 구성된다. 이 외에 전원 입력과 켄싱턴 잠금 장치가 배치되는 형태다.
바닥에는 꽤 넓은 면적에 걸쳐 서브우퍼가 탑재되어 있다. 이 우퍼는 자체 스피커를 사용할 때, 저음을 더 풍성하게 내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이 스피커를 얼마나 많이 쓰게 될지는 의문이다. 대신 나만의 공간에서 콘텐츠를 즐길 때 요긴하게 쓰일 듯 하다. 스피커는 상단이 아닌 측면에 각각 배치되는 형태다. 소리는 음량을 크게 키워도 무리는 없으나 제품 성향을 고려해 절반 이하 정도의 음량을 설정한 상태에서 즐기는 것이 좋겠다.
여유로운 디스플레이와 입력장치
덮개를 열면 큼직한 디스플레이가 상단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키보드가 하단에 각각 배치되어 있다. 기타 게이밍 노트북과 달리 키보드에 부가 요소를 많이 넣지 않은 점이 돋보인다. 불필요한 조작을 원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매력적으로 느껴질 듯한 부분이다. 반면, 다양한 단축키 배치를 선호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심심하게 느껴질 듯 하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풀HD(1,920 x 1,080), 영역은 17.3인치에 해당한다. 베젤(화면 테두리)은 무난한 편이지만 화면 자체가 크기 때문에 집중하는데 무리가 없다. 패널은 색감이나 성능 등에서 시장의 검증이 이뤄진 IPS 방식을 쓴다. 무엇보다 게이밍 노트북에 쓰이는 디스플레이이다 보니까 패널의 반사를 억제해 집중도를 높였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채택했기 때문에 성능 자체는 충분하지만 더 안정적인 몰입감을 위해 성능과 디스플레이 주사율을 상호조율하는 '지싱크(G-Sync)'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을 쓰면 PC 성능에 따라 모니터가 표시하는 이미지 수를 조절해 끊김이 적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예로 화려한 효과를 모두 적용, 초당 50매 정도 표시되는 상황이라면 주사율도 이에 맞춰 초당 50번 깜박이면서 끊김을 느끼지 않도록 유도한다.
밝기는 300니트(칸델라) 사양이다. 촛불 1개를 1칸델라(cd)라고 말하니, 약 300개 상당의 빛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이는 광원의 품질을 의미하는 것이지 빛의 총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용하면 충분히 밝기 때문에 불만은 없을 듯 하다.
키보드 구성은 17.3인치 규격이다 보니까 제법 여유가 있다. 흔히 15인치급 이상 노트북에서 볼 수 있는 풀사이즈 형태가 제공되는데, 여기에서 풀사이즈는 일반 데스크탑용 키보드와 조금 다르다. 노트북용에서 풀사이즈 키보드는 우측에 숫자 키패드가 추가되는 형태를 말한다. 키보드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주변기기 전문 기업인 커세어(CORSAIR)와 손을 잡았다.
키패드는 LED 백라이트 처리해 화려하게 마감했다. 파란색으로 야간 시인성이 뛰어나다. 색상 변경은 가능하며, 밝기는 기능(Fn) 키와 숫자 키패드 8·9번을 통해 3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기능 키와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백라이트를 켜고 끈다. 해당 키에 아이콘이 있으므로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숫자 키는 별개로 사용자 취향에 따라 기능을 지정하는 매크로(Macro) 설정을 지원한다. 기능 버튼과 숫자 키 7번을 누르면 레노버 밴티지(Lenovo Vantage)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며, 즉시 설정 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기능이나 구성은 좋지만 배치 측면에서는 조금 아쉽다. 무엇보다 숫자 키 잠금(Num Lock)이 엔터 키 옆에 있어 사용 중 쉽게 눌러질 확률이 높다. 잘 사용하지 않는 위치에 배치하거나 해당 기능을 쓰지 않도록 해야 숫자 키 사용 중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어 보인다.
터치패드 영역은 작은 편에 속한다. 약간의 단차가 있어 영역을 인지하기 쉬운데다 감도가 좋은 편이어서 사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지만 손가락 움직임이 크다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코어 i7 프로세서와 지포스 RTX 2080의 조합
이제 레노버 리전 Y740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 간단한 게이밍 및 벤치마크 테스트 등을 활용해 어느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는지 알아봤다. 우선 노트북의 사양은 화끈하다. 8세대 인텔 코어 i7 8750H 프로세서에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맥스-큐 디자인(MAX-Q Design) 그래픽카드를 조합했다. 각각 현재 구성 가능한 최고 수준의 프로세서를 선택한 셈. 다양한 작업은 물론이고 게임에서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코어 i7 8750H 프로세서는 기본 2.2GHz로 작동하고 최대 4.1GHz까지 상승한다. 물론, 노트북 사용환경에 따라 작동 속도는 천차만별이라는 점 참고하자. 구조 자체는 6코어 기반이며, 명령어를 추가 처리하는 하이퍼스레딩(Hyper-Threading) 기술이 더해져 총 12개 스레드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면 12코어 프로세서와 유사한 형태인 것이다.
여기에 메모리는 DDR4 규격, 용량은 32GB로 구성했다. 용량이 클수록 여유로운 애플리케이션 실행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게이밍 노트북이 16GB 정도로 메모리 용량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그 두 배를 제공해 완성도를 높였다.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을 썼다. 리뷰에 쓰인 레노버 리전 Y740에는 지포스 RTX 2080 맥스-큐 디자인. 기본적인 사양으로는 데스크탑 그래픽카드와 거의 동일하다. 2,944개 쿠다코어(CUDA CORE)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추론에 쓰이는 텐서코어(TENSOR CORE)는 368개, 광원 효과를 현실적으로 처리하는 RT코어는 46개 배치된다.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작동 속도가 노트북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 성능에는 차이를 보인다는 것. 아무래도 전력 소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데스크탑 대비 작동 속도가 낮게 설정되어 있다. 그래도 과거 물리적 제원을 제한한 것과는 다르니 성능적 부분에서는 기대감을 준다.
게임 성능 측정을 위해 벤치마크 테스트를 진행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애플리케이션인 3D마크, 그 중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파이어 스트라이크 항목을 실행한 결과를 보자. 제품 성능을 고려해 측정은 QHD 해상도(2,560 x 1,440)를 기준으로 하는 익스트림 설정을 기준으로 했다.
테스트 결과, 총점은 8757을 기록했는데 두 개의 그래픽 테스트를 보면 각각 초당 47, 34 프레임을 보여줬다. 초당 47~34매 이미지가 출력된다는 것. 전반적으로 2080 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실망할 법한 성능이지만 노트북 자체로 보면 기본 이상이라 봐도 무방하다. 프로세서 테스트에 쓰이는 물리연산 부문도 초당 50 프레임(1초에 50매 이미지 출력)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나다.
실제 게임을 실행했을 때의 만족도 역시 높다.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이 높기 때문. 우선 레지던트 이블 2 : RE의 그래픽 설정을 최대에 맞춘 다음 게임을 실행해도 초당 100 프레임(1초당 100매 이미지 출력)을 보여줄 정도.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실내에서는 113~118 프레임, 좀비가 많이 나오는 환경에서는 102~107 프레임 가량을 오가는 수준이다.
대전 격투 게임인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LIVE) 6를 실행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풀HD 해상도에서 그래픽 옵션을 최고 수준으로 설정해도 최적의 수준인 초당 60 프레임 움직임을 그려낸다. 내부에서 처리되는 해상도를 QHD(2,560 x 1,440)으로 설정해도 쾌적하다. 다만 UHD 해상도(3,840 x 2,160)으로 설정하면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 효과를 일부 포기하면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확실한 성능을 추구한다면?
레노버 리전 Y740(Y740-17ICHg)의 강점은 성능이다. 8세대 코어 i7(8750H), 지포스 RTX 2080 맥스-큐 디자인 조합에 32GB DDR4 메모리, 여유로운 저장장치 구성(512GB SSD + 2TB) 등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데스크탑 PC는 명함 내밀기 어려울 정도다. 휴대성을 어느 정도 확보, 이동하면서 언제든 최고 수준의 성능을 경험하고 싶다면 최적의 선택이 될 듯 하다.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제품 크기에 비해 메모리 카드 슬롯이 제공되지 않는 점. 그리고 키보드 배치가 조금 불편하게 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숫자 키 잠금 버튼의 위치가 매우 애매해 다루는 도중에 자주 누르게 된다. 터치패드 영역도 조금 좁다는 부분도 조작성에 불편함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 약 300만 원대 초반에 구매 가능한 상황.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가격대가 부끄럽지 않은 사양이라는 점이다. 어떤 작업이라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면 이 비용을 투자했을 때 느끼는 만족도 또한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