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트렌드는 '소비'에서 '제작'으로, 코어 많은 PC가 뜬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PC용 프로세서(CPU) 시장은 코어 늘리기 경쟁이 한창이다. 2005년에 인텔과 AMD가 2코어 프로세서를 PC 시장에 처음 내놓은 후 2007년에 4코어 프로세서로 이어졌으나, 이후 10여년간 주류 시장에서 이용하는 프로세서 코어의 수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초, AMD에서 최대 8코어를 갖춘 라이젠(Ryzen) 시리즈를 출시해 큰 관심을 끌었으며, 같은 해 하반기에 인텔 역시 이전보다 코어 2개를 더한 6코어의 8세대 코어 시리즈를 출시했다. 고급 사용자용 PC를 위한 HE-DT(하이엔드데스크톱)용 프로세서의 경우는 이보다 한술 더하다. 올해 초 열린 대만 컴퓨텍스(Computex) 행사에서 인텔은 최대 28코어의 신형 코어 X 시리즈, AMD는 최대 32코어의 2세대 라이젠 스레드리퍼(Ryzen Threadripper)를 선보였다.
10년 가까이 4코어 이하에 머무르던 PC 시장, 왜?
10년 가까이 PC용 프로세서가 4코어에 머물렀던 건 멀티코어 연산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적었던 점, 그리고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 역시 멀티코어 프로세서에 적합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고성능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는 게임을 들 수 있는데, 과거의 인기 게임들은 멀티코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리그오브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2' 등의 게임은 아무리 코어가 많은 프로세서로 구동하더라도 1~2개의 코어만 집중적으로 이용했다.
때문에 상당수 게이머들은 '4코어 이상은 가격대비 효용성이 낮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PC 제조사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따랐다. AMD가 2011년, 8코어를 품은 'FX' 프로세서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상당수 소프트웨어에서 성능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평이 많아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부르지는 못했다.
멀티코어 활용 소프트웨어 증가, 콘텐츠 제작 열풍도 한 몫
하지만 2015년을 전후해 이런 흐름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와 같이 멀티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임이 다수 출시되기 시작했으며, 유튜브, 트위치 등을 비롯한 인터넷 영상 플랫폼을 이용해 방송을 하는 이른바 '스트리머'들의 비중이 늘어났다. 인터넷 방송 중에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실시간 스트리밍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선 프로세서의 코어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일반 이용자들 또한 게임을 하며 방송을 보는 등의 다중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PC 이용자들이 단순한 콘텐츠의 소비자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 역시 멀티코어 프로세서의 수요를 촉진시켰다. 특히 ‘프리미어’나 ‘포토샵’ 등의 영상 콘텐츠 편집 도구는 멀티코어의 성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다. 그 외에도 3D 렌더링이나 동영상 변환, 파일 압축/해제용 등의 작업에서 멀티코어 프로세서로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제대로 된 경쟁구도 형성되니 코어 UP, 가격 DOWN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인텔 독점 구도에 변화가 생긴 점 역시 최근의 멀티코어 프로세서 시장 확대에 영향을 줬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인텔은 2008년에 출시된 1세대 코어 시리즈부터 2017년의 7세대 코어 시리즈까지 보급형은 2코어, 고급형은 4코어 체제를 유지해왔다. 6코어 이상의 인텔 프로세서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일부 전문가들만 이용하는 고가의 HE-DT 프로세서인 ‘익스트림 에디션’ 시리즈에만 한정적으로 적용했다.
< 32코어/64쓰레드(논리적 코어)를 지원하는 라이젠 스레드리퍼 2990WX의 작업 관리자 화면>
하지만 2017년, AMD에서 최대 8코어를 지원하는 프로세서인 라이젠 시리즈를 처음 출시, 7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보다 가격대비 성능이 더 낫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인텔의 대응도 자못 기민해졌다. 후속 모델인 8세대 코어는 예상보다 빠른 2017년 하반기에 출시되었으며, 대부분의 제품군이 가격을 거의 동결하면서도 이전 시리즈보다 많은 코어를 탑재하게 되었다. 인텔 28코어, AMD 32코어 프로세서까지 등장한 최근의 현상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단순한 게임 플레이나 콘텐츠 소비용도로만 쓰이던 과거의 PC와 달리, 현대의 PC는 콘텐츠의 제작 및 다중작업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예전에는 4코어 프로세서로도 충분했을 지 몰라도, 미래의 컴퓨팅까지 대비하려면 한층 더 많은 코어의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