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하순철 상무 "무한잉크 프린터, 장기적으론 제조사도 이득"
[IT동아 김영우 기자] 잉크젯 프린터는 컬러 표현력이 좋지만 잉크 값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무한잉크 시스템과 결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반 잉크 카트리지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한 대용량 잉크를 이용, 한 번 잉크 주입으로 수 천장을 출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무한잉크 시스템은 프린터 제조사가 아닌 외부 업체에서 제조한 비정품 주변기기였다. 때문에 이를 달면 프린터 제조사에서 A/S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으며, 출력 품질이나 안정성도 담보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하지만 2011년 즈음부터 프린터 제조사에서 직접 제조한 이른바 정품 무한잉크 프린터/복합기가 출시되어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다만, 잉크 카트리지를 최대한 많이 팔아서 수익을 올려야 하는 프린터 제조사 입장에서 무한잉크 제품은 맛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일 수도 있다. 원하는 소비자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제품을 출시하긴 했지만, 관련 시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주요 프린터 제조사 중 한 곳인 HP는 경쟁사(캐논, 엡손, 브라더 등)와 달리 정품 무한잉크 제품의 출시에 소극적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프린터 제조사인 캐논(Canon) 역시 정품 무한잉크 프린터 / 복합기인 G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제품 투입시기는 경쟁사보다 약간 늦은 2015년부터였다. 그만큼 고민도 많이 했고, 신중했다는 의미다.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의 하순철 상무를 만나 캐논이 한국 프린터 시장에서 거둔 성과, 그리고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정품 무한잉크 제품군에 대한 캐논의 시각에 대해 살펴봤다.
프린터 시장, 성장기 지나 성숙기로
IT동아: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하순철: 이 회사에 1990년 즈음 입사했습니다. 지금까지 개인용에서 기업용 프린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마케팅 및 영업을 담당했지요.
IT동아: 입사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시장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하순철: 1990년대를 즈음해 시장의 주류가 도트 프린터에서 잉크젯으로 넘어오면서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2004~2005년 즈음에는 연간 판매량이 180~200만대에 이를 정도였죠. 하지만 지금은 연간 80만대 정도 수준입니다. 다만, 이는 시장의 '축소'라기보다는 '성숙'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 합니다.
IT동아: 프린터의 판매량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순철: 일단 어지간한 사람들이 이미 프린터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예전처럼 문서나 사진을 출력하기 보다는 파일 자체를 그냥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종이 문서나 사진 대신, 전자 문서나 이미지 파일만 가지고 작업하는 IT 환경이 조성되기도 했고요.
무한잉크 제품으로 힘입어 잉크젯 시장 1위 달성
IT동아: 위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하순철: 일단 사용자의 스마트폰 속에서 잠자고 있는 사진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한 제품이 바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소형 포토 프린터인 '마미포토' 시리즈지요. 그리고 잉크 값이 부담스러워 문서나 사진을 출력하기가 꺼려진다는 소비자들을 위해 준비된 제품이 바로 무한잉크 프린터/복합기인 G시리즈입니다.
IT동아: 신제품이 투입된 이후, 성과는 어떻습니까?
하순철: 일단 캐논은 잉크젯 관련 사업만 거의 25년을 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지금도 HP, 엡손, 삼성전자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과 각축을 벌이고 있고요. 그런데 작년에 우리는 약 3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국내 잉크젯 시장의 리더가 되었습니다. 경쟁사 대비 고객의 다양한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충실한 제품 라인업을 제공했고, 특히 무한잉크 제품군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무한잉크 프린터, 장기적으론 제조사에게도 이득
IT동아: 프린터 제조사 입장에서 무한잉크 제품군은 수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논에서 해당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팔고있는 이유는?
하순철: 물론 당장의 기업 수익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비정품 소모품을 쓰던 상당한 수요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 역시 비정품 소모품을 쓰면서 발생하는 트러블(기기 고장, 품질 저하 등)로 인한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정품 무한잉크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시장이라는 건 공급자, 혹은 소비자 쪽에서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통해 적정선을 찾게 되지요. 캐논의 무한잉크 제품군이 그 사례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단기적인 수익은 좀 떨어질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IT동아: 경쟁사 제품 대비 캐논 무한잉크 제품군의 장점은?
하순철: 일부 경쟁사의 제품들은 잉크 탱크가 바깥에 노출된 형태라 아무래도 디자인 면에서 깔끔하지 않았습니다. 저가형 일반 프린터에 잉크 탱크만 추가한 듯한 모양새였죠. 하지만 캐논 G시리즈는 개발 단계부터 무한잉크 시스템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깔끔한 내장형 잉크 탱크를 갖췄죠.
그리고 캐논 잉크젯은 가열을 통해 잉크를 분사하는 버블젯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대, 이는 타 브랜드의 방식에 비해 잉크의 소진과 노즐의 막힘이 적습니다. 이러한 특성 역시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됩니다.
합리성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
IT동아: 마지막으로, IT동아 독자들과 캐논의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하순철: IT동아는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검증을 통해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좋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에도 기대가 큽니다. 그리고 캐논은 소비자들의 폭넓은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비용면에서 합리적인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신제품을 지속 출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