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신간산책] 우리는 왜 일을 해야 하는가?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IT동아]
이제는 익숙한 현실이 된 청년실업과 퇴직 물결로 인해 고용 불안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그나마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그 '일' 마저도 머지 않아 로봇으로 상징되는 기계에게 내줘야 할 거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렇다. 현대인은 지금, 고용 불안을 넘어 존재의 불안까지 내몰리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등의 저서를 통해 불안과 생존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살아가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자각하게 한 강상중 교수. 이번에는 좀더 현실과 맞닿은 '일(직업)'에 관한 생각거리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사계절]이다.
NHK다큐멘터리로 방영된 내용이 책으로 엮였다. 자이니치(在日, 재일) 2세로 태생적 환경에 의해 누구보다 먼저 삶에서 '일의 부재'를 경험했던 그의 고독과 방황, 그리고 극복... 오늘날 많은 이들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사람은 왜 일을 하며 또 일이란 무엇인가?', '이 불확실한 역경의 시대에 자신의 일을 어떤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면 좋은가?'를 자전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있다.
저자는 일(직업)을 단순한 생계수단을 넘어, 개인 인격 형성이나 정신 활동과 밀접하고 섬세한 활동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일은 곧 '나다움의 표현'이자, 사회 안에서 '그 사람의 인생' 그 자체를 나타낸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 역경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일을 '내 삶의 방식을 만드는 어떤 것'으로 마주보라고 호소한다.
어떻게 하면 마주볼 수 있을까? 자이니치 2세로서 평생을 자기 정체성과 일,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 물음을 홀로 부여잡고 살아 온 저자의 조언은 이렇다.
'일의 의미를 생각해볼 것, 다양한 시점을 가질 것, 인문학을 배울 것'!
특히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제로 자신의 삶에서 곤경을 마주하고 극복할 지혜를 주었던 책들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독서의 장점으로는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의사 체험(간접 경험)을 즐기며, 자기 내 대화를 촉진한다는 세가지를 꼽는다.
자이니치 2세로 세상의 구조와 인간의 존재방식에 관해 질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저자는, 그 방황 속에서 만난 고전과 역사가 인간이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인생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고 한다.
저자는 또한 인문학적 소양의 필요성을 긴 호흡으로 강조한다. 살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가치 판단 앞에서 인문 지식은 큰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라고. 자기 안에 풍부한 인문 지식이 쌓여 있으면, 그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이 되어주고, 또 무엇을 할지 말지를 결단하는 힘도 되며, 지금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를 묻는 창조성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사회와의 접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한다.
인문지식을 기른다는 것은 '인간력'을 기르는 것이자 리더로서의 힘을 기르는 것이며, 일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고, 또한 사회 전체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기르는 것이라고 마무리하고 있다.
험난한 시대, 변화의 시대이기에 더더욱 선인의 예지를 빌려 다양한 관점을 갖도록 애쓰고, 구상력의 원천으로 삼아 자신의 길잡이로 활용해야 한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그에 따라 선택지도 무수히 많아지니, 우리는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즉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자기 나름의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더욱 지금, 그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
저자는 지금이 역경의 시대이기는 하나, 필요 이상으로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따뜻하게 다독인다. 그럼에도 이 험난한 시대를 각자 살아내야 한다면, 이 책이 제기하는 '나의 일'에 관한 진지한 물음을 부여잡고 마주해보길 바란다.
우리 모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을 위해 일하는 연습을 시작할 때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