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태블릿 PC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정확히 말해 일반인들은 아직 그 용도나 활용성에서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는 일반인들만이 아니라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의견도 분분하다. 과연, ‘태블릿 PC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알맞은 것인가?’에 대한 답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아직 국내에 태블릿 PC가 많이 출시되지도 않은 탓도 있다. 제품을 보고 만져봐야 어느 정도 감이라도 잡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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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태블릿 PC인 '아이패드'

사실 태블릿 PC가 이렇게 이슈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아이패드가 정식 출시되면서야 ‘아, 이런 것도 있구나?’하는 정도의 감만 잡혔을 뿐이다. 과연, 태블릿 PC가 국내에 선을 보이고 나면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여기서 잠깐!

태블릿 PC란, 키보드 없이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 조작하는 개인용 컴퓨터를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넷북 중 모니터가 180도 회전되며 터치 스크린 기능이 있는 것도 이 태블릿 PC로 분류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언급되는 태블릿 PC의 기준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되어야 할 듯싶다. 먼저, 무게. 최소한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휴대성이 좋아야 요즘 말하는 진정한 ‘태블릿 PC’가 아닐까 한다.

멀티미디어 매개체로서의 기대

미국에서 태블릿 PC가 이슈화되기 전, 먼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제품이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의 ‘킨들(kindle)’이다. 킨들은 바로 e북 리더기이다(이제는 국내에도 관련 제품이 많이 출시되어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아직 국내에서는 크게 이슈를 끌고 있지 못하지만, 서서히 그 밑바탕이 마련되어 가고 있는 단계라 생각할 수 있다. 몇천 권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손쉽게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e북 리더기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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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마존은 더 작고 가벼워진 새로운 킨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부터 전문가들은 태블릿 PC가 e북 리더기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태블릿 PC는 e 잉크를 사용하는 e북 리더기보다 오래 사용하면 눈의 피로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화면을 컬러로 볼 수 있고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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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악한 예이긴 하지만, IT동아의 흑백과 컬러의 느낌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e북 리더기에서는 '야구란 공을 던지고 치는 운동경기이다' 라는 문장 한 줄로 끝나지만, 태블릿 PC에서는 그 문장을 클릭하면 실제 야구 선수가 등장해 공을 던지는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활용 측면에서 e북 리더기보다 태블릿 PC가 더 낫다는 것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

이러한 것에 힘입어, 태블릿 PC의 대표적인 아이패드는 현재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명 온/오프라인 신문사에서 아이패드용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기 시작하였으며 실제 이를 구매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즉, 과거 종이 신문을 월 구독료를 내고 보던 것처럼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에서 월 구독료와 같이 돈을 내고 신문을 다운받아 보는 것이다. 들고 다니면서 동영상 뉴스를 볼 수 있다는 것(e북 리더기에서도 신문 구독이 가능하지만, 그건 그냥 종이로 된 신문을 e북 리더기로 보는 것뿐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여기서 잠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지의 경우 아이패드 출시 후 2주일 동안 3,200명의 유료 가입자가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했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에도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에서도 스마트폰, 태블릿 PC용 애플리케이션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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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용 기기로서의 기대

태블릿 PC는 교육용 기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하게 생각해도 꽤 효율적이다. 자, 학교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교과서이다. 이 모든 교과서를 태블릿 PC 안에 담아서 넣고 다닌다고 생각해보자. 학기 초마다 그 많은 교과서를 구매할 필요도 없으며, 책가방에 교과서를 넣고 다닐 필요도 없다. 그저 한번 태블릿 PC에 다운받아 필요할 때마다 그 데이터를 불러오기만 하면 그만이다.

교육 효과는 또 어떤가. 와이파이 또는 3G처럼 이동통신망을 통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기에 손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필요한 정보는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더구나 교과서에 있는 글과 그림처럼 딱딱한 정지 영상도 아니다. 필요하다면 동영상을 다 같이 관람하면서 토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KT에서 국내 엔스퍼트 기업과 손을 잡고 저렴한 가격에 ‘올레 패드’를 올해 안에 생산해 유통하겠다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한 때 아이패드를 국내에 들여와 이를 교육용 기기로 사용하겠다고 했던 일도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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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스퍼트에서 출시하는 다양한 기기들

얼마 전, 인도 정부가 불과 35달러(약 42,000원)밖에 안 되는 태블릿 PC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하는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최근 유튜브에 원활하게 실행되는 구동 동영상이 올라와 ‘너무 싼 것 아니냐’는 불신도 씻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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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35달러 태블릿 PC

노트북과 스마트폰 중간의 보완적인 역할

태블릿 PC는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의 쓰임새와 스마트폰의 쓰임새 중간에 위치할 수 있다. 4인치 안팎의 디스플레이 크기를 가지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완벽히 활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모바일용 웹페이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PC 버전의 일반적인 웹 페이지를 보기에는 디스플레이 화면이 작다. 그렇다고 PC 버전의 웹 페이지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매번 들고 다니기도 애매하다.

이럴 때 태블릿 PC가 대안이 될 수 있다. 7~10인치 안팎의 디스플레이 크기인 태블릿 PC는 일반 웹 페이지를 보는 데 별 무리가 없다. 이제는 성능도 많이 향상되어 간단한 웹 브라우저를 띄우고 웹 서핑하는 것에 답답하지도 않다. 이외에 음악/동영상 감상, 게임 등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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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조만간 출시할 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탭’의 유출 사진

또한, 가정에서 손쉽게 인터넷 검색이나 여가 시간을 즐기는 데에도 태블릿 PC는 편리하다. 이는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보였던 퍼포먼스와도 관련이 깊다. 무대에 마련된 탁자와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아이패드를 시연하는 스티브 잡스는 많은 의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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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외 웹진 기즈모도

한번 상상해보자. 한 가정에서 자녀를 둔 40대 아버지가 아침 출근하기 전 거실 탁자에 놓여 있는 태블릿 PC에서 실시간으로 다운로드된 그날의 뉴스를 본다. 오늘의 날짜를 손으로 누르니 비가 내리는 동영상이 한쪽에서 실행되고 있다. 오늘은 비가 오니 아내에게 우산을 챙겨달라 하고 출근하며 태블릿 PC는 다시 거실에 내려놓는다.

늦게 일어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는 아버지가 거실에 놓고 난 태블릿 PC로 학교에서 그날 보내온 준비물과 시간표를 확인하고 집을 나선다. 텅 빈 집안에서 아침 전쟁을 치른 어머니는 잠시 쉴 겸 소파에 앉아 태블릿 PC로 놓친 아침 드라마를 시청한다. 드라마를 시청하며 등장하는 배우들은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누구인지 나이는 몇인지 등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 마침, 맛있는 요리의 광고가 있어 오늘 저녁은 이것으로 하자고 정하고 레시피를 다운받아 장을 보러 나갈 수도 있다.

상상일 뿐이긴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 노트북으로 이를 즐기기에는 사용하기 번거롭고 무겁다.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고 성능이 낮아 할 수 있는 작업이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작지만 분명 큰 변화이다.


태블릿 PC를 가리키며 ‘그걸 대체 어디다 쓰냐?’ 혹은 ‘쓸 데가 없는 기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진정 사용해보고 나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물론, 아직까지 앞서 상상했던 것들을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태블릿 PC라는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이 마련이 되어야 한다. 시스템 구축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과 같이 다양한 태블릿 PC용 애플리케이션이 마련되면 된다.

사용하는 일반인들이 어렵게 그 시스템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간단히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그것을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태블릿 PC를 사용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덜 끝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태블릿 PC가 본격적으로 출시될 그날까지, 이를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형성되길 기대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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