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의 함정... 과도한 1회용품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국내 새벽배송 시장이 4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식료품을 고객에게 최대한 빨리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스티로폼, 은박보냉팩, 에어팩 등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1회용품을 포장재로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배송이란 식재료나 반찬 등 빠른 배송이 필요한 상품을 전날 오후 10~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까지 배송해주는 신속배송 서비스다. 1인 가구 증가, 가성비 대신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풍조 확산,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통 업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1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8년 12월 기준 40배 성장한 4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과거 유통 업계의 화두가 최저가 전쟁에 있었다면, 현재 화두는 새벽배송을 선점하는 것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새벽배송 서비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마켓컬리부터 이마트(신세계), 헬로네이처(BGF), 쿠팡, 티몬, GS리테일, 롯데까지 여러 유통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이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

배송
배송

이들 업체는 IT 기술에 기반한 물류 혁신을 진행해 소량의 다품종 상품을 익일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는 서울 송파구 근교에 위치한 동남권물류단지 등을 중심으로 혁신이 진행된 상태라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서만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 있지만, 물류혁신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향후에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새벽배송이 급성장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식료품을 신선하게 배송한다는 명목으로 스티로폼, 은박보냉팩, 에어백, 포장비닐 등을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시민단체 등이 앞장서서 추진 중인 '1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기자가 마켓컬리에서 새벽배송을 이용해본 결과 문제점은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모든 상품을 재활용이 어려운 스티로폼, 은박보냉팩, 에어백, 포장비닐 등으로 꽁꽁 감싸놨다. 여러 개로 나뉘어 배송된 스티로폼이나 은박보냉팩 속에는 상품이 절반도 채 채우지 못한 상태로 담겨있었다. 단단단 야채 같이 별도의 포장이 필요하지 않은 상품도 포장비닐로 한 번 더 감싸 재활용이 불가능한 1회용품을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로켓프래시도 에어백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회용품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은 두 업체 뿐만 아니라 새벽배송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마켓컬리
마켓컬리
<은박보냉팩으로 포장된 야채. 전체 부피의 1/3도 채우지 않은 상태다>

마켓컬리
마켓컬리
<별도의 포장이 필요없는 상품도 포장재로 감싸여 있다>

마켓컬리
마켓컬리
<함께 주문한 야채가 다른 상품과 함께 포장되지 않고 별도로 포장되어 배송된다. 1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보다 배송편의에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쿠팡 로켓프레시
쿠팡 로켓프레시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후 스티로폼, 에어팩 등 1회용품이 과도하게 남는다. 모두 고객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

물론 새벽배송 업체들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식품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유지한채 빠르게 배송하려면 스티로폼, 은박보냉팩, 에어백 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 개의 스티로폼과 은박보냉팩에 담는 식품의 양을 늘리고 포장비닐의 사용을 줄이는 식으로 1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업체 가운데 일부는 스티로폼과 아이스팩 등 일부 1회용품을 수거해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새벽배송을 이용해야 하거나, 기간을 정해두고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은박보냉팩, 포장비닐 등은 여전히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새벽배송을 이용한 고객들이 알아서 1회용품을 처리해야하는 부담을 주고 있다.

현재 정부는 대형마트에서 포장비닐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자사가 제공하는 플라스틱 재질의 1회용품을 종이 재질의 재활용 가능한 물건으로 바꾸는 등 1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새벽배송 업체들의 경우 빠른 배송을 위해 1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정부, 시민단체의 기조와 반대로 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으로 전달되는 상품과 포장을 살펴보면 빠른 배송을 위해 상품을 개별포장해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이를 합치려는 노력없이 바로 배송한 흔적이 보인다"며, "지속적인 성장과 환경 보호를 위해 새벽배송 업체들도 1회용품을 줄이려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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