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의 발전? 인프라 대여에서 인공지능 대여로
[IT동아 강일용 기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이하 클라우드)는 정보화 시대의 은행이다. 은행이 기업이 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있도록 자본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면, 클라우드 역시 기업이 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있도록 인프라(서비스 실행 및 유지를 위한 서버,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 모음)와 IT 기술을 빌려주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전, 인프라 대여에서 인공지능 기술 대여로
과거 클라우드는 인프라를 빌려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클라우드에서 인프라를 빌린 후 이 인프라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몫이었다. 이렇게 클라우드에서 인프라만을 빌리는 것은 인프라 서비스(IaaS)라고 부른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업은 클라우드의 효율을 100% 뽑아낼 수 있었지만, 개발자의 숫자가 적은 기업은 클라우드에서 빌린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기업들을 위해 클라우드 업체들은 인프라뿐만 아니라 서비스 개발을 좀 더 쉽고 빠르게 해주는 IT 기술까지 빌려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인프라와 IT 기술을 함께 빌려주는 것은 플랫폼 서비스(PaaS)라고 부른다.
플랫폼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IT 기술을 API 형태로 제공해 서비스 개발 난이도와 시간을 줄여주는 'API 컴포넌트 모음'과 이미 개발한 서비스를 큰 노력 없이도 문제없이 운영하게 해주는 '서버리스 아키텍처'다. 전자는 서비스 개발을 위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주고, 후자는 서비스 운영을 위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준다.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는 당대의 최신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서비스 구축,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분석을 위한 도구 등 다양한 API를 제공한다. 이 가운데 기업이 가장 눈 여겨볼 API가 바로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API'다.
인공지능 API란 사물 인식, 음성인식, 문자인식 등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을 기업이 클라우드를 통해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API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기업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면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인 머신 러닝(기계학습)과 딥 러닝(인공신경망)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인공지능 인프라도 직접 갖춰야 했으나,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인공지능 API를 활용하면 이러한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없이 빠르게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네이버 클로바 출처: 라인 재팬 공식 유튜브 캡처>
클라우드 업계를 주도하는 업체들은 인공지능 업계를 주도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대규모 인프라와 최신 IT 기술이 필요한데, 클라우드 업체들은 이미 이 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네이버 등 대부분의 클라우드 업체가 '구글 어시스턴트', '코타나', '알렉사', '클로바' 같은 독자적인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해 상용화 절차를 밟고 있다. 클라우드 업체들은 이렇게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할 때 활용된 기술을 내부에서만 활용하지 않고 클라우드를 통해 외부에 공개해,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연구가 적은 기업도 신속하게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네 가지 기술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어진 이미지를 분석해 해당 이미지가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분석하는 사물 인식 기술(보는 능력, 컴퓨터 비전), 음성을 분석해 해당 음성이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분석하는 음성인식 기술(듣는 능력, 스피치 리코그니션), 문서를 읽고 분석해 해당 문서가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분석하는 문자인식 기술(읽는 능력, 내추럴 랭귀지 프로세싱) 등이다.
이 세 가지 핵심 능력 외에 기업이 인공지능 모델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빅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관리(데이터베이스) 및 데이터 분석(데이터 애널리틱스) 기술도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 업체마다 서비스명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클라우드 업체가 이 세 가지 핵심 기술과 데이터 관리 및 분석 기술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부터 병원까지, 다양한 업체가 활용
그렇다면 국내 기업은 인공지능 API를 어떤 형태로 활용하고 있을까. 티몬과 하이퍼커넥트 그리고365mc 병원의 사례에서 그 답을 찾았다.
티몬은 국내 주요 온라인 상거래 업체 가운데 하나다. 매일 수많은 판매자들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관련 이미지를 티몬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이미지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필터링을 하지 않으면 약관에 위배되는 유해한 이미지가 올라와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티몬이 도입한 것이 판매자들이 올린 이미지를 검수하는 인공지능이다.
티몬은 어떻게 이러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답은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사물 인식 기술이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의 사물 인식 기술인 GCP 머신 러닝 비전 API를 활용해 이미지를 사전 검수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금지된 키워드가 섞여 있는 이미지를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설명에서 '효과'나 '효능'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티몬의 정책에 위배된다. 티몬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이미지를 분석해 해당 이미지 내부에 효과나 효능이라는 단어가 있는지 찾아서 티몬 관리자들에게 알려준다. 이를 통해 티몬은 적은 모니터링 인원으로도 효과적으로 판매자 모니터링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승배 티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클라우드는 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API를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그 API를 어떤 비즈니스 분야에 접목할지 파악하는 것이다. 티몬의 경우 처리해야 할 수많은 상품 정보들이 이미지와 텍스트 형태로 되어 있다. 이 내용을 검수하는 절차에 인공지능 API를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특정 키워드를 인공지능과 광학문자인식(OCR)을 활용해 자동으로 걸러내고 있다. 덕분에 과거 이미지 및 텍스트 필터링에 동원되었던 인력을 다른 곳에 배치해 좀 더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세계 비디오 채팅 서비스 1위인 아자르 출처: 아자르 공식 페이스북>
하이퍼커넥트는 글로벌 비디오 채팅 서비스 '아자르(Azar)'를 서비스 중인 중견 스타트업이다. 아자르는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1억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 비디오 채팅 서비스 가운데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즈니스 쪽에 좀 더 치우진 스카이프는 제외) 전 세계 수많은 사용자가 아자르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이 바로 언어의 장벽이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서로 마음에 들더라도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퍼커넥트는 이러한 장벽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를 개발해서 아자르에 도입했다. 비디오 채팅 중인 두 사용자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더라도 아자르에 도입된 인공지능이 이 말을 알아듣고 문자로 바꾼 후 문자를 번역해서 화면에 말풍선으로 띄워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이용하더라도 기초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발 인력이 대기업에 비해 적은 스타트업인 하이퍼커넥트는 어떻게 이렇게 고차원적인 번역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을까. 답은GCP가 제공하는 인공지능 API다. GCP 스피치 API와 GCP 번역 API를 활용해 음성을 인식해서 문자로 변환하고, 변환한 문자를 번역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지방이'로 유명한 365mc 병원도 적극적으로 클라우드를 사용 중이다. 출처: 365mc 공식 페이스북>
인공지능 API뿐만 아니라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국내의 비만 전문 클리닉인 365mc 병원(365mc 네트웍스)은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지방 흡입 기술 'M.A.I.L 시스템(Motion captur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ed Liposuction System)'을 개발해 현업에 도입했다.
M.A.I.L 시스템은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지방 흡입 수술 전체의 동작을 저장한 후 이 동작(비정형화된 데이터, 빅데이터)을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최적의 움직임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과거 지방 흡입 수술은 시술자의 감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술의 안정성이나 결과 등을 정량화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했으나, M.A.I.L 시스템을 통해 수술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전적으로 의사의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인공지능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적의 지방 흡입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365mc 병원은 M.A.I.L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애저'와 애저에서 제공하는 머신 러닝 기반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클라우드(Cloud)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나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최첨단 정보기술(IT) 클라우드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선 비즈니스 현장으로 들어가면 '과연 많은 돈을 들여 클라우드를 써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트와 IT동아는 클라우드가 미디어부터 제조업, 유통업, 금융업, 스타트업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향후 어떻게 비즈니스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인지에 관해 비즈니스맨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클라우드가 바꾸는 비즈니스 환경, 다시 말해 Biz on Cloud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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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