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화려함은 기본, 마닉 K735 게이밍 키보드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같은 키보드라도, '게이밍'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 이러한 게이밍 키보드는 일반 키보드와 어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명칭이나 가격에 차이가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작동 방식이다. 주로 멤브레인 스위치를 사용하는 일반 키보드와 달리, 게이밍 키보드는 주로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한다. 반발력이나 내구도 등이 일반 키보드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빠르게 자판을 두드려도 경쾌한 느낌이 들며, 하나의 기판으로 작동하는 멤브레인 방식과 달리 여러 글쇠를 동시에 눌러도 키 입력을 인식할 수 있다.

화려한 외관 역시 차이점이다. 최근 등장하는 게이밍 키보드는 상당수가 다양한 색상을 내는 조명을 갖추고 있으며,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조명 효과를 선택할 수도 있다. 글쇠의 조명뿐만 아니라 키보드의 프레임에도 이러한 RGB 조명을 탑재하는 제품도 있는 만큼, 키보드의 기능적인 부분 외에도 보는 맛을 더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제품은 가격도 제법 비싼 만큼, 겉으로 화려해야 '돈 잘 썼다'는 느낌을 받기 좋다.

마이크로닉스가 선보인 게이밍 키보드 마닉 K735(MANIC K735)는 이러한 맥락의 제품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게이밍 키보드로서의 주요 기능과 함께 화려한 조명 효과를 갖춘 것이 특징인 제품이다.

마닉 K735 게이밍 키보드
마닉 K735 게이밍 키보드

필자가 이 제품을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조명 효과다. 전용 소프트웨어 없이도 키보드에 있는 단축키만으로도 다양한 조명 효과 설정이 가능하다. 또, 이러한 설정 방법이 생각보다 직관적이라 설명서를 한 번 훑어보고, 몇 번 눌러보면 원하는 조명 효과로 키보드를 꾸밀 수 있다.

기능(Fn) 키를 누른 상태로 삽입(Ins) 키를 누르면 사용자가 글쇠를 눌렀을 때 어떤 조명 효과를 낼지 선택할 수 있다. 사용자가 누른 글쇠만 조명이 잠깐 켜지게 할 수도 있고, 누른 글쇠 주변의 조명이 동시에 켜지면서 '폭탄'이 터진 듯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누른 행이나 행/열의 조명을 모두 켜는 등의 반응 효과도 설정 가능하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없이, 키보드 단축키만으로 다양한 조명 효과를 설정할 수
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없이, 키보드 단축키만으로 다양한 조명 효과를 설정할 수 있다

기능 키와 홈(Home) 키를 누르면 조명이 마치 숨을 쉬듯 한번에 켜졌다가 서서히 꺼진다. 이밖에도 조명이 기능 키와 삭제(Del) 키를 눌러 조명이 파도치는 듯한 효과를 내게 설정할 수도 있으며, 조명을 선택한 후 기능 키와 방향 키를 눌러 조명 밝기나 효과 속도를 세부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조명 패턴은 물론, 발광 속도나 밝기 역시 조절
가능하다
조명 패턴은 물론, 발광 속도나 밝기 역시 조절 가능하다

글쇠뿐만 아니라 키보드 테두리의 조명 색상과 발광 패턴 및 속도 까지 변경할 수 있다. 참고로 단축키의 아이콘을 보면 K라는 모양의 아이콘은 각 글쇠의 조명 효과를, S라는 모양의 아이콘은 테두리(Side)의 조명을 설정하는 단축키다. 만약 모든 설정을 초기화하고 싶다면 기능 키와 함께 ESC키를 5초 정도 누르고 있으면 된다.

마닉 K735는 카일 박스축을 사용한 기계식 키보드다.우리가 흔히 기계식 키보드라고 할 때 떠올리는 체리 스위치 혹은 유사 체리 스위치와 달리, 축 자체가 네모난 상자 모양처럼 생겼다. 기존 체리 스위치와 비교해 조금 더 가벼운 힘으로도 키를 누를 수 있으며, 개발사인 카일에 따르면 내구성도 50% 정도 향상했다. 박스축 역시 종류에 따라 딸깍 거리는 소리와 느낌을 내는 클릭 스위치, 누르는 그대로 소리 없이 입력되는 리니어 스위치 등으로 나뉜다.

카일 백색 박스축을 사용한
모델이다
카일 백색 박스축을 사용한 모델이다

필자가 사용한 카일 백색 박스축 키보드는 전반적인 타건감이나 소리가 체리 청축 스위치와 비교해 조금 가벼우며, 누를 때 드는 힘은 체리 적축 스위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낌이라고 했지만, 반발력은 양호하기 때문에 빠르게 자판을 눌러도 경쾌하며, 각 글쇠를 눌렀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박스축의 또다른 장점은 방진/방수 기능이다. 박스축은 구조상 방진/방수 구조로 설계하기 쉬우며, 이덕에 키보드에 과자 부스러기나 약간의 음료를 흘려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물론 당분이 있는 음료를 흘리면 키캡이 프레임에 붙어버릴 수도 있다...). 마닉 K735 역시 IP56의 방진/방수 등급을 갖춘 만큼 약간의 이물질 정도는 막을 수 있는 생활방수 기능을 갖췄다. 물론 이 말이 먼지나 물에서 완전히 안전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생활방수 기능은 최소한의 보험이지, 물을 들이붓거나 먼지를 뿌려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IP56의 방진/방수 등급을
갖췄다
IP56의 방진/방수 등급을 갖췄다

게이밍 키보드로서의 필수적인 기능도 일부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하드웨어 매크로 키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없이도 반복 입력(매크로)을 녹화하고 단축키 하나만으로 이를 반복 재생할 수 있다. 윈도우 키 잠금 기능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 중 윈도우 키를 잘못 눌러 게임 화면이 바탕화면으로 바뀌거나 시작 메뉴가 열리는 일도 예방할 수 있다.

매크로 녹화 기능, 윈도우 키 잠금 등 게이밍 키보드의 기본 기능을 갖추고
있다
매크로 녹화 기능, 윈도우 키 잠금 등 게이밍 키보드의 기본 기능을 갖추고 있다

키보드와 PC를 연결하는 케이블 역시 게이밍 키보드 답게 섬유 소재로 제작했다. 케이블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남는 길이를 원하는 형태로 쉽게 말아서 PC나 모니터 뒤쪽으로 숨겨놓을 수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부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이다. 전자민원 서비스 등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아무런 키 입력도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10~20만 원을 넘는 게이밍 키보드 중에는 게이밍 모드(무한입력, 안티고스팅 등)가 아닌 일반 사용 모드로 전환하는 레버가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제품에는 해당 기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 다른 키보드를 연결하고, 필요한 작업이 끝나면 다시 이를 삭제하는 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공공 사이트에 액티브X 완전 퇴출을 선언한 2020년이 된다면 이러한 걱정도 줄어들겠지만…

마닉 K735 게이밍 키보드
마닉 K735 게이밍 키보드

제품 가격은 2018년 2월 중순을 기준으로 7만 2,500원 정도다. 수십만 원대의 고급 게이밍 키보드와 비교해 기능이나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화려한 조명 효과를 통해 보는 맛을 더한 만큼, 게임 애호가 중에서도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 어울릴 제품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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