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EO 열전] 세계에서 제일 어린 억만장자... 스냅챗 창업자, 에반 스피겔
[IT동아 강일용 기자] 스냅챗은 페이스북의 주 무대인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국내 이용자는 적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입지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내 스냅챗의 사용자수는 6600만 명 수준이다. 전 세계 사용자수도 인상적이다. 금융조사기관 BTIG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스냅챗의 전 세계 일간사용자수(DAU)는 1억 7300만 명에 이른다.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를 위협하는 남자, 스냅챗을 이끄는 에반 스피겔이 CEO 열전 주인공이다.
창업가가 아니라 '셀럽'이라 불러다오
에반 스피겔(Evan Thomas Spiegel)은 이러한 스냅챗의 창업자이자 현 최고경영자다. 그는 흔하디 흔한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이 아니다. 자신의 화려한 삶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셀럽(유명인)'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스피겔은 2015년 '세계에서 제일 어린 억만장자'란 타이틀을 닉 우드먼 고프로 최고경영자로부터 뺏어왔다. 그는 1990년 생이다. 지금도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로 31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스피겔의 자산 대부분은 그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스냅챗의 주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피겔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의 부모는 모두 변호사였고, 캘리포니아 해변가에 200만 달러 상당의 저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피겔은 이러한 부모 밑에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유복한 유년 시기를 보냈다. 여름에는 서핑을 겨울에는 스노우보드를 타러 다녔으며, 헬기를 타고 캐나다에 방문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2014년 1월 포브스의 표지를 장식한 에반 스피겔. 포브스 홈페이지 캡쳐>
전 세계에서 손 꼽히는 명문인 스탠퍼드 대학교에 진학한 후 카파 시그마 사교클럽에서 훗날 함께 사업을 하게 될 바비 머피와 레지 브라운을 알게 되었다. 스피겔은 디자인을 공부하던 어린 시절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레드불, 인튜이트 등에서 유급 인턴으로 일하며 언젠가 자신만의 사업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스피겔에게 레지 브라운이 접근했다. 브라운은 사진이나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뒤 이것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휘발성 모바일 메신저다. 왓츠앱 등 당시 유행하던 모바일 메신저는 대화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어 개인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었는데, 휘발성 모바일 메신저는 이러한 위험을 없애주기 때문에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브라운은 스피겔이 사업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둘은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춘 바비 머피를 사업으로 끌어들였다.
디자인을 전공한 스피겔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메신저의 사용자 환경(UI)을 디자인했고, 머피는 프로그래밍 지식을 토대로 메신저를 설계하고 만들어 냈다. 둘의 노력으로 2011년 7월 마침내 '피카부(Picaboo)'라는 프로토타입 서비스가 세상에 출시되었다.
피카부를 만들면서 스피겔과 머피는 불만을 가지게 된다. 아이디어를 낸 것은 브라운이었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만든 것은 스피겔과 머피였기 때문이다. 둘은 브라운을 내보내고 새로 서비스를 출시하자고 합의했다. 그리하여 2011년 9월 피카부는 스냅챗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회사에서 축출당한 브라운은 당연히 가만있지 않았다. 2012년 5월 자신이 스냅챗에 정당한 지분이 있으며, 스피겔과 머피가 스냅챗의 아이디어를 자신들이 낸 것처럼 포장하는 등 사기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피겔과 머피는 브라운이 단순히 고용된 인턴 직원에 불과하며 실제로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2년 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결국 스피겔과 머피는 브라운에게 1억 55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브라운을 스냅챗의 원작자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이 합의를 통해 스냅챗은 브라운이 디자인한 유령 마스코트(Ghostface Chillah)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피겔은 그보다 앞서 소셜 서비스 시장을 개척한 마크 저커버그와 비슷한 길을 밟고 있다. 유복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난 점, 하버드와 스탠퍼드라는 명문대에 진학해 졸업도 하지 않고 창업에 나선 점, 창업 아이디어를 두고 구설수에 휘말린 점 등이 닮았다.
<에반 스피겔과 아내이자 유명 모델인 미란다 커 / 출처 미란다 커 인스타그램>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중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면, 스피겔은 자신의 화려한 삶을 공개해 대중에게 셀럽으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스냅챗의 성공으로 스피겔은 2014년 타임지가 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2015년에는 미모의 모델인 미란다 커와 열애설이 터졌다. 스피겔은 이를 인정하고 이혼녀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며 7살 연상인 미란다 커와 결혼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17년 5월 지인들만 초대해 비공개 결혼식을 가졌다. 둘의 신혼여행은 그 호화로움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레드불의 공동 창업자인 디트리히 마테슈츠가 보유한 리조트 섬에서 허니문을 즐겼는데, 이 리조트 섬의 하루 숙박료는 최대 6만 달러에 이른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리조트로 유명한 장소다. 방마다 수영장이 딸려있으며 리조트내에서 골프, 서핑, 승마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어린 억만장자와 세계적인 여배우의 신혼생활은 미국의 연예지를 통해 매일 널리 알려지고 있다.
10~20대 공략이 바로 스냅챗의 성공 비결
페이스북이 소셜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스냅챗은 어떻게 페이스북의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일까. 비결은 바로 페이스북에서 이탈한 사용자층을 흡수한 것에 있다.
페이스북과 저커버그는 지금 큰 고민에 빠져있다. 회사의 매출과 사용자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10~20대(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라는 특정 연령의 사용자층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10~20대가 페이스북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자신들만의 세상이라고 여겼던 소셜 서비스에 부모 세대들이 들어오면서 과거처럼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는 10~20대들에게 페이스북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낡고 지루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10~20대들은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탈해 이를 대신할 새로운 소셜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다. 스냅챗과 스피겔은 바로 이러한 10~20대 사용자들을 집중 공략했다. 10~20대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적극 채용함으로써 페이스북 이탈자들을 스냅챗의 사용자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스냅챗은 두 가지 무기를 토대로 10~20대를 공략했다. 첫 번째 무기는 스냅챗의 근간인 '휘발성 메시지'다. 스냅챗은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으면 10초내로 내용이 자동으로 삭제된다. 때문에 스냅챗으로 메시지를 전달받는 상대방은 무슨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다른 메신저와 달리 내용에 집중해야만 한다. 이러한 차별점이 새로운 것을 찾는 10~20대들에게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성공했다.
두 번째 무기는 '필터'다. 스피겔은 10~20대들이 글자보다 사진과 동영상 같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자신들의 의사를 주고받는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러한 10~20대를 공략하기 위해 스냅챗에 사진, 동영상 등을 꾸밀 수 있는 필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오필터(Geofilter)'라는 이름의 이 기능은 현재 사용자의 위치를 토대로 개인마다 다른 수십 개의 필터를 제공한다. 이 필터를 활용해 10~20대들은 자신만의 개성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스냅챗이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시장조사기관의 조사결과도 이러한 스냅챗의 인기를 뒷받침한다. 컴스코어는 지난 해 6월 미국 사용자들의 앱 사용현황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스냅챗은 미국 18~24살의 사용자들 사이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를 제치고 3위를 기록해 가장 인기있는 메신저 앱으로 등극했다. 25~34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6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사용률을 보여줬다.
저커버그는 이러한 스냅챗의 인기가 페이스북의 미래에 큰 위협이라고 여겼다. 저커버그는 초기 소셜 서비스였던 마이스페이스가 허무하게 몰락하는 것을 보면서 사용자층의 이탈이 소셜 서비스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의존하지 않고 페이스북을 대체할 수 있는 소셜 서비스를 키우는데 많은 투자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0~2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던 소셜 서비스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2013년, 저커버그는 스피겔에게도 10억 달러에 스냅챗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무료 앱인데다가,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도 없었던 서비스에게 한 것치곤 파격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스피겔은 더 큰 야심이 있었다. 바로 스냅챗이 페이스북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사용자층을 지속적으로 흡수해 페이스북의 기반을 무너뜨리면 페이스북이 가진 모든 것이 스피겔과 스냅챗의 것이 될텐데 그깟 10억 달러에 혹하겠는가. 스피겔은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구글의 300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도 거부하는 등 자신의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저커버그의 제안을 거절한 후 스피겔은 스냅챗이 독자적인 서비스로서 생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오필터에서 기업이 브랜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했고,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처럼 스냅챗에서도 새로운 소식이 유통되고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디스커버'라는 신규 서비스를 추가했다. 스냅챗을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도 출시하고, 스냅챗과 연동해 사진과 동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해서 친구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스마트 선글라스 '스펙터클스'를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 끝에 마침내 스피겔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다. 2017년 3월 2일, 스피겔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스냅챗을 상장했다. 상장 첫날 스냅챗의 주식은 공모가 17 달러보다 44% 비싼 주당 24.4 달러에 거래되었다. 시가총액 330억 달러에 이르는 또 하나의 소셜 서비스 업계 거물이 등장한 것이다. 최고경영자인 스피겔과 최고기술책임자인 머피는 주주들의 신임을 바탕으로 전체 의결권의 70%, 전체 주식의 18%를 보유한 진정한 의미에서 억만장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넘기엔 너무나 거대한 페이스북의 벽...철없는 20대 셀럽이라는 점도 불안요소
에반 스피겔의 영광은 길지 않았다. 2017년 3월 상장 이후 스냅챗의 주가는 1주당 27달러에서 11.8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55억 달러를 넘나들었던 스피겔의 재산도 25억 달러 수준으로 함께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냅챗이 최근 반등에 성공해 1주당 19달러까지 주식 가격을 회복한 점이다.
하지만 경쟁자인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이 현재 전 세계 6위에 이르는 점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이다. 역대 IT 기업 가운데 알리바바, 페이스북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로 상장에 성공한 스냅챗이 왜 현재 이렇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에반 스피겔. 출처 플리커>
라이벌? 넘기엔 너무 높은 절대강자 페이스북의 벽
스피겔과 스냅챗이 부진한 첫 번째 이유는 경쟁자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이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탈한 10~20대 사용자들의 상당수는 분명 스냅챗으로 유입되었다. 하지만 모든 10~20대 사용자들이 스냅챗으로 몰린 것은 아니다. 스냅챗 못지않게 많은 인원이 페이스북의 자매 소셜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으로도 유입되었다.
이는 스냅챗이 게시물과 뉴스피드 기반의 소셜 서비스가 아니라 메신저 기반의 소셜 서비스이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을 대신할 모바일 메신저를 찾던 10~20대 사용자들은 스냅챗으로 유입되었지만, 페이스북 같은 게시물 기반의 소셜 서비스를 대신할 서비스를 찾던 10~20대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으로 유입되었다.
실제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컴스코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18~24살 사용자들 사이에서 스냅챗은 사용률 3위, 인스타그램은 사용률 5위를 기록했고, 25~34살 사용자들 사이에서 스냅챗은 사용률 6위, 인스타그램은 4위를 기록하는 등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나 모바일, 소셜 등 새로운 것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특징을 가진 세대를 의미한다) 사이에서 비슷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유럽 등 다른 국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로고>
스피겔과 스냅챗도 인스타그램을 견제하기 위해 디스커버 같은 게시물 기반의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인스타그램의 아성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2016년 스냅챗을 베꼈다는 오명을 감수하고 24시간 동안만 열람할 수 있고 그 다음에 사라지는 메시지, 사진, 동영상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출시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출시 2년 만에 1일사용자(DAU)가 2억 명을 돌파하는 등 스냅챗을 큰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다.
저커버그에게 스냅챗은 10~20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옵션에 불과했다. 인수하면 좋았겠지만, 만약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인스타그램이라는 보험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서 이탈한 10~20대 사용자를 흡수하고 스냅챗을 견제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홀한 글로벌 시장 공략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스냅챗이 부진한 두 번째 이유는 시장 확대에 실패한 것이다. 특히 북미, 유럽 못지않게 거대한, 아니 어쩌면 더 거대할지도 모르는 아시아 시장에 제때 진출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경쟁자 페이스북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스냅챗은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북미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선 존재감이 없다 못해 행방불명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2011년 만들어진 서비스인 스냅챗이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어쩌면 스피겔은 북미, 유럽 등에서 먼저 내실을 다진 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냅챗의 전 직원인 앤서니 팜플리아노의 발언으로 스냅챗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가디언은 팜플리아노의 발언을 인용해 스피겔이 2015년 사내 회의 도중 "스냅챗의 서비스 지역을 인도, 스페인 같은 가난한 국가로 확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스페인 등은 스냅챗의 사용자가 자생적으로 발생한 지역이지만, 스냅챗이 소셜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지는 못한 시장이다.
스피겔과 스냅챗은 이에 즉시 반발했다. 스냅챗은 전 세계 어디서나 내려받을 수 있는 무료 서비스이며, 20개국어로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팜플리아노의 발언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폭로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이 기사 때문에 인도, 스페인 등에선 스냅챗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앱 장터에서 스냅챗의 평가도 한 단계 떨어졌다.
사실 중요한 것은 스냅챗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시장을 홀대한 이유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자가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바로 네이버의 '스노우'다.
솔직히 말하자. 네이버 스노우는 스냅챗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서비스다. 스냅챗의 핵심 아이디어인 휘발성 메시지와 필터 기능을 토대로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데 성공했다. 스냅챗을 인수하지 못한 저커버그가 스노우 인수에 큰 관심을 보낼 정도였다. (물론 스노우는 다양하고 강력한 필터 기능을 제공해 스냅챗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것만은 사실이다.)
스노우는 스냅챗보다 4년이나 늦은 2015년 시작된 서비스다. 만약 스냅챗이 일찌감치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면 스노우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스노우가 가진 입지를 고스란히 흡수해 지금보다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실한 글로벌 진출 전략이 경쟁자를 키우고 시장을 잃게 만든 셈이다.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
사실 스냅챗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세 번째에 있다. 바로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다. 쉽게 말해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냅챗은 2017년 3분기 2억 700만 달러의 매출과 4억 43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지만, 적자폭은 4배나 늘어났다.
사실 상장때부터 스냅챗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었는데다가 소셜 서비스의 약점인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셜 서비스는 그 특징상 사용자수는 많아도 영업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업계 1위인 페이스북만이 일찌감치 광고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제대로 된 수익을 내고 있다. 트위터 등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업체도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해 5년 가까이 갈팡질팡해야만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스냅챗 로고 광고. 출처 플리커>
물론 스피겔도 이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2014년부터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기업이 자사를 홍보할 수 있는 브랜드 필터 서비스도 만들고,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해 수수료를 받는 사업도 시작했다. 기업이 스냅챗 디스커버에서 다양한 홍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따로 별도의 전용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스냅챗의 거대한 덩치를 지탱하기에는 영 부실한 사업 모델이었다. 지속적으로 쌓이는 적자와 떨어지는 주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스냅챗에게 필요한 것은 셀럽이 아니라 최고경영자
물론 아직 이정도로 스냅챗에 위기가 왔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냅챗에는 많은 사용자와 투자자, 무엇보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스피겔이 마음을 다잡고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스피겔은 아직 자신이 셀럽이 아닌 스냅챗이라는 거대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는 자각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5월 상장 후 결산결과 스냅챗이 22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된 그날, 정작 스피겔은 회사에서 대책을 논의하지 않고 지중해에서 바캉스를 즐기고 있었다. 호화로운 요트를 빌려 친구들과 이탈리아에서 그리스로 크루징 여행을 가능 중이었다.
<2014년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 행사에 참여한 에반 스피겔(맨 오른쪽)>
요트 대여 비용은 1주일에 96만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스피겔의 행동을 두고 뉴욕포스트는 주주의 말을 인용해 "회사가 침몰하고 있는데 최고경영자는 크루징을 하고 있다. 주주들이 탈 요트는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스피겔은 젊다. 젊다 못해 어리다는 표현이 어울릴 나이다. 성공의 단꿈에 취한 그 기분을 이해 못하는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회사가 위기에 처한 지금은 꾹 참고 회사를 반등시켜야 한다. 그것이 스냅챗 투자자와 사용자들을 위한 예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