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담백한 순정 안드로이드폰, LG Q9 One
[IT동아 김영우 기자] 구글 안드로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88%에 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완전히 같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LG전자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부가기능 등이 차이가 난다. 각 제조사에서 자사의 지향점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맞춤화, 개조)을 거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구글 '순정'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폰은 의외로 많지 않다. 구글에서 직접 내놓은 '픽셀' 시리즈가 있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팔지 않는다. 픽셀 시리즈 외에 순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맛보는 방법으로는 '안드로이드 원' 규격을 준수하는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안드로이드 원 규격 스마트폰의 제조나 판매는 각 제조사에서 담당하지만, 탑재되는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등은 구글에서 직접 기획한다. 덕분에 과도한 튜닝이나 복잡한 부가기능, 혹은 선 탑재 앱 등이 최대한 배제된 ‘담백’한 폰을 맛볼 수 있으며, 향후 새로운 버전의 안드로이드가 발표될 경우, 한층 빠른 업데이트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이번에 소개할 LG전자의 ‘LG Q9 One(원), LM-Q927L’도 그런 제품 중 하나다. 참고로 이 제품은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LG유플러스만을 통해 출시되었지만, SKT나 KT용 유심을 꽂아도 정상적인 이용이 가능하다.
Q9, G7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LG Q9 One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한 발 앞서 출시된 LG Q9과 비슷하다. Q9은 동사의 2018년형 프리미엄폰인 LG G7 씽큐(이하 G7)를 기반으로 몇몇 기능을 조정해 값을 낮춘 제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Q9 One 역시 G7과 유사점이 많다. 외형만 보면 G7에서는 2개였던 후면 카메라 수가 1개로 줄어든 것, 그리고 후면 패널의 질감이 유광에서 무광으로 바뀌었다는 점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Q9 One은 Q9에서는 생략되었던 좌측면의 구글 어시스턴트 버튼까지 G7과 동일하게 갖추고 있다. 때문에 상당수의 G7용 화면 보호 필름이나 케이스가 Q9 One에도 무리없이 맞는다.
그 외에도 Q9 One은 6.1 인치 크기에 3120 x 1440(QHD+급)의 고해상도 화면, 그리고 7.9mm의 얇은 두께 및 156g의 가벼운 무게를 비롯한 G7의 장점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다. 다만, 제품 컬러가 '뉴 모로칸 블루(무광 군청색)' 한 가지만 출시되어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건 아쉬운 점이다. 전원 버튼은 우측면에 달려있고 마이크로SD카드는 최대 2TB까지 꽂을 수 있다.
참고로 Q9 One은 OLED가 아닌 IPS 규격 LCD 화면을 탑재했다. OLED 화면 특유의 번인(같은 화면을 오래 켜 두면 해당 이미지의 잔상이 영구적으로 남는 현상)에서 자유롭다는 점 역시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화면에 내구성이 높은 고릴라 글래스 5를 적용하고, 화면 상단 일부에 파인 듯한 공간을 만들어 전면 카메라를 배치하는 노치 디자인(뉴 세컨드 스크린)을 적용한 점도 Q9 / G7과 동일하다.
방수방진, 고속충전, 고음질 솔루션까지 갖춰
그 외에 Q9 One은 내부적으로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1.5미터 물 속에서 30분 동안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폰을 들고 물놀이를 하는 것 까진 추천하지 않지만, 비를 맞거나 폰을 세면대에 빠뜨리는 등의 일상적인 상황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할 것이다. 그 외에 미 국방성 기준 밀리터리 스탠다드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내구성 역시 기대할 만하다.
제품 하단의 충전/데이터 인터페이스는 최신 폰 답게 USB 타입-C 규격이다. 커넥터 방향에 관계없이 뒤집어 꽂아도 정상적으로 케이블 결합을 할 수 있고 USB 3.0(3.1 Gen1) 기술을 적용해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퀄컴 퀵차지 3.0 규격의 고속 충전 기능에도 대응하는데, 아쉽게도 무선 충전 기능은 미지원이다.
LG전자 스마트폰 특유의 고음질 솔루션도 탑재하고 있다. 하이파이 쿼드 덱(DAC,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회로) 및 사운드의 입체감을 향상시키는 DTS:X 3D 기술도 갖추고 있어 헤드폰이나 이어폰 이용 시 음질이 상당히 뛰어나며 동봉된 크레신 EMB-LGE53 이어폰과의 궁합도 좋다.
다만, 내장 스피커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이용할 때에 비해 아무래도 만족도가 떨어진다. 음량 자체는 의외로 큰 편이지만, 소형 유닛이고 1채널 모노 구성이다 보니 표현력이나 입체감 면에서 한계가 있다. LG전자에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폰 자체가 울림통 역할을 하는 붐박스 기능을 탑재했다. 책상이나 상자 위에 올려 두면 울림이 표면으로 퍼지면서 음질이 어느정도 개선된다고 하는데, 실제 체감 여부는 개인차가 있을 것 같다.
싱글이지만 OIS까지 갖춘 준수한 카메라
제품 후면에는 1600만 화소의 단일 카메라 및 LED 플래시와 지문센서가 위치하고 있으며, 전면에는 8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려있다. 요즘 프리미엄급 폰에 들어가는 듀얼이나 트리플 카메라가 아닌 점은 다소 아쉽지만 카메라 자체의 기능은 준수하다. 특히 후면 카메라의 경우는 Q9에서는 생략되었던 OIS(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 초점을 빠르고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레이저 AF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UHD급 해상도(3840 x 2160) 동영상의 초당 60프레임 촬영도 지원한다.
구글 픽셀에 탑재되던 구글 카메라 앱이 아닌 자체 카메라 앱을 탑재하고 있지만 구글 렌즈(Google Lens)와 같은 구글 특화 가능 일부는 품고 있다. 이를 통해 카메라에 표시된 텍스트의 추출, 제품 검색, QR/바코드 검색 등의 편의 기능을 쓸 수 있다. 그 외에 AI(인공지능) 카메라 기능도 지원하는데, 이를 실행하고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면 '자동차', '인물', '동물' 등의 분석 결과 키워드가 표시되면서 해당 피사체에 맞는 촬영 모드로 자동으로 전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세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준하는 성능
Q9 One의 내부 사양을 살펴보면 퀄컴 스냅드래곤 835 프로세서에 4GB 시스템 메모리(RAM), 그리고 64GB의 저장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는 Q9이나 G7 보다는 LG전자의 또 다른 2018년형 프리미엄급 폰이었던 V30과 비슷하다. 스냅드래곤 845를 탑재한 G7과 스냅드래곤 821을 탑재한 Q9 사이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형 프리미엄급 제품과 유사한 사양이라면 현 시점에서도 어지간한 작업에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
스마트폰의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벤치마크 앱인 긱벤치4(Geekbench4)와 안투투 벤치마크(Antutu Benchmark)도 구동해봤다. 테스트 결과, 긱벤치4의 경우 단일코어 점수 1,895점, 다중코어 점수 6,411점으로 측정되었으며, 안투투 벤치마크는 총점 207,260점으로 측정되었다.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자면 삼성전자 갤럭시S8 정도에 가깝다.
모바일용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실행해 보니 기기의 성능을 분석, '고화질'로 자동 설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상태에서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는데,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소의 발열은 느껴졌다.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한 온도는 섭씨 30도 전후였다. 약간 따뜻하긴 하지만 이용에 큰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다.
순정 안드로이드의 깔끔함과 담백함이 최대 매력
안드로이드 원 규격의 스마트폰이라는 특성 덕분에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9.0 파이(Pie)가 탑재된 상태로 출고된다. 구글에서 출시 후 2년간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며, 3년간 보안 업데이트 역시 보장하므로 향후 소프트웨어 지원 면에서는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살펴보면 기존의 LG 스마트폰과는 확실히 다른 순정 안드로이드 특유의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구글 기본 앱을 제외하면 선 탑재 앱의 수가 확연하게 적다. LG유플러스용으로만 출시한다는 이유 때문에 U+고객센터나 U+멤버스와 같은 일부 통신사 앱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사용자가 직접 삭제가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작업을 할 때마다 통신사 앱이나 제조사 앱, 그리고 구글 순정 앱이 서로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구글 서비스 외에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가입을 유도하는 메시지가 출몰하는 경우도 훨씬 적다. 안드로이드폰이지만 iOS가 설치된 아이폰을 쓰는 느낌과 유사하다.
기존 안드로이드폰 대비 이질감은 감안해야
다만, 순정 안드로이드라는 점 때문에 일반적인 국내 안드로이드폰 대비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LG전자나 삼성전자에서 커스터마이징한 운영체제가 탑재된 스마트폰의 경우,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카카오톡 등), 메일 등이 오면 해당 앱의 아이콘에 숫자 배지를 표시하는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순정 운영체제는 본래 이런 기능이 없다. Q9 One 역시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LG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문자나 메일, 카카오톡이 오더라도 앱 아이콘에 점만 찍힐 뿐, 숫자가 표시되지 않는다. 이게 불편하다면 해당 기능을 가진 별도의 홈 런처 앱(도돌 런처, 고 런처 등)을 설치해서 쓰면 된다.
그리고 이전의 LG전자 스마트폰에서 지원하던 국내 특화 편의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그리고 구글의 정책 때문에 통화 중 음성 녹음이 되지 않는데, T전화 등의 외부 통화 앱을 설치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MST 기반 결제 서비스인 LG페이, 꺼진 화면을 두드려 대기모드를 해제하는 깨우는 노크 온 기능 등을 지원하지 않으며, NFC 기능 역시 글로벌 규격이다 보니 티머니나 캐시비 같은 국내 교통카드 기능이 호환되지 않는다. 글로벌 규격 순정 안드로이드폰의 특징이기도 하니 구매 전에 참고하자.
기대 이상의 배터리 효율에 만족
불필요한 자원 소모를 억제한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덕분에 얻은 장점은 또 하나 있다. 바로 배터리 효율이다. Q9 One은 Q9과 같은 3000mAh 용량의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지만 실제 배터리 이용 가능 시간은 좀 더 길다.
배터리를 100% 충전한 Q9 One를 이용, 화면 밝기 50% 상태를 유지하며 풀HD급 유튜브 동영상을 연속 구동해보니 약 8시간이 지난 후 배터리 잔량이 5%로 떨어졌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예전에 했던 같은 테스트에서 Q9은 6시간 45분 정도 버텼다. Q9 One이 좀더 고성능의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배터리 효율을 낸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기본기와 담백함이 최대의 매력
LG Q9 One는 2018년형 프리미엄급 스마트폰(G7, V30 등)과 유사한 우수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으면서 구글 순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특유의 담백함을 제공하는 것이 최대의 매력이다. 제품 출고가는 앞서 출시된 Q9(49만 9,400원) 보다 약간 높은 59만 9,500원이지만, 프로세서의 성능이 상향되고 후면 카메라에 OIS(광학식 손떨림 방지기능)가 추가되는 등의 차별점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대다.
특히 각종 선탑재 앱과 불필요한 부가기능으로 범벅이 된 기존 안드로이드폰을 좋아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LG Q9 One에 만족할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LG전자나 삼성전자 안드로이드 폰에서 흔히 보던 일부 편의기능이 빠진 경우도 제법 있다. 때문에 사용자가 스스로 앱을 추가하거나 본체 설정을 바꾸는 등의 튜닝 작업을 통해 자신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LG Q9 One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명심하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