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젠과 라데온 PC방, 중요한 것은 서비스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7년 8월 23일,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아이엠피씨(I'm PC)'를 찾았다. 아이엠피씨는 지난 8월 중순 정식 오픈해 이제 운영을 시작한지 약 보름 정도가 지났다. PC 규모는 약 250대. 상층은 원룸형 오피스텔, 하층은 편의점, 카페, PC방 등 편의시설이 자리한 주상복합 건물에 위치해 오가는 손님뿐만 아니라, 오피스텔에 상주하는 고정형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
아이엠피씨가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PC방이 선택하는 '인텔 프로세서(CPU) +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GPU)' 조합이 아닌, AMD의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프로세서는 'AMD 라이젠 5 1600'과 'AMD 라이젠 7 1700이며, 그래픽카드는 전좌석 'AMD 라데온 RX 570'이다. 이에 아이엠피씨를 맡아 운영 중인 이나연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기자는 이나연씨를 만나는 순간 조금 놀랐다. 250대 PC방 운영자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 27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녀의 모습은 250대 PC방 운영자라기 보다 학생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250대 PC방, 운영자는 27살 여성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많이 놀랐다. 외람된 말이지만, 외모로만 보면 250대 PC방 운영자라기 보다 대학교 교정을 누비는 여대생처럼 보인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이나연: 하하. 아니다. 그런 말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웃음). 현재 나이는 27살이고, 사회 생활을 일찍 한 편이다. 집안 사정 때문에 고등학교를 일찍 그만두고, 가족들과 헤어져 일을 시작해야 했다. 카페 바리스타, 남성 의류 쇼핑몰 C/S 팀장, 식물을 바탕으로 한 인테리어 소품 쇼핑몰 운영 등 다양한 곳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검정고시에 합격, 디자인 전공 전문 대학교를 졸업했다. 참고로 여기 아이엠피씨 내 인테리어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 아마, 인테리어 업주가 많이 귀찮아했을 것이다(웃음). 소품부터, PC방 벽에 프린트하는 글자 폰트까지 허투루 지나치지 않았다.
IT동아: 27살이라는 나이도 놀랍지만, 여성이라는 모습에 소위 요즘 말로 '깜놀'했다. 평소에도 PC에 관심이 많았던 것인지.
이나연: 음… 또래 여자친구들과 비교하면 PC에 대해 많이 아는 편이다. 쉽게 말해, 조립 정도는 할 수 있다. 메인보드, CPU, 그래픽카드, 메모리, 파워 등은 교체할 수 있다. 지금은 PC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 아무래도 직접 PC방을 운영하다 보니까 관심과 욕심이 생기더라. 노하드 시스템으로 운영 중인데, 서버 관리하는 방법도 배우고 싶어졌다. 다만, 지금은 외부에 관리하는 업체가 담당하고 있어서 마음대로 손을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자꾸 이것저것 만지지 말아달라는 당부 같은 부탁도 있었고(웃음).
사실 PC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 영향이 크다. 아버지께서 PC방에 먹거리를 납품하는 일을 하셨는데, 10년 동안 조금씩 사업을 확장해 지금은 전국 PC방을 대상으로 먹거리 유통을 하고 계신다. 그러면서 아버지 스스로 직접 PC방을 운영하고 싶어하셨다. 여러 지인으로부터 정보를 취합하고, 관련 소식을 들으면서 내린 결정이셨다. 다만, 직접 운영하시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셨고, 내게 권유해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
IT동아: 아, 그러면 아버지의 (자금) 도움으로 PC방을 시작한건가.
이나연: 아니다(웃음). 아버지는 제안만 주셨을 뿐이다. 언젠가 좋은 자리가 나왔다고, 생각 있냐고 말씀하셨다. 요즘은 PC방 창업을 '투잡'으로 운영하는 사람도 많다고도 말씀하시고.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물론, 모든 투자 비용을 혼자 감당하지는 못했다. 투자금의 1/3을 담당하고, PC방 운영비를 제한 수익금에서 나누는 방식이다. 아, 직접 운영하기 때문 월급도 받는다.
(전체 창업 비용을 묻자)
약 6억 5,000만 원 정도 들었다. 임대료부터 PC 구매, 인테리어… 항상 예상 못한 곳에서 비용이 추가로 필요해지더라. 일찍 사회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인지, 신용도가 좋아 대출을 받아서 투자했다. 이제 열심히 갚을 일만 남았다(웃음).
IT동아: 아무리 그래도… PC방을 운영하겠다는 결심을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나연: 내가 일을 참 잘한다. (한참을 웃었다.) 다른 투자자 두 분도 저를 보고 투자하신 것 같다. 1살 터울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도 지금 같이 일한다. 이전에는 의류 매장에서 일했는데, 확실히 손님들 상대하는 건 잘 한다. 매장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손님을 대하는데 확실히 노하우가 있다. 먹거리 만드는 레시피도 많이 도움된다.
< 이나연씨는 인터뷰 후 돌아간 매장에서 청소부터 시작했다 >
IT동아: 게임은 많이 좋아하나.
이나연: 아니다. 게임은 소질도 없고, 금방 지루해지더라. 하지만, PC방을 운영한다고 꼭 게임을 다 잘할 필요가 있을까? 찾아오는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손님이 평소 어떤 먹거리를 즐기는지, 자주 앉는 자리는 어디인지, 게임 즐기는 도중이라면 조심스럽게 음식을 놔주고… 이렇게 사소한 것을 챙겨주는 것이 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라이젠과 라데온의 조합, 중요한 것은 서비스
IT동아: 언제 오픈한 것인지.
이나연: 8월 10일부터 정식 오픈했다. 이제 막 2주 정도 지난 것 같다. 처음 계획은 더 빨리 오픈하려고 했는데, 다소 늦어졌다. 오픈을 늦춘 이유는 휴가철과 겹쳤기 때문이다. 휴가철이다 보니 PC 판매 업체, 인테리어 시공 업체 등과 업무 처리가 늦어졌다. 어쩔 수 없이 오픈일을 4, 5일 정도 미뤘다.
오픈 이전에 이벤트 형태로 가오픈 행사를 준비할까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도 PC방 내부 정리가 너무 엉망이었다. 손님에게 판매할 먹거리도, 아르바이트생도 준비가 미흡했고… 며칠 매출을 포기한 셈이다.
IT동아: 먹거리가 궁금하다. 이전에 인터뷰했던 한 PC방은 전문 도시락 체인점이 입주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나연: 아버지께서 먹거리 유통 사업을 하시기 때문에, 주변과 비교해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메뉴도 지속 개발 중이고. 과거 카페에서 4년간 아르바이트한 경험도 도움이 되더라. 음료를 포함한 다양한 먹거리 레시피를 직접 만들었다. 자재 보급은 아버지를 통해서 받고 있다. 부녀간이라고 싸게 주는 법이 없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다 제값 주고 제값 받는다. 음… 신경을 쓴다고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웃음).
IT동아: 총 PC 대수와 사양 정보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이나연: 약 250대다. PC 사양은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메모리(RAM)는 16GB 반, 8GB 반이다. 모두 16GB로 준비했는데, 요즘 메모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어쩔 수 없었다. 나머지 절반은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PC 프로세서는 AMD 라이젠 5 1600과 AMD 라이젠 7 1700을 사용했다. 프리미엄존이 라이젠 7 1700인데, 여기는 LG 21:9 모니터를 배치했다. 그래픽카드는 모두 AMD 라데온 RX 570이다. 확실히 아이엠피씨처럼 AMD의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모두 도입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IT동아: 맞다. 사실 그래서 이곳을 찾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AMD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나연: 먼저, 아버지의 조언이 컸다. 아버지는 유통업을 하시기 전부터 PC에 관심이 많으셨다. 관련해 전문 업체를 생각하실 정도였다. PC방을 오픈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미 구상하고 있었다. 투자자들과 아버지가 만나 서로 협의도 거쳤고. 두번째는 가격 대비 성능이다. 라이젠 출시 이후, AMD 프로세서 성능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같은 가격이라면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높은 성능을 내주기도 하고. PC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AMD 라이젠 프로세서에 대한 평이 상당히 좋더라.
오히려 '왜 PC방이 AMD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선택했을까?'라는 질문이 어색하다. 사실 PC방을 찾는 손님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할 수만 있다면, PC 안에 어떤 부품이 있는지 크게 관심이 없다. 게임, 인터넷, 영화 등을 문제없이 즐길 수만 있으면 된다. 과거에는 PC방이 내부에 탑재하는 부품 성능으로 광고를 하고,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상향평준화 되어 있는 요즘에는 손님에게 대하는 서비스, 말 한마디가 더 큰 차이점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IT동아: AMD의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이렇게 대량으로 구매했는데, AMD 측에서 도움이나 조언 등을 받은 것은 없는지.
이나연: 관련해서, 자주 오신다(웃음). 한번은 전기 배선 관련 문제가 있었다. 처음 배선 공사할 때, 한곳에서 전기가 시작하도록 설계했는데, 그 때문인지 전력를 과하게 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PC 문제는 아닐까 싶어 연락했는데, 배선에 대해서 알려 주시더라. 원인을 찾지 못했을 때, 많은 정보를 주신다. (아직도 전력를 과하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지금은 문제없다(웃음).
게임 실행 중에 갑자기 튕기거나, 오류가 발생해 나타나는 블루 스크린 현상도 같이 해결해준다. 몇몇 특정 게임의 경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에 맞는 설정을 알려준다.
전 좌석 144Hz, 27/34/39인치 모니터까지
IT동아: 모니터가 상당히 다양하다. 21:9 와이드 모니터부터, 커브드 모니터까지. 크기도 상당히 다양하게 있던 것 같은데.
이나연: 처음부터 계획했다. 모니터를 최대한 다양하게 배치하자고. 가장 많이 어필한 요소다. PC방을 창업하기 이전에 주변에 PC방을 자주 다니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계속 조사했던 부분이다. PC방 가서, 게임할 때 뭐가 좋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모니터'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좋아한다는 모니터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았다. 도무지 통일할 수가 없더라. 어떤 사람은 큰 모니터가, 어떤 사람은 작은 모니터가, 어떤 사람은 크기 상관없이 144Hz 주사율 지원을 중요하다 말하고. 심지어 CRT 모니터를 찾는 사람도 있었다(웃음).
그래서 다양하게 배치했다. 모니터 크기는 대부분 32인치인데, 평면 모니터와 커브드 모니터가 절반씩 나뉘어져 있다. 여기에 39인치 모니터가 27대, 27인치 모니터가 33대, 34인치 21:9 와이드 모니터가 16대다. 그리고 39인치 모니터만 빼고 모든 모니터가 주사율 144Hz를 지원한다. 39인치까지 144Hz 제품으로 배치하고 싶었는데, 대당 100만 원이 넘더라. 또한, 벤큐 모니터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 PC방 한쪽은 아예 '벤큐존'으로 만들었다.
벤큐존처럼 좌석은 모니터에 따라서 구성했다. 앞서 말한대로 21:9 모니터는 프리미엄존으로, 큰 모니터는 커플석으로(큰 모니터를 배치한 일반석도 있다) 나누는 방식이다. 성인석과 청소년석을 나누기도 했는데, 큰 의미는 없다. 손님이 오시는 흐름대로 운영 중이다. 아, 손님이 즐기시는 게임에 따라서 좌석을 나누기도 하는데, 아직 전 좌석 16GB 메모리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은 곧 모두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웃음).
IT동아: PC방을 찾는 손님 유형과 평일과 주말 손님은 얼마나 찾는지 궁금하다.
이나연: 성인과 학생을 나누기 이전에, 주간과 야간부터 나눠야겠다. 야간에 정말 손님이 많다. 아무래도 유흥가에 위치한 이유인 듯싶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단골손님도 벌써 오신다. 상층 오피스텔에서 지내시는 분들이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우리는 유료/무료 게임 구분 없이 1,000원에 1시간 10분을 제공한다. 주변 PC 방은 1,000원에 2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데, 유료 게임일 경우 추가 과금이 있다. 결국 비슷하다. 아, 오픈 이벤트로 1만 원에 20시간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한번에 20만 원을 결제하신 손님도 있었다. 특이한 것은 먹거리 매출이 절반에 달한다는 점이다. 아직 오픈한지 보름 정도만 지난 시점이라 분석할 데이터가 많지 않지만, 오피스텔에서 오시는 분들이 PC방에서 식사도 함께 하는 것 같다.
평일 학교 끝나는 시간은 70~80% 자리가 손님으로 가득하다. 주말에는 저녁 시간대 80% 정도다. 그리고 밤 12시 넘는 시간에도 70~80명 정도는 계속 남아있다.
IT동아: 먹거리 매출과 비중이 상당하다.
이나연: 손님이 요청하는 부분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먹거리. 메뉴에 새로운 레시피도 추가하고. 메뉴 종류도 다양하다. 정말 많다. (단순한 메뉴가 손님이 고르기 좋지 않냐는 질문에) 경우에 따라 다르다. 데이터로 보면, 각 음료마다 판매 횟수는 비슷하다. 한번은 미숫가루 스무디 인기가 높아져 모터가 고장나는 일도 있었다. 아메리카노만 찾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메뉴도 다양하고, 손님들도 다양하게 찾으신다.
요즘은 PC방을 단순히 게임만 하려고 찾지 않는다. 영화를 보러 오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러 오기도 하고, 인터넷 쇼핑을 즐기려고 찾으시는 분들도 있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 손님도 많이 늘었고. 전 구역 금연 실행과 분리된 흡연실 공간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주는 것 같다.
IT동아: PC에 문제가 있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이나연: 아직은 문제가 발생하는, '고장' 수준을 겪지는 못했다. 지금은 최적화하는 단계다. 행여나 문제가 발생하면 (노하드 시스템 여건상) 서버 관리하시는 분과 찾아와서 문제를 해결하는 외부 전문 업체를 따로 운영 중이다. 즉각적인 문제 해결은 다소 어렵긴 하다. 다만, 원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바로 대응할 수 있고, 노하드 시스템으로 크고 작은 문제가 없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우선한다. 부품이 외부 요인으로 고장난 것은 어쩔 수 없이 대체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고.
PC 사양, 성능을 떠나서 아이엠피씨만의 장점은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인테리어에 정말 많이 신경썼다. 이렇게 말하기 그렇지만, 매장이 아주 이쁘다(웃음). 도면까지 포토샵까지 직접 그려서, 시공 업체에게 넘겼다. 먹거리도 다양하고, 가격 대비 품질도 좋다고 자부한다. 다양한 모니터도 뺄 수 없다. 책상에 PC를 넣어서 관리하는 매몰형 시스템 책상을 채용해 오로지 모니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즐기는 게임에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다.
앞으로도 아이엠피씨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