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영상을 위해 모니터를 바꿨다, 배지환 사진작가
[IT동아 강형석 기자]
"제가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를 한결같이 사용해 왔었어요. 다른 전문가 모니터는 제 취향이 아니었구요. 그런데 벤큐 SW 시리즈 모니터를 한 번 써 보니까 다른건 쓰지 못할 정도입니다. 색표현력이나 화질의 균일성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눈의 피로도 적구요."
지난 5월 2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는 연우갤러리에서 만난 배지환 사진작가는 디지털 사진 편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처럼 말했다. 사진과 영상 편집에 모두 직접 참여한다고 언급한 그는 카메라 및 또 다른 작업 도구인 모니터에 대해 신중히 접근한다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필름과 디지털 카메라를 번갈아 사용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 유연함이 선택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듯하다.
우연히 접한 필름 사진 한 장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배지환 작가는 이력이 독특하다. 처음부터 프로 사진가의 길을 걸은 것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퓨퓨(pewpew)'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그는 점차 내공을 쌓으며 실력을 인정 받아 프로로 전향하게 된 몇 안되는 작가 중 하나다. 그 때 사진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던 시기. 자연스럽게 두 가지 촬영 매체(필름, 센서)에 대한 이해도를 넓힐 수 있었다.
그는 어떻게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동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해외에 있는 친구가 보내 온 전자 우편 안에 담겨 있던 한 장의 사진이었다.
"제가 세무회계를 전공했었어요. 군대 전역하고 선배들과 23세부터 벤처사업을 했어요. 그 중간에 미국에 있는 친구가 메일로 사진 하나를 보냈어요.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었는데,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친구는 너도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보낸건데 신선했어요.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에 스트레스를 풀 것이 마땅히 없었던 배 작가는 바로 느낌이 왔다고. 그 동안은 오토바이를 타며 즐거움을 느꼈는데 위험하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술과 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유흥 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도 아니기에 사진을 하면 스트레스를 안전하게 해소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그의 아버지가 사진을 취미로 했다는 것 또한 영향이 있었다.
사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 다음해, 다니던 벤처 회사를 그만 두고 창동 부근에 사무실을 얻어 스튜디오를 꾸몄다고 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카메라와 배경지, 조명 등을 구입해 사진을 시작했다. 그는 "만나는 친구마다 저에게 미친X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만 두면서 벤처 회사 지분 다 포기하고 나에게 1,000만 원만 달라고 했어요. 어린 나이에 돈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사진을 하나하나 배웠어요. 촬영하는 기술은 독학으로, 조명 다루는 법은 카메라 조명집 아저씨에게 배웠어요. 폐 끼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어떻게 물어보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미안함을 무릅쓰고 조명가게 아저씨에게 조명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하나씩 배웠죠. 지금도 그 조명 매장과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주목 받았던 계기는 당시 촬영한 여자친구 사진 때문이었다고 한다. 과거 네이버에서는 좋은 사진을 매주 골라 전면에 노출시켜주는 판이 존재했다. 배 작가는 당시 퓨퓨(pewpew)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는데 여자친구를 촬영했던 사진이 주목 받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것이 프로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진과 영상, 그리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진만 촬영하는 줄 알았던 배지환 작가. 알고 보니 영상도 꽤 오랜 시간 촬영해 왔다고. 현재 사진과 영상 작업을 5:5 비율로 진행 중이다. 이노션과 함께 시각장애인용 점자 양말을 알리는 영상 작업을 했고, 인터뷰가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모 의류 브랜드의 광고 영상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약 10여 년 전에는 소니 알파 DSLR 카메라 홍보 모델이었던 소지섭과 함께 여러 광고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사진 작업의 절반은 필름이라는 것. 그는 늘 디지털과 필름 일안반사식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을 진행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에는 무조건 초점거리 50mm 단렌즈가 장착되어 있다고. 필름이 주는 특유의 느낌 때문이란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도 여전히 순간을 포착하는 스냅 촬영을 좋아하며, 작업할 때는 주로 직선과 그림자, 위트 있는 요소를 강조하고자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인상 깊었던 작업이 무엇인지 물었다. 배지환 작가는 카카오톡 배경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렀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이른 시간에 숙소를 나섰는데 길을 가다 엄청나게 큰 사슴을 만났다. 당시 가장 위험한 동물이 곰이나 호랑이 같은 육식 동물이 아닌 사슴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라 혹여 부상 당할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를 한참 고민했단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순간이었다고.
디지털 사진 후보정, 중요한 것은 디스플레이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데 거의 대부분이 디지털이다. 스마트폰, 콤팩트 카메라, 일안반사식(DSLR), 미러리스 등 굳이 필름 카메라를 찾지 않는 이상, 시중에 판매되는 대다수 제품은 반도체(센서)에 닿은 빛을 신호로 처리하는 디지털 방식이다. 여기에 초심자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다양한 선/후보정 기능들이 대거 탑재된다. 스마트폰 사진 앱도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취미 또는 전문적으로 사진을 다루는 사진가들은 여전히 모니터를 앞에 두고 사진을 보정하거나 편집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들은 적게는 몇 분에서 많게는 몇 시간을 한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최적의 결과물로 이어지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과거 필름 시절 어두컴컴한 암실에서 사진을 작업하던 것이 이제 모니터로 옮겨진 셈. 이를 '디지털 암실'이라고 부르고 있다.
때문에 배지환 작가는 디지털 암실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이 모니터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벤큐의 전문가용 모니터 SW2700PT(27인치)과 SW320(32인치)을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큰 것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서 27인치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고.
"디지털 암실에서 가장 중요한건 모니터죠. 보는 것이 중요하니까. 저는 조용할 때 작업을 하는데, 주로 늦은 저녁 시간입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 잠을 잘 때 말이죠. 어두운 환경에서 모니터를 보며 작업하는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당연히 눈에 무리가 갑니다. 그런데 벤큐 모니터를 쓸 때 저는 안경을 쓰지 않아요. 피로가 적은 편입니다."
장시간 화면에 집중해야 되는 사진작가와 영상 편집 전문가의 업무 특성상 모니터는 중요한 작업 도구 중 하나다. 벤큐 SW320는 4K 해상도와 HDR/HDR10 기능을 제공하고 배 작가가 애용하는 SW2700PT는 WQHD(2,560 x 1,440) 해상도를 갖췄다. 풀HD가 아닌 고해상도 모니터를 쓰는 이유는 증가하는 카메라 화소와 화질에 대한 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두 모니터는 화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차광막도 갖췄다. 작업하면서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전문가용 모니터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액세서리다. 이 외에도 화면에 집중되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깜박임 억제(플리커 프리)나 아이케어 기능도 있다.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색역(어도비RGB)과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색역 보정) 기능도 포함됐다.
이런 기능적인 면은 잘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편한 느낌이 들어 벤큐 모니터를 쓰면 오래 작업해도 피로하지 않다 말하는 배지환 작가. 약 15년 가까이 애용하던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를 과감히 쓰지 않고, 모니터를 교체한 이유는 사진영상 작업에 잘 어울리는 기능과 최적의 색 표현력 때문이라고 한다. 눈은 소중한 자산이니까.
사진을 재미 있게 하려면 '초심' 잊지 말아야
배지환 작가는 스마트폰, 전문 카메라 상관 없이 중요한 것은 사용 목적이라고 말한다. 카메라 선택에 대한 정답은 없으며, 필요에 따라 구매하면 된다는 것이다. 예로 소셜서비스를 주로 이용할 것이라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지만 더 좋은,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면 제대로 된 카메라를 구매해 다양한 촬영을 시도해 볼 것을 추천한다는 의미다.
사진을 많이 촬영했지만 타성에 빠진다는 느낌을 받는 사진사들도 분명 있다. 배 작가는 여럿 해봐야 나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고 마음이 편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항상 초심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가장 즐겁게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던 그 때가 가장 재미있고 좋을 때라면서. 그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게 그의 바람이다.
"형제들 모두 사진작가에요. 동생들 가르칠 때도 그랬지만 여럿 해봐야 나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냥 스트레스 받으라고 말해요. 마음이 편하면 나태해집니다. 제가 어떤 강연을 한 번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연사는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무예만 해도 그렇습니다. 가장 강한 띠를 물으면 대부분 검은색이라고 하는데 저는 흰색이라고 말해요. 그 검은띠가 헤져 흰색이 될 때까지 무예를 닦은 사람이 진짜인거죠. 저도 그걸 늘 잊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스스로도 상업 사진을 하다가도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스냅과 인물 등을 촬영한다는 배지환 작가. 약 1시간 가까운 시간이 짧게 느껴졌을 정도로 즐거운 만남이었다. 그 속에서 사진과 사진 문화에 대한 생각, 그리고 변화하는 디지털 이미징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의 멋진 작품들도 이면에는 뚜렷한 목표와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앞으로도 사진영상 문화를 이끄는 선구자 역할을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