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면에서 뉴스가 사라진다...?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 개편안 발표
[IT동아 강일용 기자] 2011년 이후 7년만에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의 구조가 변한다. 가장 큰 변화는 현재 첫 번째 면으로 고정되어 있던 검색+뉴스판에서 뉴스가 빠진다는 점이다. 오직 검색 기능만 남아있는 검색판으로 재편된다.
네이버는 9일 서울 역삼 파트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모바일 페이지 개편안을 발표했다. 네이버의 개편안은 크게 네 가지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첫 번째 화면 재편이다.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거하고, 순수하게 검색 기능만 남길 예정이다. 두 번째는 뉴스판의 신설이다. 뉴스를 공급하는 개별 언론사가 직접 노출될 기사를 선정하는 뉴스판과 인공지능 기반의 추천 서비스 에어스(Airs)가 사용자 취향에 맞는 뉴스를 추천해주는 뉴스피드판이 새로 추가된다.
세 번째는 급상승 검색어 제거다. 언론사들의 어뷰징(특정 화제 키워드에 맞춰 저질 기사를 양산하는 것)의 온상이었던 급상승 검색어를 네이버 첫 화면에서 제거함으로써 저질 기사가 범람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네 번째는 댓글 기능의 개편이다. 소셜 댓글(SNS 계정으로 댓글을 남길 수 있었던 기능)을 제거하고, 휴대전화번호를 바탕으로 개인을 식별해 한 사람이 하루에 남길 수 있는 댓글에 제한을 둘 예정이다. 또한 선거기간 동안 정치 관련 뉴스에 댓글을 남기지 못하도록 차단할 계획이다.
<신규 뉴스판,
댓글 정책 등을 발표 중인 한성숙 네이버 대표>
검색과 뉴스의 분리... 뉴스는 뉴스판과 뉴스피드판으로 나눈다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네이버 모바일 첫 번째 페이지인 검색+뉴스판이 검색판으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뉴스는 따로 분리되어 두 번째 페이지의 뉴스판으로 이동된다.
검색판에 검색 외에 무엇을 추가할지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 구글처럼 검색 기능만 덩그러니 제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사용자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페이지를 제공하겠다는 네이버의 향후 계획을 감안하면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커스텀할 수 있는 개인화된 페이지로 재편될 가능성이 더 높다.
기존 뉴스판은 뉴스판과 뉴스피드판으로 나뉜다. 뉴스판의 경우 네이버가 어떤 뉴스를 노출할지 결정(편집권)할 수 있었던 지금 방식과 반대로 네이버에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는 언론사들이 어떤 뉴스를 노출할지 결정할 수 있다. 뉴스판에 올라오는 기사는 언론사의 선택에 따라 아웃링크와 인링크 방식으로 나뉜다. 아웃링크는 네이버 내부(인링크)에서 뉴스를 보던 기존 방식과 달리 언론사의 페이지로 이동해서 뉴스를 보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아웃링크를 원하는 언론사와 협의해 아웃링크 가능 여부를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언론사의 광고 배치 구조, 홈페이지 속도, 사용자 환경 등을 미리 파악해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뉴스피드판은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반 추천 서비스 에어스가 사용자들의 취향을 분석해 이에 맞는 기사를 추천해준다. 현재 네이버 모바일 뉴스판 가운데에 있는 '모두를 위한 Airs 추천' 메뉴가 판으로 확대 적용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뉴스판과 뉴스피드판을 통해 언론사들의 편집 전문가들과 인공지능이 추천한 기사를 취사 선택할 수 있다.
매크로 방지를 위한 노력? 소셜과 정치 댓글 막는다
뉴스 댓글 기능도 크게 개편된다. 가장 큰 변화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계정으로 댓글을 달 수 있었던 소셜 댓글 기능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원래 소셜 댓글은 뉴스에 관한 의견을 SNS로 쉽게 공유하라고 추가한 기능이었다. 하지만 소셜 댓글이 복수의 아이디를 활용한 여론 조작에 악용된다는 지적을 의식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소셜 댓글 폐지와 함께 댓글 기능도 전반적으로 개편된다. 일단 댓글 자체를 보지 않도록 설정하는 기능이 추가된다. 한 사람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기준으로 하루에 달 수 있는 댓글 수를 제한하는 정책도 시행한다. 설령 아이디가 여러 개라도 본인 인증에 이용된 전화번호가 같다면, 해당 계정들은 하루에 올릴 수 있는 댓글 수가 같이 제한된다.
댓글을 다는 사람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지 추적하는 기능도 추가한다. 이를 통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을 다는 것을 막고,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자를 추적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처리 과정을 만들 계획이다. 설령 이용하는 계정이 다르더라도, 올리는 내용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면 이를 감지해서 댓글을 올리는 것도 막을 예정이다. 또한 6.13 지방선거 기간에는 지방선거 페이지와 정치 페이지에 올라온 뉴스에 댓글을 다는 것도 모두 막는다.
지금까지 언론사는 기사 공급만하고 댓글에는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지만, 이제 달라진다.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는 해당 기사의 댓글 정책을 직접 결정할 수 있다. 댓글을 허용할지, 댓글 정렬 방식을 공감순으로 할지 최신순으로 할지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변한다.
정치/선거에 관련된 기사 댓글과 일반 뉴스 댓글은 조금 다르게 관리된다. 정치/선거 기사 댓글은 좀 더 강력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기사 본문 하단에 5개의 댓글이 기본 노출되는 시스템이 폐지되고, 공감순으로 댓글이 보이는 기존 시스템 대신 최신순으로 댓글이 보이는 신규 시스템의 적용을 받는다. 또한 선거 기간 동안 24시간 매크로 감시 체계를 가동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경찰 또는 선관위에 신고할 예정이다. 선거 이후에는 매크로 모니터링 현황 및 대응 결과도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은 모바일 페이지에 먼저 적용될 예정이며, PC 페이지의 개편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아웃링크를 원한 언론사는 단 한 곳... 사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개편의 핵심
다음은 이번 변화를 두고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기자들간의 Q&A를 요약한 것이다.
Q. 뉴스 편집을 포기한다고 말한 것과 달리 에어스 기반의 인공지능 편집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공지능의 추천은 편집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인가?
A. 편집을 포기한다는 것은 네이버 직원이 편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공지능 기반의 추천 서비스는 현재 IT 업계의 화두다. 구글 등 경쟁사 역시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분야고, 네이버 역시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부분이다.
Q. 언론사의 동의 없이 인링크, 아웃링크 전환 정책을 발표한 것 아닌가?
A. 아웃링크 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언론사와 가이드라인에 대한 협의를 계속 진행할 것이다. 언론사별 상황을 들은 후 협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사용자가 원하면 지금처럼 뉴스판을 첫 화면으로 옮길 수 있는가? 뉴스판에 광고는 어디로 붙는가?
A. 뉴스판은 현재 기본 5개의 판에 신규 기본 판으로 추가된다. 위치는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기존의 채널 뉴스는 뉴스판에 통합된다. 기사 본문에 들어가는 광고 수익은 일부 수수료를 제외하고 모두 언론사에 돌려줄 계획이다.
Q. 아웃링크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A. 사용자들에게 아웃링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받을 계획이다. 늘어난 광고, 페이지 이동에 따른 불편함,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쓰고 있었는데, 왜 네이버와 언론사 마음대로 사용자 환경을 바꾸냐 등 다양한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의견을 참고해 합리적인 아웃링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Q. 첫 화면 변경이라는 결정을 내린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네이버의 이용자는 하루에만 3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 모두가 동일한 정보와 첫 화면을 보는게 현실이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용자를 만족시키려면 추천 서비스가 필수다. 때문에 모바일부터 먼저 바꾸려는 것이다. PC보다 모바일에서 일어나는 소비가 더 많기 때문이다. PC 첫 화면은 모바일 개선이 완료된 후 차차 바꿔나갈 계획이다.
Q. 개편된 검색판에는 어떤 내용물이 들어가는가?
A.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 먼저 비우고, 그 다음 무엇을 채울지 결정할 것이다. 주변에선 날씨는 꼭 넣으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웃음). 검색 중심 구성이란 무엇인가, 구글의 방식이 한국에 맞는 것인가 고민 중이다. 7~8년 전 네이버 모바일 구조를 처음 설계하면서 고민한 것처럼 네이버 모바일을 새로 단장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Q. 아웃링크 전환 후 언론사 홈페이지에 과도한 광고 및 링크, 낚시성 기사 등의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심하면 제휴를 끊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는가?
A. 현재 네이버와 콘텐츠 공급 제휴 중인 언론사 70여곳에 아웃링크 전환에 관한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70%가 답변을 주셨는데, 절반이 유보, 나머지 절반이 인링크 방식이 적합하다고 의견을 주셨다. 아웃링크를 원하는 매체는 한 군데 뿐이었다. 사실 아웃링크는 사용자 불편이 예상된다. 네이버, 언론사, 사용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인링크 유지 여부는 언론사들의 선택에 맡길 것이다.
Q. 실시간급상승 검색어는 어디로 옮길 계획인가? 선거 이후에도 댓글의 최신수 정렬은 그대로 유지되는가?
A. 사용자가 선택해야 검색어가 보이는 구조를 만들 것이다. 댓글 최신수 정렬 기능은 일단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유지할 계획이다. 공감수 정렬 기능의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추후 어떻게 바꿀지 고민 중이다.
Q. 뉴스판이 두 번째 화면으로 넘어가면서 뉴스의 파급력이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에 밀리게 되는 것 아닌가? 의제설정 능력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A.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네이버의 움직임으로 인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뉴스판을 두 번째 화면으로 배치하는 만큼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Q. 신설되는 뉴스판의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랜덤으로 기사를 노출하는가, 사용자가 설정하는대로 노출되는가?
A. 채널 뉴스판의 설정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용자가 채널 뉴스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뉴스판에 접속했을 때 취향에 맞는 언론사를 직접 설정하게 할지, 아니면 뉴스를 랜덤 노출한 후 원하는 언론사를 고르게 할 지 등을 두고 타협점을 찾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