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의 경쟁력? 실패도 빨리 하고, 빨리 수습해서, 또 도전하라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은 자신의 행보를 돌아보며 '9패 1승'이라고 평가했다. 단 1번 성공을 위해 9번의 실패를 경험했다는 뜻이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를 하면 좌절한다.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한다.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이룩하려면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9번의 실패에서 경험을 얻고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 값진 1승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야나이 회장은 현재의 유니클로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쓴 맛을 본적도 있고, 유기농 식품을 유통하려다 큰 손실을 입고 철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실패는 큰 성공을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다. 우리가 야나이 회장의 삶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이렇게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다. 그는 무엇이든 빠른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성공의 비결 가운데 하나는 '빨리' 실패하고, '빨리' 문제점을 찾아서, '빨리' 수습하고, '빨리'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
유니클로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출처 맥스픽셀>

의류에 인공지능을 접목... 아마존, 구글과 닮아가는 유니클로?

야나이 회장의 핵심 비즈니스 철학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도전정신'이다. 그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가 장악한 스포츠 의류 시장에 도전하고 있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규 상품 기획과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패션 상품을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비즈니스도 진행하고 있다. 2002년 야나이 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물러났다가 3년 만에 복귀한 바 있다. 당시 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가 안정만 추구하는 대기업병에 걸렸다"며 도전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유니클로는 IT기술을 접목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 해 초 도쿄 아리아케(有明)에 지상 6층 규모의 신사옥 '유니클로 시티 도쿄'를 공개하며 유니클로를 SPA 기업에서 '정보제조소매업'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던 상품 기획 기간을 2주 이내로 대폭 단축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1년 전에 기획한 상품을 판매하는 시스템 때문에 갑자기 닥친 따뜻한 겨울에 대응하지 못했고, 전년 대비 매출이 10% 가량 줄어든 문제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고객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신체 치수를 입력하고, 색상과 디자인을 선택하면 10일 내로 해당 제품을 만들어 집으로 보내주는 맞춤형 주문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유니클로
유니클로

<에프알엘코리아 제공>

지난 해 9월에는 인공지능 챗봇이 사용자에게 코디 및 트렌드를 제안하는 ‘UNIQLO IQ‘도 개시했다. 자신의 신체 치수에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 추천해주고, 주변 매장의 재고 상황을 알려주는 인공지능이다. 추천받은 상품은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올해 초 유니클로 모바일 앱에서 모든 유니클로 회원이 이용할 수 있게 공개한 상태다. 향후에는 음성 인식 기능과 한국어를 포함한 다국어 채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개발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기 위해 약 1000명의 직원이 신사옥 6층에서 근무하고 있다. 칸막이가 없는 약 5000평의 공간에서 상품기획, 판매영업, 물류, IT 개발 등 다양한 특기를 갖춘 직원들이 협업 중이다. 야나이 회장은 "의류 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이 정보산업과 서비스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며, "향후 유니클로의 경쟁자는 구글이나 아마존 등 디지털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유니클로는 2018년부터는 일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더 많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블랙기업으로 꼽히는 근무 환경... 성과주의의 폐해?

모든 곳에 빛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유니클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굴지의 SPA 기업이라는 빛 뒤에는 블랙기업(직원들에게 혹독한 근무환경을 강요하는 기업을 뜻하는 일본의 비즈니스 용어: http://it.donga.com/27495/참조)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야나이 회장은 철저한 성과주의로 유명하다. 그는 "경영자로서, 리더로서 나의 가장 큰 임무는 회사를 망하지 않게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부단한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 당연히 조직원도 이를 따라야 한다. 꼬리를 움직여 몸통을 움직일 수 있다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 이런 리더와 직원이 있을 때 비로소 조직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주의 때문일까. 유니클로의 근무환경은 일본에서도 손 꼽힐 정도로 나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비영리 기관지 아카하타(赤旗)는 2014년 11월 발행한 ‘블랙기업을 쏴라!(追及! ブラック企業)'를 통해 유니클로의 가혹한 근무량과 야근을 고발했다. 이에 따르면 유니클로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가운데 절반이 3년도 채 안 돼 이직하고, 휴직자 절반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 단기계약직(아르바이트)의 절반 이상이 6개월을 채 버티지 못한다. 원래 유니클로 내규에는 월 최장 노동시간은 240 시간을 넘어설 수 없지만, 점원들이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월 330 시간 이상이다. 유니클로 점포에는 약 40명 정도가 근무하는데, 이 가운데 정직원은 몇 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단기계약직이다. 대졸신입 사원들은 6개월 정도의 교육을 거쳐 특정 매장의 점장으로 발령받는데, 이들은 관리직이기 때문에 단기계약직 관리를 위해 수십 시간을 추가로 일해도 잔업수당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아카하타의 고발을 두고 유니클로는 법원에 사실과 다르다고 소송전을 벌였지만, 법원은 보도가 사실이라 인정하고 유니클로의 주장을 기각했다. 유니클로의 근무환경이 최악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2018년 현재도 철저한 성과주의에 따른 많은 근무량을 요구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 상태다.

물론 철저한 성과주의에는 나름 장점도 존재한다. 야나이 회장과 유니클로는 학력, 국적, 성별, 나이, 근속연수, 장애유무 등을 전혀 보지 않고 철저하게 실력만 평가해 승진 기회를 주고 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도 수십명의 직원을 이끄는 점장이 될 수도 있고, 불과 6개월만에 부점장에서 점장으로 승진할 수도 있다. 성과에 따라 1년에 두 번의 승진 기회를 주며, 당연히 주부나 고졸 사원에게도 대졸 사원과 동등한 승진 기회를 제공한다. 인사팀은 직원 개인이 작성한 목표 수치와 실제 성과를 비교 분석해 해당 직원의 향후 목표치와 보상을 함께 제공한다. 야나이 회장이 추구하는 철저한 성과주의에는 이러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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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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