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18] '인공지능의 LG vs 카메라의 삼성' 다르지만 같은 시선의 스마트폰

강형석 redbk@itdonga.com

[바르셀로나=IT동아 강형석 기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남은 것은 소비자들의 판단뿐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 중인 MWC 2018(현지시각 2월 26일~3월 1일)을 통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V30을 기반으로 완성도를 높인 V30S 씽큐(ThinQ)와 갤럭시 S8의 후속 라인업인 S9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출시 시기도 비슷하다. LG V30S 씽큐는 오는 3월 8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 갤럭시 S9 시리즈는 지난 2월 25일 이뤄진 언팩(Unpacked) 행사를 통해 공식 출시일이 3월 16일임을 언급했지만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3월 9일부터 개통이 이뤄진다. 일부지만 거의 출시일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만큼 삼성전자도 V30S 씽큐를 견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흥미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는 스마트폰이지만 전면에 내세운 강점은 서로 다르다. 큰 틀에서 보면 LG는 인공지능(AI)를, 삼성은 카메라를 전면에 내세웠다. 브랜드만 해도 그렇다. LG전자는 자사 인공지능 플랫폼 <씽큐>를 스마트폰에 적용함으로써 본격적인 인공지능을 내세웠다. 반면, 삼성은 갤럭시 S9에 <카메라, 다시 상상하다(The Camera, Reimagined).>라는 메시지를 통해 카메라 성능이 핵심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결국 두 제품이 만나는 포인트는 ‘사람’이다. 접근법이 다를 뿐이다. LG전자는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기능을 확장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을 선택했다면, 삼성전자는 뛰어난 카메라 성능과 관련 기능을 앞세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방식을 택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루는 '카메라'에 올인한 삼성 갤럭시 S9

MWC
2018
MWC 2018

MWC 2018 현장에 공개된 삼성 갤럭시 S9 시리즈는 앞서 진행된 언팩 행사와 마찬가지로 카메라 성능을 강조한 형태로 꾸며 관람객을 맞았다. 곳곳에 카메라를 활용한 체험 공간이 배치되었으며, 많은 관람객들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자리를 채웠다. 기자 또한 잠깐이나마 전시장 내에서 갤럭시 S9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갤럭시 S9은 기본적으로 5.8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기본형(S9)과 6.2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플러스(+) 두 가지로 출시된다. 육안으로 보이는 디자인이나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기존 갤럭시 시리즈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때문에 이전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접근성이 높으며, 반대로 말하면 굳이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해도 누군가의 눈에는 구형처럼 보일 테니까.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우선 앱을 처리하는 프로세서의 성능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내수용으로는 자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Exynos)를 쓴다. S9 시리즈에는 엑시노스 9810이라는 이름의 칩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국외에서는 퀄컴의 최신 처리장치인 스냅드래곤(Snapdragon) 845를 쓴다.

여기서 참고해야 할 것이 있다. 같은 갤럭시 S9 시리즈라도 처리장치에 따라 제공되는 기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로 퀄컴 자체 칩을 사용하게 되면 최신 고속충전 기술이나 aptX-HD 같은 무선 고음질 기술에 대응할 수 있다. 퀄컴 처리장치를 쓰는 LG 스마트폰이 해당 기술들을 지원한다. 반면 엑시노스는 자체 개발한 것이므로 이들 기능이 제외된다. 민감한 소비자라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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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18

결과적으로 빨라진 처리장치에 카메라가 더해지면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AR 이모지(Emoji)와 최대 960매 촬영이 가능한 슈퍼-슬로모(Super-Slowmo) 등이다. 이 외에도 카메라를 활용한 번역 기능이나 이미지 검색, 주문 검색 등을 지원하고 있다. 빅스비를 통해 기존에도 어느 정도 쓰였던 것이지만 2.0으로 반올림되면서 조금 더 많은 기능일 제공한다.

하지만 새로 추가된 기능은 대부분 경쟁사들이 먼저 제공했던 것들이다. 초고속 촬영은 소니 엑스페리아에서,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해 3D나 캐릭터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의 기능은 아이폰X에서 공개됐다. 삼성은 그저 해당 기능에 약간의 추가 요소를 더한 것이 전부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올린 듯한 느낌이라면 과장일까?

인공지능을 활용해 '나'만의 기기를 다룬다, LG V30S 씽큐

삼성 갤럭시 S9 시리즈가 카메라를 통해 인공지능 관련 기능을 확대하는 느낌이라면 LG V30S 씽큐는 본격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기능을 확대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인상을 준다. MWC 2018 행사장 내 마련된 LG전자 전시장은 인공지능 기술을 스마트폰 기능에 적용된 사례를 하나하나 체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꾸몄다.

LG V30S 씽큐는 V30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한다. 크기와 무게도 동일하다. 소비자는 128GB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일반형과 256GB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V30S 플러스(+) 씽큐를 선택할 수 있다. 크기에 따른 분류가 아닌 용량에 따라 구분해 놓았다. 그렇다 보니 LG전자의 신제품 또한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해 신선도가 떨어지는 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기기 사양도 동일하다. 중앙처리장치를 퀄컴 스냅드래곤 835를 쓴다. 하지만 국내에서 자체 생산 처리장치를 쓰는 삼성과 다르게 일부 특이 요소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속충전 기술이나 음원을 고음질로 듣게 해주는 aptX-HD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최신 프로세서를 접목한 갤럭시 S9 쪽이 성능 면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LG는 주요 기능에 힘을 실으면서 완전한 차별화를 꾀했다. 바로 이름에 있는 ‘씽큐’가 그것. 인공지능 가전 브랜드인 이것을 스마트폰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사용자 편의 위주로 기능들을 재편했다. 몇 가지 살펴보면 Q보이스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앱 실행과 더불어 카메라 기능에 인공지능 요소를 추가, 촬영 및 정보 탐색에 도움을 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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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 카메라 앱 내에는 큐렌즈(Q Lens)와 인공지능 카메라(AI CAM) 기능이 제공된다. 큐렌즈는 사물을 보고 있으면 구매 페이지로 연결해 주는 비주얼 쇼핑(Visual Shopping), 원하는 결과를 검색해주는 비주얼 탐색(Visual Search), QR코드를 인식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인공지능 카메라는 사물이나 인물을 분석해 최적의 결과물과 기능을 제공한다. 실제로 MWC 2018 현장에서 접해 본 LG V30S 씽큐의 카메라는 사물을 비추니 다양한 결과를 화면 위에 보여준다. 잔디, 빌딩, 녹색 등등 여러 메시지들이 나타난다. 카메라는 이를 분석해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잘 잡기 위한 결과물을 제시했다. 인물도 마찬가지다. 셀프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바꾸니 인공지능은 기자의 얼굴을 분석해 최적의 분위기를 내는 효과를 제안했다. 음식 위에 카메라를 가져가도 결과는 비슷했다.

인공지능은 사진 결과물에도 영향을 준다. 밝기 모드(Bright Mode)는 어두운 곳에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 두 배 더 밝은 결과물로 만들어낸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화질에 개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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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18

카메라 기능은 구글 어시스턴트와도 연계된다. 예로 “오케이 구글, 광각 셀피 열어줘”라고 말하면 전면 카메라가 작동하며 셀프 촬영 준비를 마친다. 여기에 인공지능 카메라 기능이 활성화되면 주변 광량과 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효과를 제안하게 된다. LG는 약 32개가량의 명령어를 먼저 제공하고 꾸준히 이를 늘려갈 예정이다. 실제 관련 기능을 체험해 본 후 아쉬운 점을 느꼈다면 아직 설익은 인상이 있다는 부분이다. 신기하기는 했으나 인공지능이라고 다 완벽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발 빠른 삼성·숨 고르는 LG, ‘행보 달라도 시선은 같다’

MWC 2018에서 두 스마트폰 제조사의 행보를 보면 삼성은 숨 가쁘게 움직이는 운동선수, LG는 어딘가에 집중하는 전문가라는 느낌을 준다. 본격적인 행사의 막이 오르기도 전 언팩 행사를 열어 화려한 시작을 알린 갤럭시 S9, 차분하지만 필요한 기능을 착실히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는 V30S 씽큐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행보는 다르지만 두 제조사가 보는 곳은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결국 스마트폰은 사람이 다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기업이 처한 상황은 너무 다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사태를 겪은 이후에 선보인 갤럭시 S8과 갤럭시 노트8이 흥행하면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에 출시한 갤럭시 S8 시리즈는 출시 1개월 만에 전 세계적으로 500만 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하량도 2000만 대 이상에 달할 정도다. 베스트셀러인 S8의 뒤를 이을 S9 역시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전자는 다소 분위기가 무겁다. 주력 프리미엄 라인업이던 G 시리즈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한 V30이 출시 이후 좋은 분위기 속에 판매가 이뤄져 체면을 살렸지만 경쟁사나 다른 유명 스마트폰들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이다. 이에 LG전자는 V30S 씽큐를 통해 V30 시리즈의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며 후속기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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