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신간산책] 기술중심 시대에는 인문학이 더 필요하다, '인문학 이펙트'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전세계 미디어와 최신 미래전망서들은 하나같이, 일자리의 위기를 경고하며 새로운 시대에 돈이 되는 일자리를 확보하려면 혹은 지금의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과학기술과 공학, 수학 분야의 교육을 받으라고 말한다.

기술 주도 경제에 진입하면서 일자리 경쟁과 개인 수입에 있어 관련 기술 지식의 유무가 결정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문과전공/출신자와 수포자(수학포기자)들의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혹은 필자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잘하고 싶은데 숫자만 보면 어지러운 걸 어떡하라고요!". 낙담하기에는 이르다며 손수건을 내미는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세계적인 스타트업 자문가 스콧 하틀리의 신간, [인문학 이펙트/마일스톤]이 출간됐다. 눈물을 잠시 멈추고 들여다 보자.

[인문학 이펙트] 표지
[인문학 이펙트] 표지

유튜브의 CEO 수전 워치츠(Susan Wojcicki),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 에어비앤비의 설립자 조 게비아(Joe Gebbia), 핀터레스트의 설립자 벤 실버먼(Ben Silbermann), 링크드인의 설립자 리드 호프먼(Reid Hoffman), 페이팔의 공동 설립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인문학 전공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우려와는 반대로,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이야말로 빠르게 진화하는 경제 상황에서 성공하는데 꼭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창의적인 신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핵심제품 개발을 추진하는데 소위 '인문쟁이'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 기업들은 이미 인류학자, 사회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등의 인문전공자를 고용하거나 도움을 받고 있다.

우리 삶을 크게 향상시킬 여러 흥미진진한 혁신의 선봉에 유독 인문전공자들이 많이 서 있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수천 개 기업의 설립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모두,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인류의 삶을 개선할지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통찰력을 부여한 인문학에 성공의 공을 돌리며, 시대를 초월하는 인문학적 질문과 인간의 필요, 욕망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야말로 기술적 도구 개발과 사용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데이터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질문을 하고 산출된 답을 해석하는 데서 가치가 발현된다. 기술은 무결점의 시스템이 아니다. 충분히 편향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기계와 기술의 결점을 보완하는데 사람의 분석과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기술을 정교하게 활용하고 의미 있게 적용하는 데도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접근하는 '사고'의 힘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려면 다양한 생각과 다방면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인문학이 있어야 하는 이유이자 교육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저자는 기술만 가르치거나 단기 수요만을 쫓는 지금의 교육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술과 함께 반드시 인문학이 병행돼야 하며, 인문학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직면한 여러 막중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코딩뿐 아니라 인간적 맥락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누구든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민주화로 기술의 접근성이 커짐에 따라 그 기술을 유의미하게 적용하는 인간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 지점에 인문학이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기술과 인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과 인문학 사이의 잘못된 이분법 논리를 치우고, 모든 경계에 연결 다리를 놓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기술이 좀더 인류와 지구의 공존을 위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개발되려면, 그 중심에 인문학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질문력과 문제해결력은 다양한 경험과 인문학 교육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다. 저자는 혼합형 학습만이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하며, 우위를 가리려는 의미 없는 논쟁을 그만두고, 양쪽 밸런스를 통한 동반자적인 협력을 장려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인간은 기술의 풍요 안에서 가진 도구들을 어떻게 하면 좋은 용도에 쓰일 수 있을지 더 큰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 기술 잠재력이 우리 안전을 강화하고 지구 전체의 고통을 완화시키며 사회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은, 결국 더 창의적인 협업을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것이다.

인문학과 기술이 합쳐질 때 비로소 잠재력이 폭발한다. 저자는 의지와 창의적 확신이 있다면 누구나 주변의 놀라운 기술 툴을 활용해 세상을 좀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북돋는다. 그렇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재능과 잠재능력이 있다. 특히 인문학 공감력과 감성이 풍부한 그대여, 기술이 없다고 울지 마라. 그대가 어느 때보다 꼭 필요한 시대니까.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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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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