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PC 게임들의 등장에 프로세서 수요도 '꿈틀'
[IT동아 강형석 기자] 게이머들에게 2017-2018년은 행복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즐길거리가 풍성하게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AAA급 대작 게임들의 출시가 줄을 이었고 참신한 게임성으로 무장한 게임은 큰 인기를 얻으며 시장을 이끌기도 했다. 먼저 출시되어 꾸준히 서비스 중인 게임들도 이에 질세라 대규모 업데이트와 신규 콘텐츠를 추가하며 견제에 나설 정도다.
AAA급 게임의 출시는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이블 위딘2와 어새신크리드 오리진(Assassin's Creed Origins)이 출시되어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았고, 11월에는 콜오브듀티(Call of Duty) 월드워2, 울펜슈타인2 : 뉴 콜로서스(Wolfenstein 2 : The New Colossus), 스타워즈 : 배틀프론트2(STAR WARS : BATTLEFRONT 2) 등이 출시되어 열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내년에도 이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에도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게임 출시가 꾸준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높아진 사양, 다중 코어 의존도 높아진 PC
과거 게임들은 코어 수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다. 프로세서는 주로 애플리케이션 실행에 필요한 자원 분배와 게임 내에 구현되는 일부 효과에만 관여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1~2개의 코어를 주로 사용해 왔다.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대중화 되었어도 이 기조에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소수의 코어 활용으로는 게임을 원활히 구동하기가 어려워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게임 내 연산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더 많은 최신 그래픽 효과를 자연스레 표현하려면 그만큼 컴퓨팅 성능이 요구된다.
우리가 흔히 즐겼던 게임들은 모두 다이렉트X 9.0~11.0에 기반한다. 다이렉트X는 윈도 운영체제가 관할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개발자는 이를 활용해 시스템 자원을 게임에 맞게 끌어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구 API는 발전하는 시스템 자원을 효과적으로 다루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최신 API는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등 주요 자원에 최대한 접근해 쓸 수 있어 하드웨어 성능이 몰입감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게임 성향에 따라 PC 의존도에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규모 접속 온라인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평범한 캐주얼 게임은 6~10명 가량의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프로세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지만 적게는 60~100여 명, 많게는 수백명에 달하는 게이머가 접속하는 온라인 게임은 프로세서가 담당하게 되는 일들이 적지 않아져 부하가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게이머들이 대거 접속해 동시에 즐기는 게임들은 프로세서 내 구성된 코어를 적극 활용하는 구조로 설계되는 추세다. 패키지 게임도 다르지 않다. 지난 11월에 출시된 1인칭 슈터(FPS) 게임 콜 오브 듀티 월드워2만 하더라도 측정 결과 다수의 코어를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중인 배틀그라운드 역시 출시 초기에 4코어 가량을 쓰던 것에서 6코어 이상 프로세서의 자원을 적극 활용 가능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는 최적의 몰입감을 제공하기 위함인데, 결과적으로 코어의 수가 많을수록 조금이나마 더 자연스러운 게임 체험이 가능함을 말해준다.
대작 게임의 연이은 출시에 게이밍 PC 시장 화색
대작 PC 게임들의 출시가 이어지면서 게이밍 PC 시장에도 활력이 도는 모습이다. 화려한 그래픽을 앞세운 게임들을 자연스레 즐기려면 그에 따른 시스템 성능이 갖춰져야 가능해서다. 아직 일부 부품 가격의 불안정성이 남아 있어 중보급형 시장은 주춤하지만 가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고성능 PC 시장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견인하고 있다. 주목 받고 있는 제품은 주로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두 부품의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로세서는 주로 최근 인텔이 선보인 8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주를 이룬다. 기존 대비 코어가 2개 증가한 6코어 구성으로 게임은 물론이고 다중 작업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지는 중이다. 주로 코어 i5와 i7 등이 인기 제품으로 꼽힌다.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1060 이상 라인업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다. 엔비디아는 지난 11월, 지포스 GTX 1070 Ti를 선보인 바 있다. 신제품을 시작으로 기존 GTX 1070, 상위 라인업인 GTX 1080 등이 꾸준히 판매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지포스 GTX 1050~1060 라인업은 PC방 인기 부품으로 손꼽힌다. 여기에 일부 프리미엄 PC방을 중심으로 GTX 1070과 1080이 채택되는 분위기.
이는 배틀그라운드의 폭발적 인기에 기인한다. 과거 PC방을 견인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같은 게임은 PC 사양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 PC방 사업주 입장에서는 굳이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사양이 높아 기존 시스템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새 시스템과 그래픽카드 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이밍 노트북 시장도 활기다. 연초부터 삼성전자가 오디세이 시리즈를 시작으로 게이밍 PC 시장에 뛰어들었고, LG전자 또한 게이밍 노트북 라인업을 출시했다. 그 동안 게이밍 노트북 시장은 외산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개됐는데, 국내 브랜드의 시장 참가로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 게임들을 이끌 '8세대 코어 프로세서'
게이밍 프로세서라는 개념은 없지만 게임도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원활히 구동하는 강력한 성능의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최근 PC 사용자들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해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어 이를 제대로 지원하는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인텔 코어 i7은 자연스러운 게이밍 성능은 물론이고 다중 작업 시 최적의 효율을 제공한다. 그 중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다수의 코어와 최적의 작동 속도를 바탕으로 게이밍 몰입감을 높여준다. 8세대 코어 i7 프로세서는 많은 작업이 가능하도록 코어 2개가 더 추가됐다. 헥사(6)코어 구성으로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더 묵직한 작업을 다수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상위 프로세서의 특권 중 하나인 하이퍼쓰레딩 기술이 더해져 12코어 프로세서와 유사한 구성을 갖게 된다.
코어가 더 추가되면서 작동 속도는 조금 낮아졌다. 예로 코어 i7 8700K는 3.7GHz로 이전 세대 동급 프로세서 대비 500MHz 가량 차이가 생겼다. 반면, 최대 속도로 작동하는 터보부스트(Turbo Boost) 환경에서는 오히려 코어 i7 8700K가 조금 더 높게 작동하게 된다. 여기에 하지만 새로 합류한 2개의 코어는 속도 한계를 극복하는데 힘을 실어준다.
코어가 많으면 그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동일한 구조라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프로세서는 작동 속도당 명령어 처리 수(IPC)라는 개념이 있다. 코어가 많아도 IPC가 낮으면 효율은 좋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성능에서 만족을 주는지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게이머들은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채팅을 하거나 자신의 플레이 화면을 실시간 전송하며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그것도 고화질로. 당연히 시스템 자원을 많이 요구하게 되며 자연스레 대규모 데이터 처리 능력이 뛰어난 고성능 프로세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