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2017] 외로운 AR, 변화를 꿈꾸는 VR, 멈춰버린 MR
[타이베이=IT동아 강형석 기자] 2017년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ICT 전시회 컴퓨텍스 2017에서는 다양한 제품과 기술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2017년 하반기 이후를 이끌어갈 주역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로보틱스(Robotics), 스타트업, 비즈니스 솔루션, 사물인터넷(IoT) 애플리케이션, 게이밍(Gaming) 및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등 5개의 주제를 세 전시관에 나눠 골고루 전시해 두었다.
눈길이 가는 곳은 인공지능과 게이밍, 그리고 가상현실이다. 인텔과 AMD, 엔비디아는 물론이고 에이수스와 에이서와 같은 제조사들까지도 관련 제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흔히 알려진 모든 가상현실 기기가 전시되었고 일부는 신선한 것도 있었다.
외로운 사투 중인 증강현실
컴퓨텍스에서 등장한 증강현실은 구글 탱고에 기반했다. 그것도 에이수스가 외롭게 제품을 선보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공개한 제품은 젠폰 AR(Zenfone AR). 이 제품은 구글의 VR 기능인 데이드림(Daydream)에도 대응한다. AR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 때문에 증강현실에 특화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탱고 자체는 지난해 공개됐음에도 대응하는 제품이 많지 않다. 탱고용 애플리케이션 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중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젠폰 AR은 기기 자체 성능은 뛰어나다. 퀄컴 스냅드래곤 821 프로세서와 8GB 램이 호흡을 맞춘다. 5.7인치 디스플레이는 WQHD(2,560 x 1,440) 해상도를 제공한다.
에이수스는 BMW와 함께 협업해 증강현실을 시연하고 있었다.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디스플레이에 BMW의 전기차 i3가 나타난다. 겉은 둘러볼 수 있고 내부도 어느 정도는 구현되어 있었다. 이와 동시에 전시관에는 데이드림 VR을 경험하기 위한 관람객들로 붐볐다.
벤큐는 교육용 증강현실을 시연하고 있었다. 자체 기기가 아니라 아이패드였는데,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화면을 띄운 뒤에 AR 대응 카드를 보면 카드 위에 입체감 넘치는 화면이 구현된다. 소화기로 불을 끄는 것 외에도 다양한 교육용 증강현실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와이드?' 변화 노리는 가상현실
컴퓨텍스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대부분 가상현실(VR) 시연을 HTC 바이브(VIVE)로 진행하고 있었다. 게이밍 관련 전시관을 찾아가면 어김 없이 바이브 기기를 머리에 쓰고 게임을 실감나게 즐기는 관람객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그런데 조금 특별한 가상현실 기기가 있었으니 바로 스타(STAR) VR이었다. 에이서 부스에서 시연되고 있었는데, 다른 가상현실과 달리 '21대9'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니까 더 넓은 시야각의 가상현실로 실제감을 더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가상현실 기기들은 16대9 비율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다음 일부 영역을 겹쳐 구현하는 방식을 쓴다. 그러나 스타 VR은 디스플레이를 M자 형태로 배치해 더 넓은 영역을 구현하는 방식을 쓴다. 에이서 측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스타 VR은 약 210~220도 정도의 시야각을 제공한다.
인식은 바이브와 비슷해 보였다. 룸스케일 구현을 위한 센서와 함께 이를 인지하도록 기기와 컨트롤러에 센서를 넣었다. 더 정확한 조작과 현실감을 느끼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게임에 따라서는 인식 센서가 필요 없어 보이기도 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던 혼합현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뛰어 넘은 혼합현실(Mixed Reality)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홀로렌즈가 대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제조사들과 협업해 다양한 혼합현실 기기 출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컴퓨텍스 2017 전시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참여했다. 근사하게 꾸며진 전시관 중앙에는 혼합현실 기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투명한 유리 감옥에 갇혀 있었다. 즉, 시연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기기만 덩그러니 있고 어느 누구도 경험할 수 없었기에 혼합현실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할 방법은 묘연했다.
그렇다고 다른 전시관에 마이크로소프트 혼합현실 헤드셋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현재 알려진 것은 에이서와 HP, 델, 에이수스, 레노버 등이 마이크로소프트 MR 기기를 생산한다. 각 부스를 찾아가 봤지만 혼합현실 헤드셋은 없었다.
컴퓨텍스 2017에서 가상현실 기기에 대한 흐름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AR은 전시와 교육 등에서 자리 잡았고, VR은 게이밍, MR은 아직 열매가 익지 않은 상태다. 향후 가상현실 기술의 흐름은 어떻게 이동할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봐야 하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