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베스트셀러가 전자책으로 우선 출간된 이유는?
[IT동아]
미국 트럼프 정부의 민낯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미국 내 발간 당일에만 75만 권(9월 11일, 현지시간)이 판매된 화제의 신간,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 (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밥 우드워드 저>가 국내에도 한국어판으로 발간된다.
다만, 일반 종이책 서적이 아닌 전자책 콘텐츠로 먼저 독점 공급된다. 국내에서도 능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찰 화제의 서적이 굳이 전자책으로 먼저 발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독일, 영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서도 온라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종이책 발간 일정은 미정이다.)
<공포>의 독점 출판권을 획득한 스타트업 리디(리디북스)는 국내 대표 전자책 사업자다(리디북스를 통해 12월 14일 전자책 우선 발간). 리디 관계자는 "<공포>라는 메가급 서적이 전자책 콘텐츠로 먼저 출간된다는 것은 국내 전자책 콘텐츠 품질과 관련 시장, 사용자 반응 등이 출판업계의 한 축을 이룰 정도로 크게 성장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단행본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1조 6,140억 원으로 추정되며, 여기서 전자책 콘텐츠 출간 부문은 약 7,75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시장의 시작은 조촐했으나,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대표적 전자책 서비스 업체로 알려진 리디의 매출 동향(아래 그림 참조)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불과 3년 만에 매출 규모가 26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인기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등 '읽을 만한 책'이 전자책으로 꾸준히 발간되고(혹은 전자책으로만 발간),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기기가 다양해지면서 전자책 인기 상승에 탄력을 받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에서 '콘텐츠'의 중요함은 재차 강조할 필요가 없다. 콘텐츠의 미비, 미흡, 부족으로 시장에서 사라진 IT 서비스나 제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전자책 콘텐츠 시장은 규모는 아직 작지만, 긍정적 기대감을 갖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종이책 신간 발간과 동시에 전자책 콘텐츠가 제공되는가 하면, 책을 음성으로 읽어 들려주는 오디오북/리딩북 등도 반응이 좋다. 게다가 <공포>처럼 '시의성'이 중요한 도서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적시에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서적이 전자책으로 먼저 발간되는 근간에는, 국내 전자책 콘텐츠 시장의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세가 반영된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전자책 뷰어나 단말기 등의 기기 판매에 주력했던 시장 초기와는 달리, 전자책 콘텐츠/서비스 전문 업체들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가 지속 발간되면서, '온라인 콘텐츠 위주'의 시장 흐름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대비 독서 인구가 많지 않을 뿐이지, 독서를 즐기는 이들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가리지 않고 책을 읽고, 전자책 콘텐츠 구매나 전자책 서비스 구독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읽을 만한 전자책 콘텐츠가 제법 많다는 뜻이다(그리고 계속 업데이트된다).
리디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수적인 산업 분야로 간주되는 출판업계에도 디지털 플랫폼이 소비의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전자책에 주력해온 리디가 꾸준히 두 자릿 수 성장을 이어 온 데서 엿보이듯, 출판업계의 필연적 불황도 결국 디지털 대응 이후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전자책 시장 외 온라인 음악(음원),영상/비디오 등의 디지털 멀티미디어 분야에서도 콘텐츠가 비즈니스의 중심에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유료 동영상/영화 서비스인 '넷플릭스'나 국내 유망 동영상 플랫폼 '왓챠/왓챠 플레이' 등도 일치감치 콘텐츠 강화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특히 해당 서비스를 통해서만 시청할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고유/독점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콘텐츠 품질과 그에 따른 소비자 만족도가 곧 자신들의 미래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들 외 애플이나 아마존, 유튜브, 여러 TV방송 채널, 국내외 이동통신사 등도 자사 고유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최대한 확보하려 한다.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려면 콘텐츠 기반이 든든해야 한다.
음악/음원 스트리밍 분야의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등에게도 음질 개선과 함께 대량의 콘텐츠 확보가 관건이다. 멜론은 일반 음원 외에도, 유아 전용 음원 콘텐츠 '멜론 키즈', 영어/일본어/중국어 어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어학'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화제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방송, 뮤직비디오 등 고화질 영상을 광고 없이 제공하는 '멜론TV'도 개편했다.
리디북스도 올해 하반기부터 전자책 오리지널 콘텐츠를 추가했다. 소설작가의 연재 소설을 독점 제공하고 연재 완료 후 종이책 신간으로 발간했다.
이들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은 다름 아닌 콘텐츠(콘텐츠 질과 양)다. 이들은 그런 콘텐츠를 토대로 어디서든 유연하게 반응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해당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잡았다. 단단하게 다져진 콘텐츠 기반에 세워진 플랫폼은 결코 무너지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