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로 부활한 신세대 워크맨, 소니 NWZ-B152F

김영우 pengo@itdonga.com

80,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워크맨(Walkman)’이라는 브랜드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소니의 워크맨은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대명사였고, 음악을 즐겨 듣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했던 선망의 브랜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세트 플레이어의 시대가 가고, MP3 플레이어가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워크맨은 그야말로 추억의 물건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렇게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던 워크맨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법. 2000년대가 되면서 소니는 자사의 MP3 플레이어에 ‘워크맨’이라는 이름을 붙여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고자 했다.

하지만 역시 달도 차면 기우는 것일까? IT 업체의 수가 워낙 많아진데다가 기술력도 상향평준화되다 보니 무수히 많은 MP3 플레이어가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홍수 속에서 ‘MP3 플레이어 워크맨’은 그다지 눈에 띄는 존재가 되기 어려웠다.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은 ‘워크맨’이라면 이미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린 카세트 플레이어를 떠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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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소니는 여전히 음향기기 시장을 선도하는 주요 업체 중 한 곳이며, 과거부터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 역시 만만치 않음은 아직 부정할 수 없다. 소니의 MP3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제품 중 하나인 ‘워크맨 NWZ-B152F(2GB / 4GB)’를 살펴보면서 신세대 워크맨의 면모를 살펴보자.

작은 본체임에도 표준형 USB 포트 갖춰

NWZ-B152F의 외견을 살펴보면 일단 휴대성 측면에서는 딱히 흠이 없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정도의 크기라서 가지고 다니는 데 전혀 부담이 없고, PC와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충전을 할 때 쓰는 USB 포트도 본체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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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상당수의 MP3 플레이어는 본체 크기를 줄이기 위해 표준형 USB 포트에서 단자부위 주변의 금속 지지대를 생략한 노출형 USB 포트를 쓰는 일이 많은데, 그러한 방식의 USB 포트는 잘 부러질 뿐만 아니라 PC에 꽂았을 때 기기를 단단히 지지해주지 못해서 아무래도 불안하다. 하지만 NWZ-B152F의 USB 포트는 표준형이라서 그런 걱정을 덜어도 될 것 같다. 다만, USB 포트를 쓸 때마다 마개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실수로 마개를 분실할 염려가 있으니 사용자는 이를 잘 챙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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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추구한 셔틀 스위치

본체 곳곳을 살펴보면 가운데 즈음에 위치한 동그란 셔틀 스위치가 눈에 띈다. 살짝 돌렸다가 놓으면 다음 곡, 혹은 지난 곡으로 이동하며, 돌린 상태에서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 구간 고속 이동이 가능하므로 조작이 편하고, 디자인상의 포인트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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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형 AV 기기에서 사용하는 조그 셔틀(Jog shuttle) 다이얼과는 다른 것이라 NWZ-B152F의 셔틀 스위치로 곡의 재생 속도를 변화시킨다거나 할 수는 없으므로 혼동하지는 말자. 그리고 셔틀 스위치는 곡의 이동이나 구간 이동 외에 설정 메뉴에서 각 항목 간 커서 이동을 할 때도 쓰인다.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하단 메뉴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상단 메뉴로 이동하므로 사용자는 이에 익숙해지도록 하자.

알고 쓰면 편리한 재핀(Zappin), 베이스(Base) 버튼

셔틀 스위치의 좌측 상단에 ‘ZAP’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는데, 이 부분에는 NWZ-B152F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재핀(Zappin) 기능을 사용할 때 쓰는 버튼이다. 재핀 기능을 사용하면 각 곡의 클라이맥스 부분만 짧게(5~20초) 재생한 후에 신속하게 다음 곡으로 넘어가게 되므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곡을 듣고자 할 때, 혹은 자신이 듣고자 하는 곡의 이름을 모를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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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재핀 버튼의 위쪽에 위치한 베이스(Base: 저음) / 재생 모드(Play mode) 전환 버튼이 위치하고 있다. 이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체 곡 반복이나 특정 곡을 반복 등을 할 수 있는 재생 모드 전환 기능을 쓸 수 있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이 버튼은 이 외에도 베이스 모드 전환 기능도 갖췄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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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튼을 살짝 눌렀다 떼면 베이스 모드가 켜지는데, 이 상태에서는 곡의 전반적인 저음이 강화되면서 한층 박력 있는 음향을 느낄 수 있으며, 베이스 모드 활성화 상태에서는 셔틀 스위치 내부의 LED 램프가 곡의 흐름에 맞춰 점멸되므로 시각적으로도 만족을 높인다. NWZ-B152F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이어폰은 음향의 명료도가 우수한 편이지만, 저음 부분이 그다지 강한 편은 아니므로 베이스 모드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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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워크맨을 직접 들어본 느낌은?

NWZ-B152F를 이용해 직접 음악을 들어보았다. 일단은 베이스 모드를 켠 상태에서 다양한 장르의 MP3파일 20여 곡을 연속 감상해 보았는데, 구경이 작은 번들 이어폰을 사용했음에도 제법 힘있는 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저음이 강화된 상태에서도 각 악기의 소리가 묻혀서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적었고 스테레오 양쪽 채널의 분리성도 우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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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곡을 베이스 모드를 끈 상태로 들어보니 저음 부분이 크게 약해져서 곡의 박력은 줄어든 반면, 음향 전체가 상당히 차분해지고 세세한 소리까지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중저음 악기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굳이 저음 강화를 할 필요가 없는 클래식 음악이나 헤비메탈 음악을 들을 때는 베이스 모드를 끄고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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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Z-B152F가 재생할 수 있는 음악 파일은 MP3와 WMA다. 이 두 가지 파일 포맷이 음악 감상에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사용하기엔 큰 문제가 없겠지만, WAV나 OGG처럼 음질이 더 우수한 고용량 파일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약간 아쉽다.

녹음기, 라디오, 급속 충전 등 부가 기능도 충실한 편

NWZ-B152F는 음악 재생 기능 외에 녹음기 기능, FM 라디오 수신 기능도 갖추고 있다. 내장된 마이크는 작지만 의외로 감도가 좋아서 간단한 녹취록을 만드는데 유용하게 쓰이며, FM 라디오를 듣다가 녹음 버튼을 누르면 라디오 내용을 음성파일로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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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된 배터리는 끝까지 충전하면 70여분이 걸리며, 이 상태에서는 최대 약 18시간 동안 연속으로 음악을 재생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배터리가 바닥난 상태에서 짧은 시간 안에 충전을 해야 한다면 3분 정도만 충전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NWZ-B152F는 급속 충전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3분 충전으로 최대 90분 동안 음악 재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완전 방전 상태에서 3분 정도만 충전한 후에 음악 감상을 해봤는데 이 상태에서도 약 20~30여 곡의 음악을 재생한 후에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는 것을 경험했다.

신세대 워크맨의 정체성?

소니 워크맨 NWZ-B152F는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로서는 흠 잡을 곳이 그다지 없다. 특히, 음질과 휴대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과연 ‘워크맨’이라고 부를 만하다. 다만, 본질적인 문제라면 요즘은 굳이 MP3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휴대폰, PMP, 태블릿 PC 등.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기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기기들은 음악 감상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활용성이 우수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직 음악만을 듣는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사용자, 그리고 적은 비용 투자(2GB 모델 기준 2010년 8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5만 원 근처)로 최적의 음질을 듣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워크맨 NWZ-B152F와 같은 제품도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음향기기로서의 확실한 기본기, 그것이 바로 워크맨이 지금도 추구하는 변함 없는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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