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성능은 기본, 이제는 수명?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
[IT동아 김영우 기자] 저장장치를 고를 때 가장 주목하는 점이 용량, 그리고 속도다. 최근 출시되는 SSD 중에는 TB(테라바이트)급 고용량을 갖추고, SATA 인터페이스의 한계에 가까운 550MB/s 전후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내는 경우도 많다. 용량과 속도 면에선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SSD를 골라야 한다면 용량이나 속도가 아닌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수명'이다. 이번에 소개할 샌디스크(SanDisk)의 울트라(Ultra) 3D SSD는 250GB ~ 2TB에 이르기까지의 고용량을 제공하며, 데이터 전송 속도 역시 최대 560MB/s(2TB 모델 읽기 속도 기준)로 빠른 것 외에, 500TBW(2TB 모델 기준)의 긴 수명을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제품이다.
외형은 평범, 내부에 더 주목할 만
대부분의 SATA 규격 SSD가 그러하듯, 외형 면에서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가 딱히 다른 제품과 차별점이 있지는 않다. PC와의 접속 인터페이스는 최대 6Gbps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발휘하는 SATA3 규격이며, 대부분의 데스크탑 및 노트북에서 호환되는 2.5인치 너비에 7mm의 두께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차별점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SSD의 핵심이자, 데이터를 저장하는 구성품인 낸드(NAND)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낸드의 제조공정을 19nm(나노미터, 10억 분의 1미터)에서 15nm로 미세화하고, 셀(기록 소자)당 밀도를 MLC(셀 당 2비트)에서 TLC(셀 당 3비트)까지 향상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저장 용량을 늘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2D 낸드 방식으로는 이것이 거의 한계이며 지나치게 셀 당 밀도를 증가시키면 반도체의 내구성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3D 낸드다. 특히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를 비롯한 최근의 웨스턴디지털 그룹(WD, 샌디스크)의 SSD 제품은 64단 구성의 3D 낸드를 도입해 최대 2TB의 용량을 구현했으며, 내구성과 전력 효율을 향상시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제조사에서 보장하는 총 쓰기 용량(TBW, Terabyte Written)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는 해당 저장장치에 계속 쓰고 지울 수 있는 용량의 한계치를 나타내는 것인데,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의 경우, 250GB 모델은 100 TBW, 500GB 모델은 200 TBW, 1TB 모델은 400 TBW의 높은 수치를 갖추고 있다(SSD는 용량이 큰 제품일수록 성능과 수명이 우수하다).
그리고 2TB 모델의 경우는 무려 500 TBW 인데, 이는 매일 80GB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지우는 극한 상황에서도 17년을 이용할 수 있으며, 매일 20GB 정도의 용량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무려 70년 동안 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물론, 이 정도로 시스템을 오래 쓰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사실상 수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와 같다. 이는 동급의 SSD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대시보드 기능 충실, WD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도 이용 가능
샌디스크 SSD를 좀더 안정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전용 소프트웨어인 샌디스크 SSD 대시보드(SanDisk SSD Dashboard)를 설치해보자. 현재 시스템에 설치된 샌디스크 SSD의 상태 확인(볼륨, 온도, 남은 수명 등) 및 성능(전송 속도, 최적화 등)에 관련된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해당 SSD의 최신 펌웨어를 설치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기능도 제공하는 등 여러모로 유용하다.
다만, 샌디스크 홈페이지에서 기존 디스크의 데이터를 샌디스크 SSD로 복제해 운영체제 및 응용 프로그램 설치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는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크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샌디스크와 같은 계열사인 WD(웨스턴디지털) 제품용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인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 WD 에디션(Acronis True Image WD Edition)이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에도 호환되기 때문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WD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기존 시스템에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를 추가로 달고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 WD 에디션을 실행해 데이터 복제를 하면 기존의 디스크에 있던 모든 데이터(운영체제, 응용프로그램 등)가 그대로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로 옮겨져 부팅 가능한 상태가 된다. 처음부터 운영체제를 설치하느라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SATA 인터페이스에서 가능한 최상의 속도 발휘
제품의 성능 면에서도 아쉬움이 없다. 제조사에서 밝힌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500GB / 1TB / 2TB 모델 기준)의 순차 읽기 속도는 최대 560MB/s, 순차 쓰기 속도는 최대 530MB/s 인데, 이 정도면 SATA 인터페이스 기반의 SSD 중에서 더할 나위 없는 수준이다. 이보다 고성능을 원한다면 M.2 규격으로 주로 나오는 NVMe 기반 SSD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아직 대중적인 제품은 아니다.
실제 성능을 가늠해 보기 위해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1TB)로 간단한 테스트를 해봤다. 테스트 시스템은 코어 i7-6700K CPU에 16GB DDR4 메모리, 에이수스 막시무스 VIII 레인저 메인보드로 구성한 윈도우10 64비트 데스크탑 PC다.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데 이용하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크리스탈디스크마크(CrystalDiskMark)를 구동해봤다.
테스트 결과, Seq Q32Ti(순차적 묶음 전송속도) 항목에서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는 읽기 563.3MB/s, 쓰기 535.6MB/s의 속도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사에서 밝힌 수치(읽기 최대 560MB/s, 쓰기 최대 530MB/s)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의미다. 최대 속도 보다는 평균 속도에 가까운 Seq(순차적 평균 전송속도) 항목 역시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읽기 514MB/s, 쓰기 489.5MB/s를 기록했다.
그 외에 체감적인 반응 속도의 지표가 되는 4K Q32T1(4KB 단위 묶음 전송속도)와 4K(저용량 파일 전송속도) 항목 역시 양호한 결과를 기록, 전반적인 제품의 성능이 수준급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성능이면 일상적인 PC 이용 외에 게임이나 그래픽 편집, 동영상 편집 등의 다양한 작업에서 무난하게 이용할 만 하다.
긴 수명에 양호한 성능, 무난히 선택할 만
SSD 시장은 도입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덕분에 저렴하면서 용량과 성능 면에서 만족스러운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일이지만, 제조사 입장에선 경쟁사와의 차별화가 힘들어졌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성능면에서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의 경우, 만족스러운 성능과 용량을 제공하는 동시에 64단 3D 낸드 기반의 긴 수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WD와의 합병 덕분에 WD 전용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소프트웨어 지원 면에서도 예전보다 나아졌다. 비슷한 제품이 많은 SSD 시장이지만, 나름 차별화하고자 하는 노력도 보인다.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 제품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 12만 2,000원(250GB 모델)에서 시작하며, 3년의 보증 기간을 제공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