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디지털 콘텐츠 산업 판 바꿀 것" 배승익 픽션 대표
[IT동아 강형석 기자] 우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웹툰/웹소설을 보기 위해 포털이나 다른 유료 플랫폼을 방문하고, 영상을 보기 위해 유튜브와 아프리카TV 같은 곳을 찾는다. 이 중에는 유료도 있고 제약 없이 자유롭게 감상 가능한 콘텐츠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조는 의외로 단순한 편이다. 유명 작가나 영상 진행자들에게 대다수의 시선이 고정되지만 그 외 창작자의 작품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한 스타트업이 발 벗고 나섰다. 픽션 네트워크(Piction Network)가 그 주인공. 겉으로 보면 디지털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듯 하지만 여기에 블록체인(Blockchain)을 접목함으로써 창작자와 독자들을 연결하고자 했다. 플랫폼이 창작자를 보유/발굴하고 이들의 콘텐츠를 독자에게 서비스하는 구조와는 사뭇 다르다. 과연 어떤 부분이 다른 것인지 배승익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콘텐츠 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콘텐츠'
배승익 대표는 픽션 네트워크 외에도 배틀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수장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다. 그가 콘텐츠와 블록체인에 주목한 것은 이대로 가면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었다고.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이미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온 몸으로 겪으며 느낀 것을 반영한 셈이다.
"이 산업 자체가 외부에서 보면 긍정적인 것처럼 보여도 내부는 부익부빈익빈 그 이상으로 힘들어지고 있어요. 지금 콘텐츠 사업의 문제는 플랫폼이 권한과 책임을 독점하고 있다는 거에요. 결국 플랫폼과 그들과 함께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특정 콘텐츠만 좋은 일 시키는 겁니다. 이대로 가면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고 시장은 중국 및 타 국가 콘텐츠에 잠식될 겁니다."
수익을 올려야 생존하는 한 기업의 대표지만 그는 이 시장의 핵심은 콘텐츠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창작자가 좋은 콘텐츠를 내놓으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보장이 있어야 더 창의적이고 재미 있는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은 기업, 게다가 후발주자라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거인들과 돈으로 승부해서 이길 수 없기에 배 대표는 이를 고민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만났다.
"흔히 말하는 빅마우스(포털)들이 콘텐츠 시장을 일방적으로 운영하면 재미 없지 않아요? 후발주자지만 콘텐츠 유통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제 입장에서 이(돈으로 좌우되는) 구조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 열쇠가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록체인은 '기술적 생태계', 많은 변화 가져올 것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대체로 활동과 구매 등으로 보상(토큰 혹은 코인)을 얻고 이를 통해 상품을 소비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블록은 플랫폼을 안전하게 운영하는데 쓰인다. 픽션 네트워크의 블록체인 플랫폼은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이 있다면 콘텐츠 서비스와 운영이 독립되어 있다는 것.
배 대표는 현실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접점을 찾는데 집중했다고 한다. 그것이 콘텐츠 서비스는 클라우드로 결제 및 사용자 정보 일부 데이터를 노드화해서 블록체인으로 다루는 식이다. 아무래도 용량이 큰 콘텐츠를 지금의 블록체인으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 아래에서는 편의성이 중요합니다.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하죠. 현재는 현실과 이상을 접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어려움은 하나씩 처리하려고 해요. 우리는 블록체인의 미래와 가능성을 믿고 있습니다."
그는 블록체인이 기술적인 '생태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비스나 플랫폼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참여자인 창작자와 소비자인 독자가 중심이 되는 철학적 가치 때문이라고. 대형 플랫폼이 중심(중앙화)이 되는 디지털 콘텐츠가 아니라 독립된(탈중앙화) 방식으로 창작자를 지원하고 이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플랫폼이 창작자를 지원하는 구조다. 제작비 투자와 이를 알리기 위한 홍보를 하고 해외에 진출하면 번역과 검수 등도 도맡는다. 이는 잠재적인 부담이 되고 창작자 사이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거대 플랫폼에게 선택 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와의 간극이 발생한다는 이야기.
픽션 네트워크는 조금 다르다. 이를 철저히 배제했다. 제작비와 투자는 독자들의 판단으로 번역은 외부 서비스에 홍보는 콘텐츠의 가치를 아는 개인(인플루언서)이 한다. 작가들의 검수는 독자와 내부 대표자들이 판단한다. 콘텐츠가 적절한지 부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해 투표하면 활동에 대한 보상(토큰)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창작자는 수익을 더 창출할 기회를 얻고 양질의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다. 탈중앙화를 선택했기에 가능한 구조다.
지금은 배틀 엔터테인먼트가 주력으로 다루는 웹툰과 웹소설을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앞으로는 창작자의 이모티콘, 영상,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 형태라 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아우를 예정이란다. 독자는 여기에서 구매 혹은 활동으로 토큰을 획득하고 창작자에게 기부하거나 콘텐츠를 구매하면 된다. 여기에서 발생한 노드 혹은 블록은 창작자와 구매자의 콘텐츠를 보호하는데 쓰인다.
정리하자면 픽션 네트워크는 창작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그 안에서 창작자와 독자(소비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수익과 양질의 콘텐츠를 교환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것이다. 정착된다면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우리는 미들맨(주선자)의 역할 축소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 역할을 독자가 합니다. 물론 보상이 있어야죠. 이렇게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그들이 가져가던 초과 이익을 모두가 나눠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스마트 컨트랙트(계약)와 토큰 경제가 이뤄지는 것이죠."
기존 문제를 풀고 더 나은 서비스를 하기 위한 '블록체인'
픽션 네트워크는 실제 서비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 3분기 내 거래의 일관성과 스마트 컨트랙트의 신뢰성, 외부 침입의 예방 방지를 점검하는 테스트넷을 마련한다. 올 4분기 내에는 초기 콘텐츠 확보 및 시범 서비스를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2019년에 2분기 내에 배 대표가 꿈꾸는 창작자들의 생태계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 여러 기업들과 협업하며 판을 만들고 있다. 콘텐츠 파트너로 맥심코믹스와 아프리카TV, 샌드박스 네트워크 등과 손을 잡았다. 해외 진출에 도움을 줄 번역은 플리토를 활용한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는 배 대표는 한편으로 "확실히 협업할 수 있는 곳과 같이 하겠다"며 신중히 접근할 뜻을 내비쳤다.
창작자와 독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그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픽션 네트워크. 블록체인으로 만들어가는 그들의 꿈은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사뭇 기대가 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