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기업이 왜 미용마스크를 만들었나 - 진영 R&S 권혁전 대표
[IT동아]
최지우 vs. 이나영 vs. 강소라. 영화나 드라마 내 여주인공 셋의 대립각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최근 들어 인기를 얻고 있는 피부미용 마스크 제품의 전속모델이다. 각각 '최지우마스크(보미라이)', '이나영마스크(프라엘)', '강소라마스크(셀리턴)'로 불리며, 피부 개선을 위한 고유의 홈뷰티 IT제품이 출시되어 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프라엘은 가전 대기업인 LG전자가 만들었고, 셀리턴 마스크는 발모제/탈모치료 등으로 시작해 헬스케어 분야 집중하고 있는 '셀리턴' 사의 제품이다. 그에 비해 보미라이를 개발한 곳은 자동자 부품/소재 전문기업이다.
바로 '진영 R&S'다. 진영 R&S는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위치한 자동자 고무소재/부품 전문제조 기업이다. 자동차는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특히 고무 소재 부품의 품질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진영 R&S는 이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하며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쌓고, 국내외 주요 자동차 기업과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2005년에는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2006년에는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고, 2012년에는 500만 불 수출 기념 지식경제부 상을 수상했다. 이어 2016년에는 '대구광역시 스타기업100'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해에는 '중소기업청 글로벌강소기업'으로 뽑히면서, 우리나라 근미래 제조업계를 견인할 우수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 전통 B2B 제조기업이 홈뷰티 제품을 출시했다.
"처음에는 주변 지인 대부분이, '자동차 부품회사가 웬 피부 마스크냐?'며 의아해 하며, 매출 상황이나 경영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눈빛도 보였습니다. 곧 창사 30주년을 맞이하면서 작은 변화를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진영 R&S 권혁전 대표이사는 1990년 창사 후 줄곧 자동차 부품 및 소재 분야에만 매달렸다. 자동차 내외부에는 수 많은 고무 소재 부품이 들어가는데, 연구개발과 시행착오를 거쳐 고유의 고무 배합 기술을 습득했다. 자동차용 고무 부품은 내부 오일, 가스 등의 유출을 막기 위해 고도의 제조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권 대표는 이 제조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후 진영 R&S는 전자기파(전자파) 제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EMI/EMC(전자파 간섭/장애 제어) 관련 기술도 보유하게 됨으로써, 전자파 제어 기술과 소재 제조 기술을 접목해 또 다른 제품군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보미라이 피부미용 마스크는 그 첫 결과물이자 진영R&S의 첫 소비자 제품이다.
"전자파를 제어, 차단하는 차폐/흡수 기술을 연구하면서, 전자기파의 일종인 원적외선을 활용한 소비재 제품 개발을 5년 전부터 고려하게 됐습니다. 원적외선은 열 작용이 크고 침투율이 좋아, 특히 피부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거든요. 피부 상태 개선에 효과가 좋으니, 피부 개선 마스크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보미라이 외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용 마스크 2종은 모두 LED빛(근적외선)을 적용한 제품이다. 보미라이는 원적외선을 발산한다. 다만 원적외선을 직접 얼굴에 바로 발산하기에는 여러 모로 위험부담이 있기에, 진영 R&S는 '골드시트'라는 고유의 필터 기술을 적용해 위험요소를 제거했다.
"원적외선 파장과 골드시트 조합이 피부 탄력과 노화 방지 개선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얼굴에 가깝게 내리쬐어도 전혀 위험하지 않으면서, LED 등의 근적외선과는 차별화된 결과를 보고 자신감을 얻었죠."
"과학계, 의료계의 여러 논문이나 발표에 의하면, 근적외선에 비해 원적외선이 피부 침투율이 훨씬 좋습니다. 파장이 길고 세기 때문이죠. 물론 파장이 세다고 무작정 좋은 건 아니고, 그 파장을 어떻게 제어하고 얼마나 피부에 집중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인체에 완전 무해해야 함은 당연하겠지요!"
원적외선은 인체에 유용한 전자기파라, 이미 의료분야에는 널리 적용돼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민감한 호흡기 질환(비염 등)을 치료, 개선하는데 주효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원적외선을 적용한 가정용 가전제품도 많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원적외선'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전자/전기기기가 나오는데, 대부분이 치료나 개선, 통증 완화, 근육 이완 등의 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피부 개선에 원적외선을 채택한 권 대표의 결정이 틀리지 않은 셈이다.
"보미라이 정식 출시 전에 소비자 테스트를 거쳐 피부 개선 효과를 체크했습니다. 시장 진입 전 모의고사를 치른 것인데, 저희 예상보다 개선 효과가 훨씬 좋아서 고무적이었습니다. 20년 이상 피부 문제(백반증)로 고민하던 한 소비자 테스터는,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보미라이를 한달 반 남짓 사용한 후 놀랄 만큼 피부가 좋아지고 있다고 감격해 했습니다."
보미라이의 긍정적 효과를 소비자로부터 직접 듣는 권 대표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다음 스텝을 밟으려 하고 있다. 사용자의 '피부 개선 데이터'를 차곡차곡 수집, 분석해 연관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출시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아 아직은 데이터가 그리 많지 않지만, 내년, 후년 2년 이상 1,000여 명 이상의 소비자의 사용/개선 데이터를 분석해보려 합니다. 피부 증상과 사용 후 변화 여부, 사용 기간, 사용자 성별과 연령대, 개선 항목(예를 들어, 기미 개선, 모공 축소 등) 등의 데이터를 파악할 겁니다. 이들 피부 빅데이터는 앞으로 보미라이 사업 확장에 중요한 기틀이 됩니다."
다만 현재 출시된 보미라이 마스크에는 데이터를 측정, 수집할 기능이 들어있지 않다. 첫 제품인 만큼 피부 개선 본연의 기능에 집중해야 했다. 후속 모델에는 데이터 측정/수집용 센서 등을 장착하거나, 스마트폰과 연결해(혹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데이터를 전송, 저장토록 할 예정이다.
"사실 보미라이 연구 단계에서는 피부 개선보다 먼저 인체 유해성에 관해 가장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라돈 검출 때문이었죠. 원적외선 파장 자체에서는 라돈이 나오지 않는데, 원적외선 효과를 높이려 토르말린이나 모나자이트 같은 광물질을 첨가하면 라돈이 검출될 수 있습니다. 인체에 매우 해롭죠."
최근 한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 성분이 검출돼 한동한 떠들썩했다. 그에 따라 권 대표도 보미라이의 라돈 검출 여부를 세심히 점검했고, 인체에 무해한 수준임을 인증 받았다.
원적외선은 그 특성 상 파장이 분산되기 때문에, 얼굴 부위에 집중하려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데, 여기에 권 대표가 앞서 언급한 '골드시트'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그 덕에 라돈으로부터 안전하면서도 원적외선 효능을 높일 수 있었다.
"골드시트는 우리의 특허 기술이라, 다른 업체에서 유사 원적외선 마스크를 출시한다 해도 보미라이의 피부 흡수율이나 투과율에 근접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원적외선 마스크를 만들기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적외선+골드시트' 조합은 보미라이 출시 직전과 직후 각각 실시된 소비자 테스터/체험단 활동에서도 검증됐다. 100여 명의 테스터들이 4주 동안 반복 사용했다. 이 중 90명 이상이 피부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고 답했다. 특히 기미 제거에 만족할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권 대표에게는 정식 출시 전 가장 고대했던 소식이었다.
최근에는 홈쇼핑에도 첫 진출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권 대표는 직접 첫 홈쇼핑 생방송을 준비하고 방송 내내 현장을 지켜보며,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고 조바심 나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홈쇼핑 방송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바짝 긴장했는데, 방송 직후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니 마음이 되려 편해졌습니다. 이렇게 국내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이라면, 해외시장에서 통하리라 자신했고요. 우선 중국시장을 두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중국인들은 한국산 화장품이나 미용 제품에 특히 관심이 많기에, 중국시장은 권 대표와 보미라이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 시작으로, 내년 봄 광저우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용박람회에 보미라이를 들고 나갈 계획이다. 중국 시장 안착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자리다.
"해외 시장 진출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뒀습니다. 중국과 미국, 일본 시장으로 방향을 잡았고요. 미국 FDA 승인을 받기 위한 준비도 지금 하나씩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는 보미라이 같은 마스크 형태의 미용 기기가 흔치 않으니 시장 선점이 수월하리라 예상합니다."
그는 내년 2019년이 특히 진영 R&S 기업 전반에 있어, 대단히 의미 있을 한 해가 될 것이라 했다. 소비자 제품 기업으로의 사업 확장에 따른 결과로 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조심스럽고 긴장되지만, 자신감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고 했다.
"보미라이를 시작으로 소비자 제품 시장에도 안착하면, 그동안의 바람이었던 '대구 1등 기업'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 되면 꼭 하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피부 문제로 인해 의기소침하고 소외된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층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보미라이를 활용해 전국적, 대대적인 무료지원 활동을 하려 합니다. 진료나 치료를 받고 싶어도, 피부 관리를 받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데, 보미라이가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나마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