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이슈산'책'] 베트남 하노이에 쏠리는 전세계의 시선
[IT동아]
전세계의 시선이 베트남 하노이를 향하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북미 2차 회담을 앞두고, 회담 무대인 하노이에 감도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이제 한반도에도 진정 평화가 도래할 수 있을까?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국세 정세는 지난 2018년 4월 김정은 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급격히 변화했다. 지난 4월 북한이 처음으로 핵 무장을 포기하고 경제 발전에 매진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6월 1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까지 성사됐다.
희망 섞인 기대감에 투자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각국 정상의 한마디에 업계가 들썩거리고, 남북경협 관련 주가는 연일 고공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는 차치하더라도 북핵 문제는 안보에 있어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의 미래를 좌우할 아주 중요한 문제다.
지금 우리는 역사적인 변화의 길목에 서있다. 어떤 선택과 협상이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얽히고설킨 복잡한 이해관계와 많은 변수들이 산재해 있기에 평화의 길로 들어서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각국의 테이블 위에는 어떤 카드가 놓일까?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내가 서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 휩쓸려 살게 된다. 그러나 인생을 잘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놓인 환경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와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떠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내가 속한 사회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세계 경제가 어떤 힘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오늘날 세계는 수많은 국가로 나뉘어 있지만, 사실상 경제는 국가를 초월해 미국 중심의 단일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바로 '달러 순환 시스템'이다. <세계 경제 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김영사>는 미국이 어떻게 세계 시장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본위제 폐지를 시작으로, 미국은 석유를 달러에 연동하고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전세계 모든 돈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오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세계 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달러 순환 시스템은 오늘날의 국제 금융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달러는 곧 강력한 무기가 됐고, 미국은 대외 채무를 져도 달러를 발행해서 갚아버리면 됐다. '화수분'이 탄생한 것이다. 경제로 모든 국가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세계 경제의 룰을 정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미국 앞에 새로운 강자, 중국이 나타났다. 그들 사이에는 한반도가 자리하고 있다. <예정된 전쟁/세종서적>은 중국의 부상이 미국과 세계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인간은 실수를 반복한다. 국제관계학을 살펴보면,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서, 그리고 1세기 전 독일과 영국 사이에서, 1950년대와 60년대의 소련과 미국 사이에서도 일촉즉발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다시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전세계 힘의 균형에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안보 및 국방 정책 분석가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저서를 통해, 지금이 '폭풍전야'라고 말하며,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흐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 가능성이 실현되는 결과를 막아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내일은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는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귀를 기울이고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실마리를 풀 수 있다.
다시 우리가 놓인 한반도를 살펴보자. 미국은 대한민국이 중국에 맞서는 최전선 역할을 담당하길 바란다. 과거 소련에 이어 현재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 데 있어 한반도는 가장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는 동아시아 안보의 최전선이다.
반면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지역의 패권 국가로 발돋움하길 원한다. 때문에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북한을 자신의 영향권 아래 잡아두고 한반도 평화협정에도 당사국으로 주도하려 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은 어떨까? 북한은 무엇보다 체제 안전이 최우선이다. 전 클린턴 행정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던 윌리엄 페리는 <초예측/웅진지식하우스>를 통해, 북한에게 핵 개발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북한 체제의 존속을 보장해줄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북한에게 확실하게 체제 안전을 담보해줄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놓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이처럼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북한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많은 국가가 동북아에서 자국의 이익을 목표로 서로가 자신이 유리한 구도를 짜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서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하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권력과 이익 앞에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다만 북한의 파괴로 핵을 종식시키는 것은 모두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최악의 방법임엔 틀림 없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딜레마를 지정학적 '행운'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부디 어렵게 조성된 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현명한 기지로 독일을 뛰어넘는 '통일 한국'의 미래를 만들길 바라본다. 나아가 전 세계가 평화와 번영, 상생의 길로 나아가길!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좋은 책을 널리 알리고 비(非)독자를 독서의 세계로 안내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도서 큐레이터. 수년 간 기획하고 준비한 북클럽을 오프라인 서점 '최인아책방'과 함께 운영하며,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한 달에 한 권, 수 많은 신간 중 놓쳐서는 안될 양질의 책을 추천하고 있다. 도서 큐레이터가 세심하게 고른 한 권의 책을 받아보고,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최인아책방 북클럽은 항상 열려 있다.
정리 / IT동아 이상우 (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