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네트워크 인프라에 혁신을,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IT동아 이상우 기자]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네트워크 인프라의 개방성과 확장성 역시 중요해졌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서비스가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유연한 네트워크 확장성이 필요하다.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데이터 트래픽도 상당히 늘어났다.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 기기는 각종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고, 서버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물인터넷 기기가 어떻게 반응할지 명령을 내린다. 과거 이러한 작업은 기기에 내장된 프로세서를 통해 처리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데이터 양이 많아지고 특히 인공지능 같은 고성능 서비스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이런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서비스를 사용자가 필요한 시간에 빠르게 전송하려면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지연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즉 더 많은 네트워크 자원이 필요하다. 이때 네트워크를 각 서비스의 필요에 맞게 유연하게 할당할 수 있으면 추가적인 네트워크 증축 없이도 낭비되는 네트워크 자원을 끌어와 쓸 수 있고, 총 소유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다. 기업은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알맞은 때에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네트워크 환경은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기존 네트워크 장비는 각각의 하드웨어가 독립적인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각 네트워크 장비는 소수의 서비스만을 담당할 수 있도록 이에 맞춰 설계된다. 즉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기존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장비를 증축해야 했다. 하지만 장비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네트워크 구조는 복잡해지고, 유지보수나 관리가 어려워져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IT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etwork Function Virtualization, NFV)다. NFV란 네트워크 구성에 필요한 하드웨어의 기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해서 이를 서버에서 실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 하드웨어가 담당하던 기능을 서버 내에서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만큼, 증축이나 변형 등 유연한 네트워크 구성이 가능하다.
NFV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경에서도 유용하다. AWS,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등 기업이 대여해서 사용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존 기업에서 사용하던 내부 서버나 사내 클라우드(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하드웨어적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통합이 어려웠지만, NFV 같은 가상화 기술을 사용하면 이를 기능적으로 통합해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추가적으로 네트워크 장비로 구현하던 기능을 서버 내에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장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다수의 네트워크 장비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이동통신사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경우 단순히 장비(하드웨어)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데이터센터 상면(설치면적)이나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인 인텔 역시 이러한 NFV에 주목하고 있다. 인텔은 우리에게 중앙처리장치를 만드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이동통신 칩셋 등 차세대 IT 산업에서 기반이 되는 분야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서버용 중앙처리장치 시장의 강자로서 NFV 구현을 위한 기술을 프로세서에 내장하는 등 네트워크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인텔의 개방형 네트워크 플랫폼인 ONP는 인텔 프로세서 기반의 x86 서버와 개방형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네트워크 아키텍처다. 기업, 통신사,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 투자나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SDN과 NFV를 통해 서비스를 쉽게 배포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신규 서비스를 시험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미국의 장외주식거래시장 나스닥(NASDAQ)은 인텔 제온 프로세서 E5 v3 프로세서와 클라우드 컴퓨팅 표준 기술인 오픈스택을 기반으로 SDN/NFV 플랫폼을 구축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업무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려 했지만, 기존 시스템과 호환하지 않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복잡성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스닥과 인텔은 NFV와 SDN을 통한 접근 방식으로 네트워크, 스토리지, 서버 등 데이터센터 자원을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할 수 있게 됐으며, 트래픽 관리나 인프라 확장 역시 빨라졌다. 이러한 유연성과 관리 효율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솔루션을 테스트하고 서비스를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사물인터넷 기기와 서비스가 자리잡으면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신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서비스를 제시간에 공급하기 위해 네트워크 최적화와 유연한 인프라 확장성이 필요하다. NFV와 SDN은 이런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으로,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인프라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민첩성과 운영 효율성 그리고 비용 절감 같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