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상공개] 추억 속에 그대로 있어줘, 캔스톤 LX-GM3
[IT동아 강형석 기자] 우리가 음악을 듣는데 없어서 안 될 스피커. 이어폰이나 헤드폰 같은 물건은 그냥 작은 구멍에 꽂아 넣으면 그만이지만 큼직한 스피커는 전기의 은총이 아니면 절대 작동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가뜩이나 전원 케이블 여기저기 꽂아야 하는 PC에서 스피커는 정말 계륵 같은 존재였다. 필요는 한데 막상 있으면 잘 안 쓸 것 같기도 하고, 자리는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정말 충격적인 물건이 나타났으니 바로 USB 스피커였다.
듣기만 해도 설렜다. 생각해 보자. 돼지코(220V) 하나 덜 사용하는 것은 곧 전기세를 아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전기는 어디서 충당하는가? 바로 컴퓨터 USB 단자다. 여기에 연결하면 별도의 전원 연결 없이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는 등 오디오/비디오 세상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 정말 짜릿하다. 새롭기도 하고. 그런데 문제는 중요한 것에서 터졌다. 소리가 정말 별로였다는 것.
그러다가 이것이 방향을 바꾼게 전원은 쓰되 연결을 번거롭게 하지 않도록 만든 것. 그것이 일부 PC 스피커에 채용된 USB 방식 스피커다. 연결하면 PC가 스피커를 자동으로 인지해 자체적으로 소리 출력이 가능하도록 만든 구조다. 스피커 내에 음성처리장치(사운드 컨트롤러)를 내장했기에 가능한 것.
요즘 아무리 USB 단자 기능이나 출력이 좋아져도 한계가 존재한다. 스피커라는 것이 출력이 좋으면 자연스레 전력 소모가 커지고, 이를 아직 일반적인 USB 단자가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스마트폰에서 쓰는 타원형 모양의 USB-C 규격 단자를 쓰면 조금 나아지지만 당연히 이를 잘 쓰려면 가격이 비싸진다. 아. 인생이여. 왜 매번 시련만 주는거니?
캔스톤이 내놓은 LX-GM3 미니 스피커를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옛 USB 스피커 초창기 제품을 보는 느낌. 약 10~20년 전 용산 전자상가나 동네 PC 매장에 가서 돈 만 원 쥐어주면 매장 점원이 대충 툭 던져줄 것 같은 그런 스피커 말이다. USB 스피커의 기대를 넘어섰다고 하는데 생긴 것을 보면 기대보다 진한 아쉬움이 밀려온다.
일단 디자인이 과거 쌍팔년도에 유행한 듯한 모습이다. 세상에 맙소사. 스피커 유닛이 유광이다. 광이 엄청나다. 검은색 차량을 샀는데, 매일 세차하고 왁스칠 하면서 광적으로 관리한 듯한 느낌이다. 사용하면 먼지가 엄청나게 붙고 지문 한 번 묻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우퍼는 정말 전형적인 저가형 2.1채널 스피커에 제공되는 그 모양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사양은 일단 그럴 듯하다. 스피커 유닛 지름은 50.8mm로 비교적 큰 편이고, 우퍼 유닛도 101.6mm 가량이다. 하지만 기자가 늘 말하듯,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얼마나 탄탄하게 소리를 조율했는가가 중요하지. 출력은 10W 정도로 USB 전원을 쓰는 것 치고는 무난한 편이다. 딱 5V/2A 출력을 사용하는 듯 하다.
자체 사운드 처리 기능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캔스톤 브랜드가 막연히 고급 지향이 아닌 대중을 겨냥하다 보니까 가격 인상 요소를 잘 쓰지 않는 듯 하다.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3.5mm 단자를 PC 후면에 연결해야 된다. 게다가 조작 컨트롤러도 제공되지 않으니 우퍼 측면에 있는 제어 다이얼을 신나게 돌려야 한다. 그러니까 바닥에 놓고 쓰려면 처음부터 음량이나 저음을 미리 설정해 두고 쓰거나 책상 위에 올려두고 우퍼의 붕붕거림을 감내하며 쓰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 무엇 하나 만족스러운 선택지는 아니다.
가격을 보니, 온라인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것이 1만 9,900원이다. 나머지는 2만 7,900원 정도. 가격에 한 번 놀라고 우퍼에 LED가 나온다는 내용에 한 번 더 놀랐다. 하아. 차라리 그거 빼고 다른 것을 넣어주지.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