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18]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쇼 개막, 치열한 기술경쟁의 서막 올라
[라스베이거스=IT동아 강형석 기자]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로 손꼽히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이하 CES) 2018'이 현지 시간으로 2018년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행사에 참여한 150여 국가의 3,900여 기업은 오는 12일까지 신기술과 제품들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삼성과 LG 등 대표 IT 기업 외에 현대차와 SK텔레콤 등 200여 업체가 참가한다.
올해 CES의 화두는 스마트시티(Smart Cities)다. 도시 내 모든 사물이 유무선으로 맞물리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이는 가정 내 사물이 맞물리는 스마트홈(Smart Home)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확장된 것이다. 이 때문인지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 다수는 네트워크망을 활용해 연결성을 강조하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 또는 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 기술 협회(CTA)가 지난 2017년 1월 30일에 발간한 스마트시티와 연결 커뮤니티들의 진화(The Evolution of Smart Cities and Connected Communities)라는 이름의 보고서에는 202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소 88개 가량의 스마트시티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 66%는 대규모 도시에 모여 살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시티를 강조하는 이유는 인류의 발전에는 지속 가능하고 살기 좋은 도시의 필요성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현대 도시 개발에 있어 미래 계획을 장려하고 경제적 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정보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 결과가 올해에는 인공지능과 연결성으로 이어졌다.
'연결성'과 '인공지능' 더 부각된 CES 2018
CES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공지능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결 및 인식 기술들이 부각됐으며 자연스레 기술을 활용한 상품들이 제안됐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주행차와 드론, 생체인식 기반 제품들이었다. 올해 개최된 CES는 이것이 더 고도화된 형태를 보여준다. 인공지능의 활용이 더 본격적이고 다양해졌다. 상품의 장르 또한 확대되는 모양새다.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은 여전히 인기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프로세서의 빠른 데이터 처리 성능을 앞세워 주변 환경을 빠르게 분석하고 이를 주행에 반영한다. 지난 7일 열린 엔비디아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는 일반 차량들이 다니는 도로 위에서 8마일(역 12.87km) 가량 거리를 사람 손이 닿지 않고 스스로 주행하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엔비디아는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차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속기로 유명한 자동차 부품 기업 ZF과 중국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랑 손잡고 중국 내에 대량 생산 가능한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미국 자율주행기술 기업인 오로라(Aurora)와 협업해 레벨4/5 단계 자율주행 하드웨어 플랫폼 개발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함께한 우버(Uber)와의 끈끈한 관계도 과시했다. 컨퍼런스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트럭을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수송의 미래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있다. 편하고 저렴한 서비스가 도시와 사회의 모습을 변화시킬 것이라 보고 있으며 이는 향후 전 세계 인류에 도움을 주리라 본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차세대 지능형 차량에 엔비디아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경쟁사로 꼽히는 AMD도 그래픽 프로세서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겠다 발표했지만 상대적으로 앞선 시기에 여러 기업들과 협업한 엔비디아를 앞서기에는 다소 힘겨운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과 사업을 CES 2018에서 공개한다. 삼성전자는 하만(HARMAN)과 함께 차량용 전장부품 및 커넥티드카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차량의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차량 중앙부), 대시보드(차량 상단부) 등을 모두 디스플레이로 꾸민 풀 디지털 콕핏(Full Digital Cockpit)을 공개했다. 외에도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서비스 빅스비를 더해 차량의 음성제어까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자사가 전개하는 사물인터넷 기기들과 연계하는 기능도 더해졌다. 퇴근하는 차 안에서 냉장고 카메라를 작동, 부족한 식재료를 파악하는 등의 일이 가능하다. 모든 것을 무선 네트워크로 제어하기 때문에 초고속 이동통신 모듈도 개발해 완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비교적 빨리 차량용 전장부품 시장에 뛰어든 LG전자는 비공개지만 다양한 기술을 공개한다. 중앙 디스플레이 장비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차량 주행보조 장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활용한 차량용 등화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LG전자도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지난 7일에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NXP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소프트웨어 기업인 헬라 아글라이아(Hella Aglaia)와의 협력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 두 기업은 현재 전개 중인 스마트 기기들과의 연계도 가능하기에 앞으로도 전장부품 및 커넥티드카 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완성차 브랜드도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 그룹, 볼보 외에도 포드, 토요타, 현대자동차 등이 CES 2018에서 각축전을 벌일 예정이다.
'부품+소프트웨어' 기술의 결정체 로봇도 주목 대상
CES 2018을 통해 두드러진 것 또 다른 분야는 로봇(Robot)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부각되면서 여러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공개했다. 먼저 LG전자는 미디어 컨퍼런스를 통해 서빙, 짐꾼, 쇼핑카드 로봇을 각각 선보였다.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거나 짐을 옮겨주는 것은 기본이고 상품 가격 확인 및 결제 기능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소니는 아이보(Aibo)를 공개했다. 반려로봇(?) 개념으로 접근한 아이보는 일본에서 먼저 공개되어 주목 받은 바 있다. 여기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또한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여러 반려동물의 움직임이나 소리 등을 낼 예정이다.
직립보행형 로봇들도 다수 출품되었다. 특히 중국 기업이 다수를 차지한 점이 인상적. 이들은 주로 유아 및 저연령층을 겨냥한 완구 로봇을 선보였는데 스마트 기기와의 연동을 통해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교육 시장을 겨냥한 인공지능 로봇도 다수 공개됐다. 이렇게 완제품 기업들이 움직이니 부품사들도 덩달아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 등의 움직임도 보였다. 관절 제어를 위한 반도체나 모터 등이 주를 이뤘다.
다수의 로봇들이 공개됐지만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어쩔 수 없다지만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은 거의 드물었다. 인간형처럼 보여도 다리에는 바퀴가 있어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소 주춤한 가상/증강현실, 하늘 날던 드론은 물 속으로?
1~2년 전만 하더라도 뜨겁게 달아올랐던 가상/증강현실(AR/VR) 분야는 다소 주춤해 보였다. CES 2018에 참여한 기업 중 관련 기기를 선보인 경우는 많았지만 기존 제품을 강화하거나 개선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마저도 모바일 보다 PC나 기타 기기에 연결해 사용하는 거치형 기기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 이들이 주춤하는 사이 게이밍 주변기기와 디스플레이 등 관련 제품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늘을 날던 드론은 여전했지만 물 속을 탐험하는 드론의 수도 늘었다. 이들은 물 속을 이동하며 영상을 기록하는 것이 주 목적. 레저용으로 활용하거나 수질 측정 및 생태계 점검 등 특수 환경에서 활용 가능해 보였다.
드론의 크기는 점점 작아져 이제 성인 손바닥 크기 정도의 초소형 드론이 다수 출품됐다. 이제 이보다 큰 중대형 드론은 특수 촬영이나 레저용으로 쓰이고, 소형 드론은 경주용(드론 레이싱)이나 셀프 촬영 등 조금 더 소비자와 친숙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외에도 CES 2018에서는 이들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완성품이 공개됐다. 전부 소개할 수 없지만 이들 제품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을 듯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