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가 주는 잠재력, 8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IT동아 강형석 기자] 반도체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기술개발을 통해 성능이 향상된 신제품이 꾸준히 출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애플리케이션 실행 환경의 변화와도 흐름을 같이 한다. 최근에는 4K 고화질 콘텐츠와 실시간 온라인 미디어가 주를 이루면서 이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반 데스크탑 시장용 프로세서는 대부분 듀얼 또는 쿼드코어 기반이었다. 일부 전문가 또는 초고성능 플랫폼을 선호하는 시장을 겨냥한 8코어 이상 프로세서가 존재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일반 소비자용 프로세서는 2~4코어 기반을 유지할 수 없다.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7세대를 거쳐 온 인텔 코어 프로세서도 이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자의와 타의 여부를 떠나 드디어 새로운 데스크탑 프로세서에 데이터 처리를 위한 코어를 더 추가해 선보인 것이다.
8세대로 진화한 인텔 코어 프로세서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매번 세대를 거듭해왔다. 그 시작은 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코드명 네할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인텔은 틱-톡(Tick-Tock) 전략에 따라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였다. 여기에서 틱-톡은 설계(아키텍처)와 미세공정을 번갈아 도입하며 성능과 효율성을 갖춘 프로세서를 선보이기 위한 전략이다. 틱은 공정의 미세화, 톡은 설계 변경을 의미했다.
이렇게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출시될 때까지 틱-톡을 유지하며 꾸준히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여왔다. 그러나 5세대에 들어서 전략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비용적 부담은 물론이고 물리적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안한 것은 바로 도입한 설계와 미세공정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에 틱-톡 전략은 파오(PAO) 전략으로 수정되었다. 여기에서 P는 공정(Process)를 뜻하고, A는 설계(Architecture), O는 최적화(Optimization)을 의미한다. PA까지는 틱-톡과 다르지 않지만 마지막 두 기술을 최적화한 완성형 제품을 출시한다는 부분이 추가되었다.
브로드웰(Broadwell)로 알려진 5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P, 스카이레이크(Skylake)라는 코드명을 사용한 6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A, 마지막으로 얼마 전까지 현역이었던 코드명 카비레이크(Kaby Lake)인 7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O에 해당한다.
코드명 커피레이크(Coffee Lake)인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본래 P에 해당되는 특성을 가져야 한다. 즉, 공정에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기존 7세대는 14nm+에 준하는 미세공정 기술을 적용, 기존 대비 전력 소모는 유지하면서 작동 속도 상승과 함께 새로운 명령어들을 추가할 수 있었다. 인텔은 다음 미세공정으로 10nm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10nm 공정은 이번에 도입되지 못했다. 대신 인텔은 14nm++ 공정으로 8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선택을 했다. 10nm 공정은 차기 코어 프로세서에 적용될 예정이다.
기존과 다른 8세대 코어 프로세서만의 매력은?
그렇다면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기존 대비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 가장 큰 변화는 다중 작업(멀티태스킹)에 맞춘 진화다. 기존 인텔 코어 프로세서들은 i3부터 i7 등 라인업에 따라 듀얼/쿼드코어 구성을 가졌다. 코어 i3가 듀얼, i5와 i7이 쿼드코어였다. 프로세서 안에 데이터 처리의 핵심 요소인 코어가 2~4개 탑재되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인텔은 성능적 이점을 위해 단순히 코어를 구성하지 않았다. i3는 듀얼코어 구성이지만 4개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만들었다. 하나의 코어에 하이퍼쓰레딩이라는 논리 코어를 하나 더 추가했다. 쿼드코어와 유사한 처리 구조를 통해 동급 듀얼코어 대비 성능이 좋았다. 물론 진짜 쿼드코어와 비교하면 성능은 떨어지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이득이었다.
i5는 순수한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맞지만 i7은 달랐다. i3와 마찬가지로 하이퍼쓰레딩 기술을 더해 마치 8코어 프로세서와 유사한 구성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최적의 효율을 제공해 왔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에는 이 코어 구성에 변화를 줬다. 기존 대비 2개의 코어를 추가함으로써 기본적인 처리 성능을 높였다. 이로써 코어 i3는 쿼드코어, 코어 i5와 i7은 헥사(6)코어 구조가 되었다. 단순 구성으로만 따져보면 코어 i3 프로세서만 하더라도 이전 세대 코어 i5 프로세서 수준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신 프로세서 라인업에 따라 적용된 기술에는 차이를 보인다. 기존 하이퍼쓰레딩이 추가됐던 코어 i3 프로세서는 이를 제외하고 순수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되었다. 코어 i5와 i7은 기존과 동일한 기술이 적용된다.
기존 6세대와 7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LGA 1151 소켓 구성으로 메인보드는 100/200 시리즈에 관계 없이 상호 호환이 가능했다. 단지 옵테인 메모리 기술 활용을 위해서 최신 프로세서와 메인보드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점에서만 차이를 보였다. 8세대도 LGA 1151 소켓을 사용해 기존 플랫폼간 호환성에 대한 기대감을 줬지만 기존과 호환되지 않는 점 참고하자.
핀 배열과 구성은 동일하지만 코어가 증가하면서 프로세서가 요구하는 전압이나 데이터 통로 등에서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핀 배열은 동일하더라도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졌기에 기존 프로세서간 호환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너의 성능은?
코어 i7 8700K 프로세서를 가지고 성능을 확인해 봤다. 비교 대상은 코어 i7 7700K다. 한 세대 차이인 두 프로세서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위해 8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에는 인텔 Z370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를, 7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에는 인텔 Z270 칩셋 기반 메인보드를 사용했다. 이를 제외하면 두 시스템에는 조텍 지포스 GTX 1070 AMP 익스트림, 인텔 530 시리즈 SSD 240GB 등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그러니까 프로세서와 메인보드를 제외한 부품은 모두 같다.
먼저 시네벤치(Cinebench) R15에서의 성능을 알아보자. 이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은 정해진 이미지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렌더링)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코어가 많을수록 넓은 면적 처리가 가능하며, 논리 프로세서 처리 기능이 추가로 있다면 더 빠른 성능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다다익선이다. 여기에 코어당 처리 속도가 빠르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측정 결과, 코어 i7 8700K 프로세서는 1,431점을 기록, 코어 i7 7700K 프로세서가 기록한 1,019점 대비 높은 점수를 보여준다. 단순 코어 수를 보면 4개와 6개, 논리 프로세서를 더하면 총 8개와 12개가 된다. 이 4개의 쓰레드 차이가 큰 차별화를 주는 요소라 하겠다.
이미지 및 영상을 처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활용하는 환경이라면 8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처리 실력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PC 성능 전반을 측정하는 피씨마크(PCMARK) 10 벤치마크를 실행했을 때의 결과를 보자. 코어 i7 8700K 프로세서는 총 7,100점을 기록해 6,541점을 기록한 코어 i7 7700K 대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비디오 처리, 웹 브라우징, 문서 처리, 사진영상 처리 등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성능 향상이 존재했다. 특히 다수의 코어를 활용하는 환경에서 우위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그래픽카드로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했을 때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봤다. 이를 위해 게임 내 해상도는 풀HD(1,920 x 1,080)에 설정했으며 그 외 그래픽 효과도 화질(텍스처), 거리 표현, 특수 효과는 울트라로 부드러운 외곽선 처리(안티 앨리어싱)는 높음, 나머지 효과는 모두 낮음에 맞췄다.
이 때의 결과는 조금 의외다. 코어 수가 많은 코어 i7 8700K 프로세서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어 i7 7700K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 차이는 약 초당 4~5매 수준이다. 두 프로세서 모두 게임을 즐기기에 충분한 초당 60매(프레임) 이상을 표현하지만 조금 더 민감한 환경에서는 코어 i7 7700K 프로세서가 낫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풀어보면 게임 내 처리 성능은 아직 코어 수보다 코어 하나가 품은 처리 속도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코어 i7 8700K는 기본 작동속도가 3.7GHz로 코어 i7 7700K의 4.2GHz에 비해 500MHz가 낮다. 터보 부스트를 통해 이 부분은 조금 상쇄가 되지만 운용하는 코어 수는 제약될 수 밖에 없다.
7세대와 8세대 코어 프로세서, 두 라인업은 기본 틀 자체로 보면 차이가 크지 않다. 때문에 속도가 빠른 이전 세대 코어 i7 프로세서가 특정 환경에서 우위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다중 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게임에서는 결과가 다소 상이할 수 있음은 참고할 필요는 있다.
코어 2개만 추가 됐을 뿐인데...
8세대로 진화한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얼핏 보면 기존 제품에서 코어 2개 추가하고 라인업 성격에 맞춰 성능을 재조정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기존 대비 한 등급 이상 업그레이드 됐다. 8세대 코어 i3는 완전한 쿼드코어 설계로 기존 세대 코어 i5와 동일하며, 8세대 코어 i5와 i7은 동급 이상의 구성을 갖췄다. 그만큼 나은 성능으로 여러 애플리케이션 실행을 지원한다.
게이밍 환경에서는 아직 작동 속도가 높은 코어 i7 7700K가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더 많은 코어 집적도로 인해 작동 속도가 낮아졌고 그로 인해 코어당 단순 처리 능력은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아무리 코어가 많아도 500MHz 가량의 속도 차이는 극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스레 세대교체는 이뤄진다. 그 동안 출시됐던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그러했듯 8세대 코어 프로세서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순히 세대교체가 아닌 컴퓨팅 환경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더 많은 자원을 활용하고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를 적극 받아들일 준비가 된 소비자라면 8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매력적인 성능으로 보답할 것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