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니] 모험과 안정 사이에서의 줄타기, BMW 520d
[IT동아 강형석 기자] 7세대로 진화한 BMW 5 시리즈를 시승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2리터 디젤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진 520d 엑스드라이브(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다. 가격은 7,120만 원으로 굳이 비교 대상을 꼽는다면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 E 220 d 4매틱(4MATIC) 익스클루시브가 대표적인 차량이 아닐까 생각된다.
완전 변경(풀체인지)이 이뤄진 5 시리즈는 말 그대로 뼈대와 기술들을 대부분 새로 적용했다. 기존 대비 100kg 이상 줄인 차체 구조와 함께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장비들이 채용됐다. 무엇보다 국내 출시된 차량에는 기본적으로 M 스포츠 패키지 내외장을 추가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7 시리즈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
첫 인상은 단연 BMW 7 시리즈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BMW의 상징은 키드니 그릴과 딱 붙어 있는 헤드램프를 봐도 그렇다. 입체적인 면으로 구성된 범퍼는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M 스포츠 패키지 때문이다. 덕분에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키드니 그릴은 단순히 냉각을 위한 역할에서 벗어나 공기역학적 성능에도 도움을 준다. 7세대 5 시리즈에는 주행 상황에 따라 그릴을 열고 닫는 액티브 스트림 키드니 그릴이 적용됐다. 이 장비는 신형 7 시리즈에도 적용됐었다.
헤드램프에는 LED 주간등이 존재감을 살려준다. U자 형태의 라인을 2개 붙인 느낌인데, 현재 BMW의 모든 차량들이 이런 형태를 채용하고 있어 일체감까지 전달한다. 램프도 LED로 야간 주행 시 시야를 최대한 확보해 준다. 정차 시에도 스티어링 각도에 따라 조명이 비춰지는 코너링 라이트가 포함된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가 기본 적용되어 있다.
범퍼 하단의 흡입구. 역동적인 느낌을 주지만 중앙을 제외하면 막혀 있다. 그 위로는 일자 형태의 안개등이 포함된다. 범퍼 하단 중앙 통풍구에 있는 것은 레이더로 전방의 상황을 인지하는데 쓰인다. 물론 카메라도 키드니 그릴 사이에 장착됐다.
측면을 보면 BMW 7 시리즈의 인상이 더 진하게 풍긴다. 에어브리더를 시작으로 후방 범퍼 끝까지 가로지르는 크롬 라인이 없다는 것만 차이일 뿐이다.
단순하게 보면 뚜렷한 장식이 없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도어 컵과 도어 하단, 사이드 스커트에 각각 라인을 입체적으로 넣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물론,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이나 공기역학적 요소에도 도움을 준다.
휠과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F1 에이시메트릭 3(Eagle F1 Asymmetric)가 시승차에 적용되어 있었다. 런플랫 타이어로 펑크가 나도 일정 속도와 거리를 달릴 수 있다. 그만큼 안전하게 주행 가능하다. 규격은 245/45R18. 휠은 M 스포츠 패키지답게 전용 제품이 적용되어 있다.
후면은 기존 대비 더 스포티한 인상을 준다. 기존 520d는 두 개의 배기구가 한 쪽에 몰려 있어 평범한 세단의 느낌이 강했지만 7세대로 와서는 양쪽에 사다리꼴 형태의 배기구 두 개가 양쪽에 배치되었다. M까지는 아니지만 디젤에서도 멋을 챙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후면 램프는 기존 대비 면적이 조금 낮아져 날렵함을 더한다. 2개의 굵은 LED 라인으로 멋을 냈고 상단 라인은 1개의 굵은 노란색 빛이 점등된다. 3 시리즈의 느낌도 있지만 5 시리즈 특유의 향이 잘 배어있다.
고급스러운 실내와 최신 기술의 조화
실내는 충분히 고급스럽고 단정하게 꾸며졌다. 마치 7 시리즈를 5 시리즈에 맞춰 새롭게 구성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 강하다.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내장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의자의 가죽 마감이나 대시보드, 센터페시아 등에 적용된 나무, 가죽, 우레탄 등의 마감도 뛰어나다.
도어와 센터페시아 중앙으로는 엠비언트 라이트가 가로질러 간다. 낮이라 보기 어렵지만 저녁에는 화려하게 실내를 장식한다. 이 부분의 색상은 아이드라이브(iDrive) 옵션 내에서 바꿀 수 있다. 다양한 색상이 준비되어 있으므로 취향에 따라 선택하자.
센터페시아는 버튼을 다수 배제했다. 오디오는 물론 공조장치도 대부분 터치 패널을 적용했다. 중요한 기능 몇 가지만 버튼으로 구현했을 뿐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이상한 감각으로 인해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조금만 적응하면 금세 다루기 쉬워진다.
공조장치는 거대한 액정 디스플레이로 구현해 놓았다. 온도 조절이나 오토 에어컨 활성화는 양쪽 다이얼이 담당하지만 풍량 또는 작동을 활성화하거나 통풍/열선 시트의 조절 모두 하단의 터치 스크린에서 조작하도록 설계했다. 보기에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차후 고장 났을 때의 수리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알 길이 없다.
상단에는 10.2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마치 LG 초콜릿 폰을 연상케 하는 엄청난 길이다. 물론 이전 BMW 차량에도 이런 디스플레이가 탑재됐었다.
디스플레이에는 내비게이션은 물론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 상태에서는 터치스크린으로 조작 가능하고, 아이드라이브로도 목적지나 검색 등을 하도록 만들었다. 지도는 BMW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초창기에 비하면 시인성이나 구성 등에서 아쉬움이 많이 줄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수입차 브랜드가 자체 개발한 지도 중 이 수준의 완성도를 가진 것을 보기 어렵다.
지도는 물론이고 커넥티드 드라이브, 차량 정보 등도 아낌 없이 보여준다. 주차 시에는 주변을 보여주는 서라운드 뷰도 제공된다. 일반 M 스포츠 패키지에는 서라운드 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참고하자. 반응은 빠르고 자체적으로 영상 설명서도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단순하면서도 필요한 것만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BMW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강점이 아닐까?
7 시리즈에 제공되어 신선함을 안겨준 제스처 컨트롤도 그대로 적용된다. 손가락을 회전하거나 좌우로 흔드는 등의 자세로 음량 또는 통화 등의 기능을 활성화 한다. 여전히 인식률이 좋다고 하기엔 어렵지만 쉽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는 정성은 느껴진다.
BMW의 연결성도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차량은 사고 시에 쓸 수 있는 긴급전화 기능이 제공된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과의 연결도 지원한다. 블루투스로 가능한 부분인데, 간단한 절차로 쉽게 연결된다. 이를 활용해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하는 등 차량 내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필요한 기능을 쓰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전방 디스플레이에서 사회망 서비스(SNS), 뉴스 등 다양한 정보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다고 비즈니스 세단이 될까?
터치 스크린도 쓸 수 있지만 기어 노브 옆에 있는 아이드라이브(iDrive)로도 주요 기능들을 다루게 된다. 다이얼과 터치패드, 주변의 버튼을 조합해 여러 기능들을 저장하고 메뉴를 불러오면 된다. 터치나 다이얼의 조작감은 뛰어난 편이다. 대신 주변에 있는 버튼은 약간 힘을 줘야 된다는 점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짜릿하진 않지만 감각적인 주행 성능
잠자고 있는 520d를 깨워본다. 그 순간 디젤엔진 특유의 강한 진동과 함께 힘차게 돌아가는 엔진의 소리가 넘어온다. 최대한 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본성을 숨기는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잔잔한 진동만을 남기고 소리는 조금 줄어든다.
가속 페달에 발을 가져가면 역시 “나는 디젤이야”라는 외침이 보닛 너머에서 들려오며 약 1.7톤의 덩치를 조금씩 견인한다. 하지만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디젤엔진 특유의 갈갈거리는 소리는 사라지고 중저음의 배기 소리와 주변 소음만이 귓가를 맴돈다. 냉간 시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달리면서 만족감이 크게 상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차량에는 트윈파워 터보(TwinPower Turbo) 기술이 녹아 있는 2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최대 출력 190마력과 40.8kg.m의 최대 토크를 뿜어낸다. 여기에 스텝트로닉 8단 자동변속기가 호흡을 맞춘다.
가속 성능은 무난하다.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는 느낌이다. 대신 화끈한 맛은 적기에 이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아쉬움이 느껴질 듯 하다. 적당히 가속이 이뤄지지만 원하는 시기에 속도를 화끈하게 올리려면 미리 움직여야 할 것이다. 힘이 필요할 때에는 과급기(터보)의 지연시간으로 인해 한 박자 늦게 반응하니 말이다.
코너를 돌파해 나가는 느낌이나 고속에서의 안정감 모두 합격이다. 이 차량에는 사륜구동 시스템, 엑스드라이브(xDrive)가 적용되어 있어서다. 승차감도 부드러운 느낌이다. 진동들은 충분히 걸러주면서도 푹신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연비는 디젤엔진 특성을 잘 보여준다. 교통량이 많은 시내에서 이동할 때의 연비는 리터당 약 10km 전후, 시속 80km로 정속 주행할 때의 연비는 리터당 19km까지도 보여줬다. 적당한 재미도 보고 정속 주행도 겸했을 때에는 리터당 약 13km 정도였으니 효율적인 면에서 엄지를 들어줘도 될 듯 하다.
인상적인 다른 부분은 바로 시트다. BMW는 530d를 제외하면 각 차량에 M 스포츠 패키지와 동명의 플러스 트림 등 두 가지로 구분해 놓았다. 세부적인 요소에 차이가 있는데, 시트도 포함된다. 플러스 트림에서는 스포츠 시트가 아닌 컴포트 시트가 적용된다.
이 컴포트 시트의 착좌감이 뛰어나다. 조절만 잘 하면 운전자의 상체를 든든하게 잡아준다. 요추 지지도 가능해서 좌우로 가해지는 압력에도 몸을 지탱하고, 위치 기억도 가능하다.
잠시라도 편한 주행을 돕는 드라이브 어시스턴스
7세대 BMW 520d에서 놀랐던 부분은 주행 보조 기능이었다. 이 차량에는 크루즈 컨트롤과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등이 포함된다. 특히 차선 유지 기능과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의 조합은 잠시나마 편한 드라이빙을 돕는다. 이 둘을 조합하면 반자율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반자율주행은 완전한 자율주행이 아닌 운전자가 개입하는 자율주행을 말한다.
BMW는 차선 이탈 경고, 차선 유지 보조, 능동형 측면 충돌 보호, 전방 충돌 방지, 충돌 회피 보조 등을 적용했다. 말 그대로 주변 차량을 인지하면서 차선을 유지해 정해진 속도로 달리게 해준다. 전방 차량이 속도를 줄이거나 높이면 520d 역시 그에 맞춰 움직인다. 물론 최대 속도는 차주가 정해놓은 것을 중심으로 한다.
기자가 실제 이 기능을 활성화 해 일정시간 도로를 달려봤다. 대부분의 길에서는 차선을 인식해 이를 유지하며 달려나간다. 심지어 약한 코너라면 스티어링 휠도 스스로 돌려준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경계가 모호하거나 속도가 높거나 약간의 고저차가 생겨 순간적으로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는 때라면 차선 유지 기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차량은 해당 기능이 활성화된 후 10초가 지나면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물론 무시하고 그냥 달려도 된다. 대신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차주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그냥 이런게 있다라고 인지할 정도라 하겠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차량 주변에는 레이더와 센서, 카메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이들이 반자율주행을 완성하는 도구라 하겠다. 대신 충돌이나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 증대에 대해서는 BMW 및 다른 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효율성과 첨단 기능을 모두 갖춘 세단
BMW 520d 엑스드라이브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이름은 참 길지만 그 속에 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이고 다양한 첨단 장비를 품었다. 편의 장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강제로 플러스 트림을 유도하도록 만드는 요소들이 있어 아쉬움이 느껴진다. 물론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지만 시트 구성이나 마감, 서라운드 뷰, 리모트 3D 뷰 등 5 시리즈의 핵심 기능 몇 가지가 플러스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못내 아쉽다.
참고로 기자는 리모트 3D 뷰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시승차에는 디스플레이 키가 제공되지 않았다. 또한 이를 확인하려면 아직 애플 iOS에만 대응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비중이 큰 국내 시장에서는 있어도 쓰지 못한다. 곧 안드로이드에도 대응할 예정이지만 출시일에 맞춰 둘 다 사용 가능했다면 더 좋았을 듯 하다.
일부 사소한 부분에서의 아쉬움은 있지만 7세대 BMW 5 시리즈는 분명 뛰어난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그 중 주력이 될 520d는 효율성과 기본기를 모두 갖춘 세단이다.
<리코 쎄타S로 촬영한 BMW 520d의 내부 영상. 주변을 둘러볼 수 있지만 화질이 다소 낮은 점 양해 바랍니다. 크롬 브라우저를 권장합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