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EO 열전]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의 CEO, 팀 쿡
[IT동아 김태우 기자] 애플의 시가 총액은 현재 8000억 달러 안팎이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 1위다. 한마디로 전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기업인 셈이다. 사실 시가 총액 8000억 달러는 주식 시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늦어도 내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올 하반기에 나올 10주년 아이폰의 기대감으로 애플 주가는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2011년 애플은 이미 충분히 큰 회사였지만, 이후에도 주가는 꾸준히 상승해 2배 이상 오른다. 매출, 판매량 등 애플의 외형은 지속해서 커졌으며, 원하는 기업은 언제든 인수할 수 있는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도 마련한 상태다. 애플을 이렇게 만든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 뒤를 이어 CEO가 된 티모시 도널드 쿡(Timothy Donald Cook), 줄여서 '팀 쿡' 이다. 팀 쿡은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할 힘도 축적해 놓았다.
팀 쿡은 누구인가?
팀 쿡은 1960년 11월 1일 미국 앨라바마 주 로버츠 데일에서 태어났다. 로버츠 데일 인근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항구 도시 모빌이 있는데, 그의 아버지는 이곳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의 한 명이었고, 어머니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1982년 오번 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듀크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오번 대학교 졸업 후 팀 쿡이 선택한 회사는 IBM이었다. 1983년부터 1994년까지 12년간 근무하면서 제조와 유통 부분 일을 담당했던 그는 개인용 컴퓨터 사업 부분 북미 총괄 책임자를 역임하기도 했다. 1994년부터는 PC 판매업체인 인텔리전트 일렉트로닉스로 옮겨 COO(Chief Operating Officer, 최고 운영 책임자)를 맡았다. 1997년 팀 쿡은 상승세를 타던 컴팩으로 이직, 자재 부문 부사장을 맡게 된다.
팀 쿡이 애플로 자리를 옮긴 건 1998년으로 컴팩에서 일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았던 때다. 당시 애플은 파산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컴팩은 당시 세계 1위 업체였다. 팀 쿡 입장에서는 옮길 아무런 이유가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와의 만남으로 결국 이직을 결심한다. 팀 쿡은 스티브와 첫 면접 5분 만에 경계심과 논리를 모두 던져 버리고 애플에 입사하고 싶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잘하는 것은 공급망 관리
애플에서 팀 쿡이 맡은 일은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이다. SCM이란 원료 구매부터, 제품 생산, 고객 전달까지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애플의 고질적인 문제는 생산과 악성 재고였다.
재고로 쌓여 있는 제품은 그 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시 애플의 재고는 70일 치 넘게 쌓여 있었는데, 이를 2년만에 10일 치로 낮춘다. 이를 위해 팀 쿡은 100여 개에 이르던 부품 공급회사를 20여 개로 줄이고, 생산은 폭스콘 같은 외부 업체에 위탁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썼다.
팀 쿡의 SCM이 빛을 발휘했던 것은 아이팟을 생산할 때인데, 메모리 업체에 12억 5000달러를 선급으로 지급하고 대량의 메모리를 구매한다. 대량의 메모리를 선급으로 구매한 만큼 개당 단가는 엄청나게 낮춰 공급받았고, 더 높은 이윤을 낼 수 있었다. 이 방식은 지금도 애플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그 어떤 회사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냈다면, 팀 쿡은 엄청난 현금을 보유한 회사로 만들었다.
애플 CEO가 되다
스티브 잡스 주변에는 애플과 넥스트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많았다. 그런 탓에 외부 출신인 팀 쿡이 자리 잡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탁월한 관리 능력으로 스티브 잡스의 신임을 얻게 된다. 맥 사업부와 아이폰 판매 및 운영을 팀 쿡에게 맡겼을 정도다.
특히 2004년에는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수술로 두 달 동안 병가를 냈을 때 CEO 자리를 맡긴 사람이 팀 쿡이다. 애플에 들어온 지 6년 만에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그리고 2005년에는 COO(최고 운영 책임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2009년에도 팀 쿡은 스티브 잡스를 대신해 6개월간 CEO직을 수행한다. 스티브 잡스가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후 2011년 1월 스티브 잡스는 세 번째 의료 휴직을 신청하게 되고, 이때도 팀 쿡은 CEO직을 수행한다.
세 번의 CEO직 수행으로 많은 이가 팀 쿡이 스티브 잡스 뒤를 이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스티브 잡스는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2011년 8월 24일 애플사의 7번째 CEO가 된다. 1997년 길 아멜리오가 이후 다시금 비창업자 CEO 체제가 된 셈이다.
일벌레 팀 쿡
팀 쿡은 스티브 잡스와 많은 부분에서 달랐지만,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스티브 잡스에 뒤지지 않았다. 결혼도 하지 않고 일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바치고 있는데,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한 시간 동안 체육관에서 운동한 후, 6시 조금 지날 때쯤에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 일요일 저녁에도 회의를 열곤 하며, 사무실엔 언제나 제일 먼저 출근해 제일 늦게 퇴근한다.
성격은 예의 바르고 부드러우며 매우 신중한 스타일이라고 알려져있지만, 스티브 잡스 못지않은 강력한 카리스마도 지녔다고 한다. 그런 면모를 알 수 있는 것이 애플 전 임원이었던 사빈 칸의 에피소드다.
중국 생산 공장 회의 중 팀 쿡이 "중국 상황이 안 좋다"며 "누가 가줘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회의가 30분가량 진행되었는데, 갑자기 팀 쿡이 칸을 보며 "아니 왜 아직도 여기 있냐?"고 한 것. 칸은 바로 일어나 공항에 가서 편도 항공권만 끊어 베이징에 갔다고 한다.
아이폰 누적 판매 10억 대 돌파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팀 쿡의 애플은 무척 다른 회사다. 팀 쿡이 애플을 맡은 이후 아이폰 판매량은 크게 늘었고, 현재는 매출의 7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팀 쿡이 CEO가 된 2011년 회기에 판매된 아이폰이 9300만 대였는데, 2016년 회기에 판매된 아이폰은 2배가 넘는 2억 1200만 대가 팔렸다.
아이폰 판매가 크게 확대된 것은 화면 크기를 4.7인치, 5.5인치로 키운 아이폰 6, 아이폰 6 플러스를 출시하면서부터다. 특히 꾸준히 공들여온 중국 시장에서는 출하량 기준으로 처음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 8월에는 아이폰 누적 판매량 10억 대를 돌파한다.
이런 판매량에 힘입어 애플의 주가는 팀 쿡이 맡은 이후 2배 넘게 올랐으며, 시가 총액은 8000만 달러를 넘어 1조 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팀 쿡이 맡았던 지난 6년간의 애플은 판매량 증가로 엄청난 성장을 달성하긴 했지만, 반면에 혁신 기업이었던 애플이 점차 빛을 잃어 가는 것이 아닌가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장을 견인했던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의 유물이라 할 수 있으며, 팀 쿡 체제에서 새롭게 내놓은 애플 워치는 판매량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스티브 잡스는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면, 팀 쿡은 이런 흐름을 받아들여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데에 집중한 듯하다. 한 손 사용성을 강조하던 아이폰은 아이폰 6, 아이폰 6+에서는 화면 크기를 대폭 키워 4.7인치, 5.5인치를 채용했다. 이 때문에 아이폰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대화면이 스마트폰의 트렌드임을 읽어내고, 이 흐름에 순응해 가장 잘 팔리는 형태의 아이폰을 내놓은 셈이다.
아이패드 또한 9.7인치에서 크기를 줄인 7.9인치 모델인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스타일러스인 애플 펜슬과 함께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도 출시한 바 있다. 손가락이 가장 좋은 입력 도구라고 이야기했던 스티브 잡스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스타일러스를 애플이 직접 만들었다. 물론 아이폰이 나왔을 때 스티브 잡스가 언급한 스타일러스와 애플 펜슬은 전혀 다른 도구이긴 하지만 말이다.
애플 디바이스는 전문가가 선호하는 고가의 제품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팀 쿡 체제 이후로는 좀 더 대중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단순히 제품이 많이 팔렸기 때문은 아니다. 여전히 제품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제품에 따라서는 꽤 합리적인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여기에 전문가를 위한 제품은 과거보다 많이 소홀한 편이며, 대신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
2017년은 아이폰 출시 10주년이다. 작년 아이폰 7은 어떻게 보면 한 템포 쉬어간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애플은 10주년에 선보일 아이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전히 아이폰은 잘 팔리고 있으며, 새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문가는 예상한다.
하지만 일각에서 애플을 걱정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아이폰 비중이 너무 높고, 아이폰 뒤를 이를 뚜렷한 제품은 없다. 아이패드와 맥 시장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고, 애플 워치는 기대만큼 팔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품질은 더 나빠진 인상이다. iOS, 맥OS, tvOS, 워치OS 등 다수의 운영체제가 매년 새 버전을 발표하다 보니 사용자는 1년 내내 버그로 몸살을 앓는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애플 걱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애플이 보유한 현금은 246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284조 원 가량 된다. 팀 쿡 체제에서 애플의 성장으로 현금 보유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애플이 이렇게 현금 자산을 쌓아두고 있는 것은 과거 위기에 몰려 파산 진전을 경험한 것이 이유다. 이 결과 현금을 비축해 비상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애플 제품 개발의 중심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 팀 쿡의 뒷받침 덕에 스티브 잡스는 마음 놓고 제품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혁신적인 제품이 여럿 나왔다. 하지만 팀 쿡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다. 그런 한계를 팀 쿡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회사를 키우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팀 쿡의 이런 대비 덕에 스마트폰 시대가 끝이나도 애플은 여전히 IT 업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회사일 전망이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