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이젠 모바일 품은 노트북, HP 엔비 X360
[IT동아 강형석 기자] AMD가 매섭게 몰아붙이는 모습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MD 테크데이에서는 이를 구체화하는 계획들이 공개됐다. 그 중 하나가 모바일 시장의 재입성. 데스크탑 시장에서 라이젠(Ryzen)과 라이젠 스레드리퍼(Ryzen Threadripper)가 성공을 거두면서 얻은 자신감을 더 넓게 확장하려면 모바일 프로세서 투입은 필수다.
때문에 AMD는 라이젠 모바일 라인업을 확대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공개한 모바일 라이젠 5/7에 이어 2018년 1분기 내에 모바일 라이젠 3을 투입하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출시는 지난해 이뤄졌지만 노트북 제조사들이 이에 맞는 제품을 설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조금씩 모바일 라이젠 프로세서를 품은 노트북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중에 출시된 노트북들과 다르지 않지만 속에는 AMD의 유전자가 흐른다. 지금 소개할 HP 엔비(ENVY) X360도 그 중 하나다.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 품은 노트북 PC
라이젠 모바일을 탑재했지만 일단 노트북이니까 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살짝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간단하게 제품의 특징을 살펴봤다. 일단 이름(X360)에서 조금은 예측이 될지 모르겠지만 디스플레이가 360도 뒤로 돌아가는 형태로 설계됐다. 때문에 아주 잠깐은 태블릿의 향기를 맡을 수도 있다. 태블릿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터치스크린도 기본이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아직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크기는 가로 약 36cm. 세로 24.9cm, 두께 1.95cm 정도. 단일 프로세서가 탑재된 것을 감안하면 예상 외로 두꺼운 편. 하지만 이 제품이 라이젠 프로세서를 위한 단일 라인업이 아니라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된 제품도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볼 수 있다. 무게도 1.9kg으로 제법 나가는 편이다. 이는 본체가 금속 재질을 많이 쓴데다 15.6인치라는 제품 크기에도 영향을 받았다.
확장성은 충분하다. 노트북 양 측면에 USB 3.1 단자 2개, USB-C 규격 단자 1개 등이 기본 제공되고 HDMI 단자도 1개 있다. SD 카드 리더기도 하나 제공되어 매체간 파일 전송을 돕는다. 헤드폰/이어폰 사용자를 위한 스테레오 입출력 단자도 마련되어 있다.
독특한 점은 전원 버튼이 키보드 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 측면에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화면을 뒤집어 태블럿처럼 활용하게 만들어 이를 의식했다는 느낌이 있다. 음량조절 버튼도 키보드에 단축키로 제공되지만 측면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상판을 펼치면 큼직한 디스플레이와 키보드, 터치패드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선 디스플레이는 15.6인치로 해상도는 1,920 x 1,080(풀HD)가 제공된다. 터치스크린이기에 패널에는 강화유리가 부착된 형태다. 베젤을 최대한 얇게 만들어 시인성을 높인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전면 유리로 인한 반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어서 야외에서 사용할 시 주의할 필요는 있겠다. 실내에서의 시야각은 뛰어나다.
키보드는 풀사이즈가 채택되어 있다. 키보드 간격이 여유로워 오타 발생이 적고, 높이는 적당해 타건감이 좋다. 우측에는 숫자 키패드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이를 자주 활용하는 이들에게는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보드는 야간에도 시인성을 높이도록 LED 백라이트가 적용됐다.
터치패드는 하단에 있는데 가로로 길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제공된다. 단차를 만들어 영역을 인지시키는 부분에서는 좋게 평가하지만 터치패드를 눌렀을 때의 감각은 좋은 편이 아니다. 조금 세게 눌러야 작동하는데 이 부분은 사용자가 적응하거나, 별도의 마우스 사용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젠 5 2500U의 성능은?
HP 엔비 X360이 품은 라이젠 5 2500U 프로세서. 과연 어떤 성능을 낼지 궁금하기에 여러 소프트웨어들을 활용해봤다.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프로세서 내 탑재된 라데온 베가 그래픽스의 성능까지 확인하기 위해 게임도 실행했다. 비교를 위해 코어 i7 7500U와 엔비디아 지포스 MX150을 탑재한 노트북을 활용했다는 점 참고하자.
먼저 PC 성능을 전반적으로 검증하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 PC마크 10의 결과를 보자. 성능 자체로만 보면 아쉬움이 없는 모습이다. 비디오를 재생하는 능력 자체도 뛰어나고 변환하는 속도 역시 흠잡을 데 없다. 이 부분은 오히려 7세대 인텔 코어 i7 7500U 대비 우위에 있다. 대신 앱 실행 속도에서는 라이젠 5 2500U가 뒤처진다. 이 부분은 라이젠 모바일이 더 분발해야 된다.
생산성 측면에서 봐도 불러오는 것은 빠른 반면, 쓰는 과정에서는 라이젠 모바일이 뒤처진다. 코어 i7 7500U는 2코어/4스레드 구성이고 라이젠 5 2500U는 4코어/8스레드 구성이다. 2배 더 많은 코어와 스레드를 제공하면서도 일부 요소에서 성능이 떨어진다. 코어당 명령어 처리(IPC)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고민했지만 의외의 요소에서 해결이 되었다. 바로 작동속도다.
코어 i7 7500U는 2.7GHz로 작동하고 최대 3.5GHz까지 상승한다. 반면 라이젠 5 2500U는 2GHz가 기본이고 최대 3.6GHz까지 상승한다. 실제로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최대 2.7GHz 정도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낮은 작동속도가 성능에 영향을 주는 셈이다. 이 부분을 구매에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작동속도보다 상대적으로 코어(스레드) 수에 영향을 받는 사진, 영상 편집 분야에서는 라이젠 5 2500U가 코어 i7 7500U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효율 위주의 작업 환경이라면 라이젠이, 작동속도를 앞세운 단순 처리 환경이라면 코어 i7이 유리함을 서로 증명한 셈이다.
게이밍 성능은 인상적이다. 비록 점수 자체는 코어 i7 7500U + 지포스 MX150 조합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지만 내장 그래픽이라는 부분을 감안하면 선방한 수치다. 현재 HP 엔비 X360에서는 여유로운 주 메모리(램)를 탑재하고도 내장 그래픽 할당 메모리를 증설할 수 없었다. 이를 늘릴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나은 성능을 내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그래픽은 조금 뒤쳐지지만 물리 연산 성능은 상대를 압도한다. 아무래도 물리적인 코어(스레드) 수에 따른 영향이 크다. 프로세서의 성능은 뛰어나지만 이를 그래픽 프로세서와 시스템 메모리 구조가 따라가지를 못하는 느낌을 준다. 더 나은 성능을 추구한다면 라이젠 7 2700U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겠다. 프로세서 자체 속도가 더 빠르고, 내장 그래픽 코어의 수가 더 많다.
배터리 성능을 최대한 확인하기 위해 게임을 구동했다. 실행한 게임은 디아블로3. 이 게임을 계속 구동하면서 지속시간을 측정했다. 참고로 최대 환경을 산정해 측정한 것으로 실제 환경과는 차이가 있음을 말해둔다.
최대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밝기는 최대로, 블루투스는 껐지만 와이파이는 연결해 둔 상태다. 시스템은 표준 작동 환경으로 설정되어 부하 정도에 따라 프로세서가 자원을 쓰도록 했다. 이 때 게임을 실행하니 약 1시간 50분 가량 사용 가능했다. 이를 통해 예상해 볼 때 디스플레이 밝기를 절반 이하에 설정하고 영상이나 인터넷 등에 한정해 즐기는 환경이라면 5~6시간 가량은 충분히 사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가치 증명만이 남았다
라이젠 5 2500U를 품은 HP 엔비 X360. 배터리 성능은 조금 아쉽지만 프로세서 자체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 특히 자원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에서는 코어가 4개라는 점이 큰 힘을 발휘한다. 8세대 코어 i5나 i7도 코어가 4개로 증설되는 만큼, 이들과의 대결에서 AMD가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기대될 정도다.
성격을 감안하면 라이젠 5 2500U는 어 i5와 맞붙을 예정. 그러나 자료를 확인해 보면 출시 예정인 프로세서(모바일 8세대 코어 i5)의 기본 속도가 1.7GHz이기에 2GHz인 라이젠 5 2500U 쪽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성능일지 여부가 향후 라인업 전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AMD는 이제 준비를 마친 듯 하다. 남은 것은 이제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는 일 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