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상적인 컴퓨팅을 위한 보급형 프로세서, AMD 애슬론 240GE
[IT동아 김영우 기자] AMD의 PC용 프로세서 사업이 분위기를 일신한 것이 2017년 상반기부터다. 신형 프로세서 라이젠(Ryzen) 시리즈가 높은 가격대 성능비를 과시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은 AMD는 2018년 상반기에 2세대 라이젠을 출시, 여세를 몰아갔다.
이런 와중에 AMD는 보급형 시장에 라이젠의 기술을 공유하는 신형 프로세서를 애슬론(Athlon) 브랜드로 내놓았다. 고급형 시장은 라이젠으로 인텔 코어 시리즈를 상대하고 보급형 시장은 애슬론으로 인텔 펜티엄, 셀러론 프로세서와 경쟁하겠다는 의도다.
이번에 소개할 AMD 애슬론 240GE 데스크톱 프로세서(코드명 레이븐릿지)는 라이젠 시리즈와 같이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CPU 코어 및 라이젠 베가(Radeon Vega) 그래픽을 조합한 제품으로, 고성능 보다는 고효율 및 비용 절감을 중시하는 실속파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다.
라이젠 시리즈와 동일한 아키텍처와 메인보드를 적용한 신형 애슬론
AMD 젠 아키텍처 기반의 데스크톱용 애슬론 시리즈는 지난해 9월에 처음 출시된 애슬론 200GE(3.2GHz), 그리고 12월에 출시된 애슬론 220GE(3.4GHz) 및 240GE(3.5GHz)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애슬론 240GE는 가장 높은 클럭으로 동작하는 제품으로, 해외 출시 가격은 75달러다.
애슬론 240GE을 비롯한 Zen 기반 애슬론 프로세서의 외형은 같은 아키텍처의 라이젠과 거의 같다. 물리적으로 결합되는 소켓 역시 동일한 AM4 규격을 이용하므로 메인보드 역시 라이젠 시리즈와 같은 것을 쓴다. A320, B350, B450, X470 등의 AMD 300 / 400 계열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라면 모두 호환된다. 이런 메인보드는 이미 시장에 다수 출시된 상태라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프로세서와 함께 제공되는 쿨러는 라이젠 시리즈의 것에 비해 소형 제품이지만 애슬론 240GE는 TDP(열설계전력)가 35W에 불과한 저전력 모델이기 때문에 발열이나 소음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라이젠과의 차이점은?
이와 같이 애슬론 240GE는 라이젠, 특히 그 중에서도 라이젠3 2200G(레이븐릿지)와 공통점이 적지 않다. 아키텍처와 메인보드 규격, 기본 동작 클럭(3.5GHz)이 같으며 제조공정 역시 14nm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젠3 2200G의 경우는 4개의 CPU 코어를 탑재하고 있는 반면, 애슬론 240GE 등은 2개의 물리적인 CPU 코어에 SMT(물리적으로 1개인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눠 전체 코어의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를 적용해 4개 쓰레드(논리적 코어)로 구동하는 구성이다. 그리고 라이젠3 2200G는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할 때 클럭 수치를 3.7GHz까지 높이는 터보코어 기능을 탑재했지만 애슬론 240GE는 그렇지 않다.
내장 그래픽 역시 라데온 베가 계열 GPU를 탑재하고 있는 점은 같지만, 라이젠3 2200G에 8개의 컴퓨트 유닛이 탑재된 반면, 애슬론 240GE의 라데온 베가 GPU의 컴퓨트 유닛은 3개다. 물론 이런 이유 때문에 애슬론 240GE는 75 달러, 라이젠3 2200G는 99달러라는 가격의 차이가 발생한다.
라이젠 대비 GPU의 사양이 낮아지긴 했지만 상당수의 부가 기능은 애슬론도 거의 그대로 갖추고 있다. 이를테면 그래픽카드에서 출력되는 초당 프레임과 모니터의 주사율(초당 화면 변경 빈도)이 어긋날 때 화면이 갈라지듯 왜곡되는 티어링 현상을 억제하는 AMD 프리싱크(AMD FreeSync) 기술, 그리고 낮은 프레임레이트로 구동하는 동영상을 초당 60프레임으로 개선해주는 플루이드 모션 기능 등은 애슬론의 내장 그래픽에서도 가능하다. 게임 구동능력은 물론 라이젠 시리즈 보다 떨어지겠지만 그 외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활용 능력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애슬론 240GE의 성능은?
애슬론 240GE에 기가바이트 A320M-S2H 메인보드, 그리고 지스킬 DDR4 메모리 16GB(8GB x 2), 조텍 SSD(480GB)로 구성된 윈도우10 64비트 시스템을 이용해 성능을 체험해봤다. 웹 서핑이나 문서작업, 동영상 구동과 같은 일상적인 이용에선 상위 시스템 못지않은 매끄러운 구동이 가능했다. 고급 기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일반인 사용자라면 비용대비 만족도가 높을 듯하다.
시스템의 성능을 측정하는 패스마크 퍼포먼스 테스트를 구동, CPU의 연산능력(CPU Mark) 및 그래픽카드의 3D 그래픽 처리능력(3D Graphics Mark)을 확인해봤다. 테스트 결과, CPU 성능은 5490.6점으로 측정되었다. 다른 프로세서와 비교하자면 인텔 펜티엄 G5500(5214점) 보다는 약간 높고 AMD 라이젠3 3300G(7321점)나 인텔 코어 i3 8100(8062점) 보다는 확실히 낮은 점수다.
그래픽 성능은 1160.3점으로 측정되었는데, 이와 비슷한 점수를 낸 외장형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640(1281점), 지포스 GT730(923점) 등이다. 애슬론 240GE의 라데온 베가 내장 그래픽이 10만원 이하의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대체할 만한 성능은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임도 가능?
게임용으로 나온 프로세서는 아니지만, 몇몇 게임은 무리 없이 구동이 가능하다. 애슬론 240GE 기반의 테스트 시스템에서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경우,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의 풀HD급 해상도와 그래픽 품질 최상에서 초당 평균 100프레임 이상으로 매우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보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로스트 아크'의 경우, 그래픽 품질 '하(낮음)' 기준,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서는 초당 평균 20~25 프레임으로 구동되어 그다지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없었지만, 화면 해상도를 1600 x 900으로 낮춘 상태에선 초당 평균 30~35 프레임, 해상도 1280 x 720 산태에선 초당 평균 40 ~ 50 프레임으로 그럭저럭 플레이를 할 만했다. 물론 이 상태에선 그래픽 품질이 낮기 때문에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게임용으로 추천할 만한 성능은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는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 두자.
가뭄 맞은 보급형 데스크톱 시장에 내린 단비
요즘 PC 시장은 고성능을 강조하는 게이밍 PC, 그리고 휴대성이 높은 슬림형 노트북이 주도하고 있으며, 그 외의 PC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확연하다. 그러다 보니 보급형 데스크톱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적당한 가격에 쓸 만한 제품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나온 AMD 애슬론 240GE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고성능을 갖춘 제품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용도로 불편 없이 쓸 만한 컴퓨팅 능력을 제공하며, 소비전력 및 판매 가격 등, 비용적인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게이머나 전문가라면 당연히 라이젠 시리즈나 인텔 코어 시리즈 등의 고급형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겠지만, 셀러론이나 펜티업급의 보급형 시스템을 주로 쓰던 일반 사용자라면 애슬론 240GE로 기존의 보급형 프로세서 대비 좀 더 높은 만족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물건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2019년 2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애슬론 200GE가 6만원대 초반, 라이젠3 2200G가 9만원 전후로 팔리고 있으니 애슬론 240GE는 그 중간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