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시장을 바라보는 애플과 IT기업들
[IT동아 권명관 기자]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 모바일 기기 보급과 사용자 편의를 위한 의료기기의 모바일화에 따른 융합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 의료기기는 FDA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순수하게 '의료를 위한 목적' 위주로 개발되었다. 때문에 디자인과 사용 편의성 등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의료기기는 처음부터 사용자가 번거롭지 않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동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개발된다. 이는 의료기기의 모바일화로, 주 사용층이 의료 전문가(의사, 간호사 등)에서 점차 일반 소비자로 확산되고 있는, 변화를 나타낸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와 같은 모바일 스마트 기기에 헬스케어 기능 탑재도 늘어났다. 2013년부터 시작된 웨어러블 기기가 사용자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헬스케어 기능이다. 핏빗, 조본, 애플, 삼성전자 등이 선보인 웨어러블 기기는 세련된 디자인과 간결한 건강관리 기능을 지원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시장 발전 가능성도 낙관적이다. 시장조사전문기관 'Statista'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 규모는 1,420억 달러(한화 약 151조 원)에 달한다.
<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 규모, 출처: Statista >
다만, 아직 숙제는 남았다. 현재까지 사용자들이 느끼는 모바일 웨어러블 기기의 효용성이 제한적이기 때문. 실제 사용자들이 건강관리, 헬스케어 기능을 지원하는 모바일 기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부족하다. 단순히 걸음수, 심장박동수, 인바디 수치 등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애플 팀 쿡 CEO, 헬스케어 확장한다
지난 2018년 2월 13일, CNBC에 따르면 애플 팀 쿡 CEO가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의료산업 분야는 여전히 복잡하다. 그리고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걸 항상 독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플은 의료산업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업계는 이를 애플이 헬스케어를 넘어 의료산업까지 진출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 애플 팀 쿡 CEO >
애플이 헬스케어 시장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모바일, 웨어러블 기기에 '헬스 킷(HealthKit)'을 처음 공개한 시기는 2014년 6월로 어느새 3년을 넘어섰다. 당시에는 간단한 건강 정보만 측정할 수 있는 보조 수단으로 인식되었지만, 그간 애플은 기존 의료 기관, 의료 서비스 업체 등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했다.
얼마 전, 애플이 업데이트한 'iOS 11.3(베타)' 버전의 헬스 앱은 'Health Records' 섹션 기능을 개선했다. 애플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자신의 '의무 기록(medical records)'을 수집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흩어져 있는 의무 기록을 한 곳에 통합 관리해 사용자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더 유익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애플 헬스 킷의 Health Records, 출처: 애플 >
참고로 'Health Records' 섹션은 헬스 앱 내 'Health Data'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방문한 병원, 클리닉(개인 병원), 랩 등에 있는 의무 기록 등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Johns Hopkins Medicine', 'Cedars-Sinai', 'Penn Medicine' 등에서 환자와 함께 해당 기능을 테스트 중이며, 애플은 더 많은 의료 기관들과 연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간을 잠시 1년 전으로 돌려보자. 애플이 랩 테스트나 방사선 촬영 데이터를 헬스케어 플랫폼과 통합하기 위해 'Health Gorilla'와 협력 중이라는 소식이 퍼졌다. 'Health Gorilla'는 2011년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서 설립, 각종 랩 테스트(lab test) 결과나 방사선 촬영 이미지 데이터를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미국 내 병원의 경우 랩 테스트 신청 후 결과를 받기 위한 서류 작업이 많으며, EMR 시스템에서는 관련 기능을 이용할 수 없는 불편함을 해결한 것. 당시 애플은 이 같은 협력을 통해 사용자들의 혈액 검사와 X레이, MRI 촬영 데이터, 기타 건강 관련 검사 데이터를 통합할 것으로 예상됐다.
< Health Gorilla, 출처: 애플 >
아마존, 구글, 삼성전자도 바라보는 헬스케어 시장
애플 팀 쿡 CEO의 자신감 찬 발언을 공개한 CNBC는 지난 2017년 7월 26일(미국시간), 아마존의 비밀개발조직 '1492팀'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무실을 운영하며 헬스케어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냈었다. 당시 1492팀은 기존 전자의무기록시스템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성공할 경우 아마존이 사용자들과 의사들이 전자의무기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다수의 의료 전문가가 함께 일하고 있다. 'AWS(Amazon Web Services)'는 대형 병원, 제약사 등의 계약 수주와 'MS', '구글' 등 경쟁하기 위해 다수의 의료, 헬스 전문가를 영입했다. 또한, 2017년 3월에는 암 초기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생명과학 회사 'Grail'에도 투자를 실시한 바 있다.
< 삼성 헬스, 출처: 삼성전자 >
지난 2017년 1월에는 삼성전자가 헬스 관련 앱 'S Health'에 의료 정보 검색, 온라인 진료 서비스 등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구글은 지주 회사인 '알바벳(Alphabet)'의 생명과학 계열사 'Verily'가 헬스 트랙킹 기능을 강화한 신규 스마트 시계를 개발 중이다. 신규 스마트 시계는 구글의 생체지표(biomarker, 질병이 진행되는 단계 중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형태학적, 생화학적, 분자생물학적 변화) 프로젝트용으로 활용할 예정. 즉, 구글 역시 웨어러블 기기와 같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 기능을 개발 중이다,
IT와 의료, 두 산업간의 충돌과 이해 관계
이전부터 IT와 의료 시장은 지속적으로 협력을 시도했다. 지난 수십년간 'e-헬스', 'u-헬스', 'm-헬스' 등 이름도 바뀌며 논의를 계속했다.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상승 등의 범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 속도와 시장 상용화 속도는 더디다.
사용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것을 번거롭게 느낀다. 측정 데이터에 대한 정확도도 신뢰하지 못한다. 몸이 아프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처럼 환자가 자가진단을 꺼리는 것은 환자에 친화적이고 품질이 보장되는 서비스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논의했지만, 성공적인 서비스 모델이 자리잡지 못한 것은 의료와 IT의 두 산업간의 협력이 긴밀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여러 이유가 있다. 제도적 차이와 업계의 기득권, 이익단체와의 갈등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비롯해, 핵심고객에 대한 인식,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혁신하고자 하는 목적 내부적인 갈등도 포착된다. 서로 상반되는 입장의 두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협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IT와 의료 시장의 융합은 이제 새로운 흐름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업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