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하면 암호화폐로, 에너지마인 솔루션의 가능성은?
[IT동아 강형석 기자] 블록체인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조금 생소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기업이 나섰다. 바로 에너지 마인(Energi Mine)이 그 주인공.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해 있는 블록체인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2017년 4월 11일,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를 자신들의 플랫폼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이유다.
에너지 마인은 주로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의외의 실력을 가진 기업처럼 보였다. 유럽 1,100여 지역에 1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에너지를 관라하고 있으며, 딥러닝(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마치 에너지의 생산과 운반, 소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을 응용해 효율을 높인 지능형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와 유사한 모습이다.
이와 별개로 이들이 내세운 것은 블록체인이다. 그렇다. 흔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등으로 잘 알려진 암호화폐들이 이야기하는 그 기술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혹시나 채굴을 동반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서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한 때 블록체인(이라 쓰고 가즈아라 말하는)은 여러 논란을 낳았다. 특히 채굴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조립 PC용 부품 가격이 폭등하는 문제가 있었다. 지금 일부 부품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 시세와 비교해 가격이 높은 부품도 존재한다.
그러나 에너지 마인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심적이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 구현을 위한 동기부여를 위해 ‘에너지토큰(Energi Token)’이라는 암호화폐를 제안하고 있다. 화폐명은 ETK다. 이 역시 획득을 위한 과정이 필요한데 채굴이라기 보다는 보상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 구조로 운영된다.
예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해당 제품을 판매한 제조사가 에너지 토큰을 제공한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면 지자체 등에서 이를 에너지 토큰으로 보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토큰을 실물 화폐로 교환하거나 요금 결제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전자는 크게 와 닿지 않았지만 후자는 조금 솔깃했다. 마치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에코 마일리지(Eco Mileage) 제도와 접점이 있기 때문이다. 에코 마일리지 제도는 전기와 수도, 도시가스 등을 절약하면 마일리지로 적립해주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이다. 관련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정보를 입력하면 매달 이용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하고 관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시는 이 정보를 6개월 주기로 집계해 절감율에 따라 마일리지로 적립하고 이 마일리지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데 쓰는 구조다.
만약 에너지 마인이 서울시와 협업해 이 에코 마일리지를 토큰으로 대체하면 이들의 생각이 어느 정도 현실화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봤다. 상호 협력해 토큰 활용처 또는 구매 매장을 최대한 확보하고, 사용을 독려하면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방한한 오마르 라힘(Omar Rahim) 에너지 마인 CEO 역시 이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이 모델은 에너지 마인이 있는 영국에서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 듯 했다. 현재 영국 국영 철도 기업인 네트워크레일(NetworkRail), 유로 개러지(Euro Garages), 일렉트라(Electra), 에너지 관리자 협회(EMA)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 특히 네트워크레일 같은 경우를 보면 임직원들 대상으로 보상 플랫폼을 활용하면 이를 토큰으로 보상 받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도입 초기이지만 이들 솔루션이 성과를 보이면 동참할 기업의 수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현재 암호화폐의 가치가 일정히 유지되지 않는 점이 대표적이다. 시장 가치에 대한 우려도 당연히 가지게 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에너지 마인의 솔루션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가 될지도 모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