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 읽어주는 세 아이 엄마, 서울맘메리
[IT동아 이상우 기자] 최근 K팝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문화 콘텐츠는 물론, 음식, 의상, 화장법 등 다양한 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고, 국내의 관심도 진출에만 눈이 몰려 있는 만큼 주변 시장의 성장을 간과할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 콘텐츠 제작 역량과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자국민 만을 대상으로 하던 콘텐츠 사업을 세계 무대로 확대하고 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 우수 인력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IP나 제작사 등을 인수하며 세계 시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동향은 드라마, 예능, 영화 등 영상물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중국 영상물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80~90년대의 홍콩 영화이거나 혹은 포맷을 표절한 이른바 '짝퉁 방송'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해외 유명 방송의 IP를 직접 구매해 영상물은 제작하는 것은 물론, 일명 '대륙의 스케일'을 활용해 자체적인 영상물을 만들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서울맘메리'는 이처럼 중국의 흥미로운 영상물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번역하는 중한영상물번역가의 일을 오래 전부터 해왔으며, 패왕별희,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미스터쉐프, 마이선샤인, 몬스터헌트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중국판) 등의 작품은 물론, 중국과 CJ E&M이 제작한 중국판 프로듀스 101 '꿀벌 소녀대' 등 100여편 이상의 영상물을 번역해왔다.
"저는 지금 세 아이의 엄마이며, 중국어로 된 영화나 드라마 등을 번역하고 자막을 만드는 프리랜서(중한영상물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을 하다 보니 중국에서 만든 영상물을 많이 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어떤 콘텐츠가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이 중에 한국에서도 공감할 만한 작품도 많아, 이런 것들을 소개하고 싶어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삶도 병행하게 됐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의 예능, 드라마, 영화 등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면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나, 한국 작품을 표절했다는 인식 등이다. 하지만, 최근 1~2년 간 중국 영상물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특히 웹 예능 같은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는 한국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규모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내의 경우 웹 드라마 같은 웹 기반 영상물을 제작할 때 TV나 드라마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웹 예능에만 영화 한 편 수준의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들인다고 엄청난 콘텐츠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사막이나 바위산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대규모 촬영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주제로 제작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는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중국은 땅이 넓고, 지역마다 문화나 삶의 방식이 눈에 띄게 다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음식이라는 주제를 하나만 다루더라도 수십편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웹 콘텐츠를 만드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텐센트, 아이치이 등 초대형 사업자가
자체적인 동영상 플랫폼을 기반으로 웹 예능을 제작하는 만큼, 직접 제작하는 프로그램 수는 물론 여기에 투자하는 비용 역시 엄청나다.
웨이보, 빌리빌리, 미아오파이 등에서 주로 활동하며,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런 것들도 주로 하고 있다.
특히, 표절 문제에 대해서도 해외의 유명 방송 포맷(IP)을 직접 구매해 문젯거리를 없애거나, 이렇게 쌓은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 중국 내에서도 저작권과 관한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서울맘메리의 설명이다.
"제가 콘텐츠를 만들 때는 중국과 한국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사용하기도 하고, 한국어 자막을 쓰기도 합니다. 다루는 내용은 제가 직접 번역했던 작품을 리뷰할 때도 있고, 반대로 한국의 드라마나 예능을 중국에 소개할 때도 있습니다. 사실 처음 동영상을 올렸을 때는 현지인들이 텃세를 부리면서 악플도 달았지만, 제가 진정성을 가지고 중국의 영상물을 다뤘던 만큼 이제는 응원해주는 사람도 늘어났습니다"
그는 아이를 키우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동시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세 가지 일을 병행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까? 다행히 번역가라는 직업 자체가 시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라고 한다. 출퇴근이 없으니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필요한 작업도 할 수 있는 만큼,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제가 진행하는 번역가 수업의 수강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결혼이나 출산 때문에 원래
다니던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이런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력 단절에 대비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엄마들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처럼 간단히 찍어서 올릴 수 있는 작업은 하고 있지만, 동영상 콘텐츠에
도전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자신이 요리를 잘하거나 취미로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이런 분들이라면 영상 촬영이나 편집 같은 기술만 조금 습득해도
충분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맘메리는 자신이 만들고 있는 콘텐츠를 통해 한국과 중국이 문화적으로 더 가까워 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에게는 한국인 친구와
중국인 친구가 모두 있는데, 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서로에 대해 오해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한국에 거주 중인 중국인 친구가 지갑을 두고 나왔는데, 스마트폰 간편결제(알리페이)를 이용해 계산할 수 있는지 확인하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한국 친구들은 중국 여행지가 더럽고 불편했다며 다시는 가기 싫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은 문화나 생활 방식 차이 때문이고, 이를 이해하면 충분히 오해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름의 콘텐츠 창작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제 콘텐츠를 통해 중국과 한국이 서로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 IT동아 이상우(sw@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