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동대문 스타일로 6000억 대박낸 '스타일난다'의 비결
[IT동아 강일용 기자] 한국 1위 여성의류 쇼핑몰 '스타일난다'의 매각 소식이 장안의 화제였다. 화려한 성공 신화 뒤에 감춰진 비하인드 스토리와 스타일난다의 성공 비결을 간단히 정리했다.
10일 스타일난다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화장품 회사 프랑스 로레알 그룹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투자은행(IB)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스타일난다는 창업자인 김소희 대표가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매각하려는 지분은 그 가운데 70% 정도다. 매각 가격은 4000억 원 정도로 알려진 상태다. 매각이 성사된다면 22세 여성이 창업한 자그마한 인터넷 쇼핑몰이 14년만에 6000억 가치를 보유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성공 신화를 쓰게될 전망이다.
<이번 스타일난다 지분 매각으로 수천 억 원 자산가가 된 스타일난다 김소희 대표 / 출처 스타일난다>
스타일난다... 화장품으로 보세의류의 한계 뚫었다
스타일난다는 2004년 김소희 대표가 동대문 보세(노브랜드) 의류를 유통하기 위해 인천 부평구 자택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스타일난다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 출처 스타일난다 홈페이지>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옷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집에 있던 미싱기로 애완견의 옷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녀의 꿈은 옷집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상고를 나와 전문대에 진학한 후 일반 회사에 취직하면서 그녀의 꿈은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김 대표는 그 날로 회사를 그만두고 동대문 의류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의 뛰어든 계기가 흥미롭다. 동대문에서 사온 보세 옷을 김 대표 자신이 입다가 중고시장에 내놓았는데, 생각보다 잘 팔렸다. 이를 여러 번 반복 경험한 후 보세 의류만 다루는 인터넷 쇼핑몰이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되었다. 가족들도 그녀의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 어머니, 이모 등이 그녀의 사업에 합류했다. 둘은 지금도 김 대표를 도와 스타일난다의 중역으로 활동 중이다.
<핑크호텔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스타일난다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 출처 스타일난다 홈페이지>
스타일난다라는 '스타일이 멋지다'는 뜻을 담고 있다. 김 대표가 성장한 인천 지역에서 2000년 초반 유행한 단어다. 이 단어를 그대로 자사 쇼핑몰 이름에 도입했다. 2006년 '난다'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스타일난다가 다른 인터넷 쇼핑몰과 차별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창업자인 김 대표 자신이 쇼핑몰의 고객층과 일치한 세대였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특유의 소녀틱한 감성을 바탕으로 고른 의류들이 고객들의 취향에 적중했다. '난다걸'이라고 불리우는 스타일난다의 세련된 전속 모델 등도 스타일난다의 성공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난다걸은 이제는 일상화된 인터넷 쇼핑몰 전속 옷 모델의 시초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매출이 쑥쑥 늘어났다.
현재 스타일난다의 매출액은 1287억 원, 영업이익은 278억 원(2016년 기준)에 이른다. (2017 기업감사보고서가 아직 발행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불명이지만 스타일난다의 2017년 매출은 15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스타일난다는 국내 사업 위주로 진행하던 2011년까지는 별다른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매출은 300억 원대를 돌파했지만, 마진이 극도로 적은 보세 의류를 유통하다 보니 일어난 문제였다. 스타일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인터넷 쇼핑몰 전반이 겪던 문제였다. 패션플러스 등 스타일난다 못지 않은 규모를 갖춘 여성의류 쇼핑몰도 이 문제를 버티지 못하고 침몰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보세 의류를 대신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았다. 바로 자체 개발한 화장품이다. 2009년 색조화장품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를 선보였다.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화장품도 팔아보라는 고객의 제안을 받은 김 대표는 한국 최대의 화장품 제조 기업 한국콜마를 찾아갔다. 독자 브랜드를 설립하고 화장품을 판매할테니 화장품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했다. 립스틱 하나를 두고 10개가 넘는 수정 사항을 요구하는 등 까탈스러운 의뢰를 했다. 하지만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김 대표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시장은 그녀의 도전을 의심섞인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5일 만에 초기 주문량을 다 판매함으로써 자신의 사업감각을 증명했다. 현재 3CE의 화장품 제품은 약 500개 정도로 어지간한 중견 화장품 브랜드 못지 않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3CE 제품>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중국인 위해 결제수단 늘린 게 신의 한 수
2011년 이후 한류 열풍으로 타고 중국 시장에서 'K 패션(한국 여배우들이 드라마 등에서 입고나오는 스타일을 따라한 한류 패션)'이 유행하면서 스타일난다의 비상이 시작되었다. 김 대표는 2009년 중국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중문판 스타일난다를 설립하고, 이후 위챗페이, 알리페이, 텐페이, 페이팔 같은 중국인을 위한 결제수단을 도입하는 등 한류에 올라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 무렵 다른 온라인 의류 쇼핑몰은 이와 같은 결제 수단 도입을 하지 않거나 늦어졌다. 온라인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덕분에 스타일난다가 앞서나갈 수 있었다.
한류를 타고 스타일난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격히 늘어났다. 2014년에는 매출 1151억 영업이익 276억 원을, 2015년에는 매출 1089억 원 영업이익 235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를 설립한지 10년 만에 1000억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현재 스타일난다 전체 매출의 절반은 화장품 판매에서 나오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대부분이 마진율이 높은 화장품에서 나온다. 3CE는 MCM, 라인프렌즈, 아모레퍼시픽 등을 제치고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좋아하는 화장품 브랜드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스타일난다는 이제 보세 의류 유통사가 아닌 화장품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레알 그룹도 이렇게 중국인을 대상으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3CE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스타일난다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로레알그룹 본사 건물 전경>
로레알 그룹은 현재 로레알, 랑콤, 입생로랑, 슈 우에무라 등 주로 중고가 화장품 라인업을 보유한 회사다. 중저가 라인업은 키엘을 제외하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다. 중국인들에게 인기있는 3CE를 확보함으로써 중국 시장 저변 확대와 중저가 라인업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2012년부터 온라인을 넘어 스타일난다의 오프라인 진출도 꾀하고 있다. 2012년 가로수길에 첫 단독 가게(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이를 명동과 홍대 등으로 확대했다. 국내 10여곳의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에는 일본 도쿄 시부야 하라주쿠 거리에 단독 가게를 열었다.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 채널 세포라와 손잡고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7개국에 60여개의 매장을 내기도 했다.
로레알은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스타일난다 지분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사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매각을 원하는 김 대표의 입장과 중국 시장 입지 확보 및 중저가 브랜드를 원하는 로레알 그룹의 입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지분 매각 뒷이야기... 현대백화점도 스타일난다 노렸다
사실 2014년 이후 스타일난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정체된 상태다. 유행에 민감한 의류, 화장품 사업이다 보니 지금은 잘나가지만 언제 부침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주력 사업인 화장품의 경우 자체 생산인 아닌 외주를 주고 있어 신제품 개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때문에 회사의 체질을 개선한 후 다시 매각해 단기간에 이익을 내는데 집중하는 사모펀드에게 스타일난다는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다.
반대로 브랜드와 시장 확보를 통한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대규모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그룹에게 스타일난다와 3CE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매물이었다. 게다가 로레알 그룹은 화장품을 자체 생산하지 못한다는 3CE의 약점도 바로 해결해줄 수 있다. 다른 회사와 사모펀드를 제치고 로레알 그룹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현대백화점 신촌점 내 입점한 스타일난다 매장. 출처 3CE 네이버 포스트>
김 대표는 2016년부터 스타일난다를 매각하려는 마움을 품고 있었다. 전문경영인 출신이 아니다 보니 회사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약간의 지분만 판매하고 회사의 경영권은 김 대표가 쥐고 있으려 했지만, 이내 경영권을 포함해 대부분의 지분을 판매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당시 현대백화점과 글로벌 사모펀드가 스타일난다 인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스타일난다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세금 문제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 일부분이 회계처리에서 누락된 문제가 발견되었다. 스타일난다의 중국 판매량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에 직접 제품을 판매한게 아니라 따이공(보따리 상인) 등을 통해 한국에서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이 때문에 상당한 매출이 누락되었고, 탈세로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현대백화점은 이러한 탈세 등을 이유로 스타일난다의 가치를 5000억 원 정도로 산정하고 김 대표에게 인수를 제안했다. 스타일난다의 가치를 8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었던 김 대표는 이러한 현대백화점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인수는 무산되고 만다.
1년 동안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등 절치부심한 김 대표는 2017년 말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에 인수 절차를 맡기고 다시 스타일난다를 인수할 회사를 찾아 나섰다. 올해 1월 진행한 예비 입찰에 로레알 그룹, 칼라일 그룹 등 10여군데의 글로벌 기업과 사모펀드가 참여했고, 결국 10일 로레알 그룹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전체 지분의 70%를 4000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을 감안하면 김 대표 역시 자신의 의견을 조금 굽히고 스타일난다의 가치를 6000억 원 정도로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김 대표는 30%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남아 브랜드 기획과 제품 디자인 개발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회사 운영과 재무 관리 등은 로레알에서 파견한 전문경영인이 맡게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