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알고 사자! Vol.2 디지털카메라
모든 제품이 다 그렇듯이, 비싼 것이 좋다. 비싼 만큼 여러 가지 기능을 물론 성능까지 만족할 정도로 받쳐 주기 때문이다(단, 비싸게 주고 사는 것은 제외). 하지만 제품의 사용 환경과 용도에 따라 현명하게 구매해야 할 것이다. 비싼 것이 좋기는 하지만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으면 사지 않느니만 못하니까.
이제는 대중적인 디지털 기기가 된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도 이와 마찬가지다. 가격에 따라, 용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제품이 있어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카메라 관련 정보나 지식이 없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러할 테고…. 한번 사면 고장 나기 전까지 ‘싫든 좋든’ 계속 사용해야 하는 디카의 특성상 최초 구매 시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어차피 고급형 디카를 구매할 사람들은 이 가이드를 참고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들 살 것이니, 보급형 제품을 선택하려는 디카 초보자들에 맞춰 기술하겠다. 이 정도만 염두에 두고 제품을 물색하면, 적어도 바가지를 쓰거나 원하는 용도에 어긋나는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디카의 원리
그동안 디카를 사용하면서, 도대체 어떠한 원리로 사진이 찍히게 되는지 한 번쯤은 궁금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어려운 이론과 지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빛과 피사체(촬영 대상)의 형상이 렌즈를 통해 들어와 어떻게 메모리에 착상되고 저장되는지는 알고 있는 것이 디카를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카는 일반 필름 카메라와 동일하게, 렌즈를 통해 빛과 피사체의 형상을 받아들인 다음, 이를 필름이 아닌 메모리에 저장하게 된다. 이때 디카에서 필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CCD(Charge Coupled Device)다. 그래서 디카를 구매할 때 CCD가 얼마나 큰지를 따지곤 하는 것이다. 그만큼 디카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참고로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CCD 크기를 ‘센서 크기’로 대신하고 있다. 이들 센서에는 CCD를 비롯, CMOS 등의 소자가 두루 사용된다.
CCD와 CMOS의 차이
이론적인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어렵기도 하고 지면도 부족하니, 디카에 사용되는 환경에서만 훑어보자. CCD와 CMOS는 동일한 역할을 하는 소자다. 다만, 같은 화소의 CCD와 CMOS를 비교하면 CCD가 CMOS보다 크기가 크며, 전력 소모도 더 많으며, 제조 단가도 더 비싸다. 하지만 CMOS는 사진에 노이즈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 도입 초기에는 CCD가 더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기술 개발로 인해 노이즈가 억제된 CMOS가 나오게 되면서 최근에는 고급형 카메라일 수록 CMOS를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CCD에 맺힌 영상은 디카의 AD 컨버터라는 부품을 통해, 아날로그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며, 디카 본체의 버퍼 메모리에 1차 저장된다. 여기서 각종 색상 처리 등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외장 메모리(SD카드 등)에 사진 파일(JPEG, RAW 등)로 저장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통상적으로 디카의 CCD가 크면 그만큼 세밀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화소’ 수가 이 CCD의 크기와 직결된다(이와 함께 제조사 고유의 화상 처리 엔진도 중요하다). CCD의 크기는 인치로 표기하며, 예를 들어, 1/2.7보다는 1/2.5가 크고, 1/2.5보다는 1/1.8이 크다. 당연히 CCD가 클수록 가격도 비싸진다. 헌데 요즘 디카는 워낙 화소 수가 높아서 CCD(센서) 크기보다는 ‘1,000만이네, 1,200만이네’ 하는 화소 수치를 강조하는 추세다.
일반적인 필름 카메라는 셔터를 누르면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셔터막’이라는 차단막이 순간적으로 열리고 닫힌다. 열릴 때 화상이 필름에 맺히고 닫힐 때 촬영이 완료되어 다음 필름 한 컷을 가져오게 된다. 디카 역시 이와 비슷하지만, 셔터를 누르면 셔터막이 아닌 메모리 소자(CCD나 CMOS)에 전력을 순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상을 맺히게 한다. 따라서 원래 디카는 셔터음이 나지 않아 디지털음으로 대체하곤 한다. 하지만 경쾌한 셔터음도 나름대로 사진 찍는 재미를 줄 수 있기에, 일부 고급 디카(DSLR 등)에서는 의도적으로 셔터음을 내주기도 한다.
필름 카메라도 마찬가지지만, 디카 역시 렌즈와 본체(흔히 바디)로 나뉜다. 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렌즈는 촬영 대상을 투영하는, 우리 눈의 망막 역할을 하며, 본체는 투영된 대상을 촬영, 기록 처리하는 두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눈이 좋으면 물체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렌즈가 좋으면 그만큼 양질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렌즈 교환형 디카(DSLR 또는 하이브리드 제품, 아래 상세 설명)의 경우 본체보다 렌즈 가격이 더 비싸기도 하다.
형태에 따른 기준
디카를 고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어떠한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참에 카메라를 배워보려는지, 업무/학습용으로 사용할 것인지, 그냥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두려는 목적인지 등에 따라 디카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형태는 곧 가격과도 연결된다).
다 필요 없다. 작고 간편하면 그만 - 컴팩트 디카
예전에는 컴팩트 디카의 전반적인 성능이나 기능이 중고급 디카에 비해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고급 기능이 필요하다면 고가의 중고급 디카를 구매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 출시되는 컴팩트 디카는 성능도 기능도 중고급 제품에 버금가는 훌륭한 결과를 보여준다. 또한 바지 주머니에도 쏙 들어갈 만큼 아담한 크기가 특징이다.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그때그때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항상 부담 없이 휴대할 수 있어야 하고 조작도 간편해야 하니, 이러한 용도로 쓰려면 컴팩트 디카가 제격이다.
심오한 사진의 세계에 빠지고 싶다면 - DSLR 디카
그렇다고 해서 카메라가 비싸다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촬영자가 원하는 대로 카메라를 조작함으로써 다양한 효과를 가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긴 하다.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ction, 일안 반사식 카메라)이라 부르는 중고급 카메라가 대부분 그러하다. 사진 촬영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셔터 속도와 조리개 열림 정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촬영 환경에 따라 렌즈를 바꿔가며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DSLR 형태지만 렌즈 교체가 불가능한 디카도 더러 있다). 이외에 컴팩트 디카에서는 구현할 수 없거나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이나 효과를 원하는 대로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카메라와 사진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러한 DSLR 디카는 가방을 따로 가지고 다녀야 할 정도로 제품 크기가 크며, 카메라 관련 지식도 상당히 필요하다. DSLR 디카를 사서 ‘자동 모드’로만 찍는다면 차라리 가격도 저렴하고 크기도 작은 컴팩트 디카가 훨씬 유용하다.
셔터 속도와 조리개 수치
컴퓨터의 CPU와 그래픽 카드 등과 같이, 카메라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 할 만큼 빛 조절이 중요한데, 셔터 속도는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을 셔터가 차단하는 속도를 의미한다. 즉 셔터 속도가 1/100초라면 그 시간만큼 셔터를 열고 닫았을 때 들어온 빛의 양(광량)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광량이 많으면(낮) 셔터 속도를 짧게, 적으면(밤) 길게 설정하고 찍어야 한다. 1/100초가 ‘찰칵’한다면 1/10초는 ‘차~알~칵’하는 정도다.
조리개는 렌즈에 들어오는 광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인공 댐의 수문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운데, 비가 많이 내려 방수해야 할 양이 많으면 수문을 크게 열고, 적으면 작게 여는 것과 동일하다. 즉 빛을 많이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에는 조리개를 열고, 적게 들여야 하는 경우에는 조이는 식이다. 이렇게 조리개를 조절하여 광량을 조절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흔히 사진용어로 ‘피사계심도’라 하는, 피사체와 배경 간의 어울림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인물과 배경을 동시에 부각시키는 사진(심도가 높음, 팬포커스)과 배경은 흐리게 하면서 인물을 부각시키는 사진(심도가 낮음, 아웃포커스)을 촬영하는 데 필요하다.
셔터 속도와 조리개 수치는 서로 밀접한 연동 관계가 있기에, 셔터 속도에 따라 조리개를 조정하거나, 반대로 조리개를 조정함에 따라 셔터 속도를 변경해야 한다. 따라서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며, 많은 촬영 연습이 필요하다. 참고로 컴팩트 디카 등에 있는 ‘자동 촬영 모드’는 촬영 현지의 광량 등을 자동으로 측정하여, 최적의 셔터 속도와 조리개 수치를 카메라가 알아서 설정하는 촬영 방식을 의미한다.
컴팩트 디카와 DSLR 디카의 적절한 조합 - 하이브리드 디카
얼마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디카 형태인데, 컴팩트 디카의 휴대성과 편리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DSLR의 고급 촬영 기능(렌즈 교환 등)을 추가한, 컴팩트 디카와 DSLR의 중간적인 제품이다. 물론 가격 역시 두 제품의 중간적인 수준이다(사실 DSLR 쪽에 더 가깝다). 바디는 컴팩트 디카만큼 작지만 렌즈도 갈아 끼울 수 있고, 전문가 수준의 수동 촬영 기능 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출시되는 제품 족족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DSLR의 전문 촬영 기능이 필요 없거나 사용 빈도가 낮다면, 또한 교환 렌즈를 추가 구매할 여력이 없다면 컴팩트 디카와 큰 차이는 없으리라 본다. 따라서 DSLR 디카를 사서 사진을 배워보려 하는데, 가격이 비싸 망설이고 있던 사용자라면 흔쾌히 구매해볼 만하다. 신형 하이브리드 디카가 출시될 때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괜찮은 제품으로 평가되는 듯하다.
사양/기능에 따른 기준
어떤 형태를 선택할지 마음의 결정을 했다면, 이제 기능이나 옵션 등을 따져 봐야 할 차례다. 그동안 카메라 관련 정보나 지식이 부족해 어떤 점을 보고 디카를 골라야 할지 난감했다면 다음에서 설명할 몇 가지만 챙겨 보면 된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카메라 역시 비싸면 좋은 기능과 옵션이 많이 적용돼 있다).
화소(센서 크기)
앞서 언급했던 촬영 소자(센서)인 CCD 또는 CMOS의 크기를 따질 필요가 있다. 센서가 클수록 더욱 깔끔하고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이 센서 크기보다는 촬영 화소 수를 더 부각시키고 있으며, 최신 제품 대부분 1,000만 내외의 화소를 지원한다. 따라서 가격이 거의 비슷하다면(가격 차이 1~2만 원 내외), 화소 수가 높은 것이, 또는 센서 크기가 큰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사실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디카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 모니터로 보거나 그중 일부를 인화하는 정도로 사용할 텐데, 그런 경우라면 화소 수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일반 사진 사이즈(4x6 정도)로 인화할 것이라면, 실질적으로 500만 화소만 넘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형 인화나 출력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결론적으로 1,000만 화소가 넘는다면 그 이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
최대 줌
카메라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기능이 줌(Zoom)이다. 멀리 있는 대상을 가깝고 크게 촬영하기 위해, 렌즈의 광학적 특성을 이용한다. 일반적인 디카라면 약 3~5배 정도 당겨서 찍을 수 있을 텐데, 비슷한 가격이라면 아무래도 보다 높은 배수의 줌을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한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디카의 줌은 ‘광학 줌’과 ‘디지털 줌’으로 나뉘는데, 구매 시 참고해야 할 것은 광학 줌이다. 광학 줌은 렌즈를 이용하므로 화질의 변화가 없는데, 디지털 줌은 (디지털이라 한들) 현재 화면을 그저 크게 확대하는 수준이라 화질 저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디지털 줌마저 필요할 경우도 더러 있겠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요즘에는 최대 광학 줌이 20배가 넘는 고배율 줌 디카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고배율 줌으로 당겨 찍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하다. 더욱이 배율이 높아질수록 피사계심도가 낮아져, 인물을 부각시키는 아웃포커싱 효과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렌즈 크기의 한계 때문에 컴팩트 디카에서는 고배율 줌 제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제품 크기도 줌 렌즈로 인해 컴팩트 디카보다 다분히 크다.
셔터 속도
스포츠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면, 재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인데도 마치 정지한 상태에서 찍은 듯이 또렷하고 선명한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많다. 셔터 속도가 빠른 카메라로 찍기 때문이다(물론 광량이 충분한 환경에서). 사진 촬영을 전업으로 하는 사용자들이 DSLR 등을 사용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셔터 속도 때문이다(디카에 따라 수 초부터 수 천분의 1초까지 다양한 셔터 속도를 지원).
1초보다는 1/1,000초가 빠르고, 1/1,000초보다는 1/4,000초가 빠르다. 따라서 평소에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하는 기회가 잦다면 아무래도 빠른 셔터 속도를 지원하는 디카를 골라야 하겠다(그럴수록 비싼 건 당연). 그러나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1/1,600초 정도를 지원하면 무리 없다.
렌즈 밝기
렌즈에도 밝고 어두운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있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당연히 밝은 렌즈가 좋다’는 것. 광량이 적은 환경이라도 렌즈가 밝으면 보다 밝게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즈 밝기 수치는 통상적으로 ‘F+숫자’ 형태로 표기한다. F2.8, F3.5 등과 같다. F2.8 렌즈가 F3.5 렌즈보다 밝다. 즉 숫자가 낮을수록 밝고 높을수록 어둡다. 따라서 비슷한 가격이라면 밝은 렌즈가 달린 디카를 선택하는 게 좋다(역시 렌즈가 밝을수록 비싸다).
렌즈 밝기는 사실 일반적/일상적인 촬영 환경이라면 크게 신경 쓸 항목은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어디까지나 비슷한 가격이라면 밝은 렌즈 디카를 선택하는 게 좋지만, 컴팩트 디카 정도면 굳이 가격을 높여가며 렌즈 밝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ISO 수치
ISO는 ‘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의 약자로 ‘국제표준화기구’를 의미한다. 카메라에서 통용되는 ISO는 원래 필름 카메라의 필름의 감도를 표시하는 단위였다. 필름의 감도가 높을수록 밝은 사진을 기대할 수 있다. ISO 수치는 ISO100(표준)부터 ISO1600, ISO3200, ISO6400 등으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어두운 환경이라면 ISO 수치를 높임으로써 밝기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지만, 자글자글한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결국 마냥 높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그래도 하여튼 ISO 수치가 높으면 유리한 것이니 눈여겨봐야 할 항목이긴 하다.
다만 대부분의 디카는 ‘자동 ISO’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촬영 환경에 맞게 카메라가 자동으로 ISO 수치를 설정해 준다.
동영상 촬영
컴팩트 디카는 십중팔구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지만, 고가의 DSLR 디카는 지원하지 않는 제품도 더러 있다. 동영상과 관련된 수치는 흔히 ‘fps’, 즉 초당 프레임 수로 나타낸다. 24fps 이상이면 부드러운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정도니 구매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출시되는 디카라면 대부분 30fps 정도를 지원한다. 여기에 고해상도(H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지가 고려해볼 만한 사항인데, 동영상 촬영이 많지 않다면 이 역시 큰 이슈는 아니다. 당연히 HD 촬영을 지원하는 제품이 비싸다.
수동 촬영 기능
앞서 언급한 셔터 속도와 조리개 수치를 비롯해, 포커스 모드(초점 맞추는 기능)를 자동 또는 수동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다. 수동 촬영은 자동 촬영보다 다양한 연출의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컴팩트 디카에서도 부분적이지만 수동 촬영 기능을 제공하지만, 활용하라는 의미보다 제품 홍보적인 의미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DSLR, 또는 하이브리드 디카는 수동 촬영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고, 또 지원해야 한다.
또 강조하지만, 수동 촬영으로 촬영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수동 촬영은 어디까지나, 필요한 사용자를 위한 것이기에 평소 일상을 담는 사진을 찍을 정도라면 수동 촬영 기능에 목매달 필요 없다. 즉 컴팩트 디카를 살 사람이면 수동 촬영 기능은 아예 무시하는 것이 상책.
얼굴 인식 기능 / 손떨림 보정 기능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촬영 기능이라 생각한다. 인물 사진에 있어 촬영 대상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포커스를 맞추는 부수적 기능이다. 그렇다고 해서 ‘원판 불변의 법칙’이 깨지지는 않으니, 있으면 있구나 없으면 없는가보다 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이 기능 지원 여부에 따라 비용을 책정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손떨림 보정 기능은 셔터를 누를 당시 손떨림으로 인해 사진이 흔들려 촬영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기능인데, 그동안 여러 디카로 접해보니 나름대로 효율적인 듯하다. 특히 신체적인 요인으로(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손을 떠는 사람이라면 고려해볼 만하다(그런 사람이면 우선 병원부터 방문하는 것이…). 신형 디카라면 대부분 손떨림 보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 브랜드의 특정 디카만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
메모리 형태, 배터리 형태
촬영한 사진이 저장될 매체다. 일반적으로 플래시 메모리라고 부르는데, SD 메모리나 CF 메모리, xD 메모리, 메모리스틱 등 다양한 종류가 디카에 들어간다. 이중 SD 메모리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편. 이는 아마도 다양한 기기(PMP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유연성이 여러모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메모리 용량도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보통은 디카 패키지 상품에 플래시 메모리를 추가하는데, 용량이야 크면 클수록 좋으나 1GB 이상은 되어야 용량 상의 큰 불편이 없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디카는 필름 카메라에 비해 이래저래 배터리 소모량이 많다. ‘100% 전자기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찜’ 해놓은 디카의 배터리가 어떤 형태고, 용량은 얼마나 되는지도 비교해 볼 대상이다. 또한 전용 배터리인지 일반 건전지를 사용할 수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전용 배터리라면 제품 패키지에는 1개 밖에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이 대부분이므로, 디카 사용이 잦다면 여분 배터리도 고려해야 하겠다.
정품/병행 수입 여부
세관을 거친 정식 수입 제품인가, 제조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내수용 제품인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현저하게 있다. 아마도 디카 구매 예정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사항이 아닐까 생각한다. 크게는 10여만 원 이상 가격 차이가 있지만, 제품은 완전히 동일하니 충분히 그러할 것이다. 다만 병행 수입 디카의 경우 조작 메뉴 등이 영어 또는 일본어로 되어 있는 제품이 있다(드물게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한글로 표기할 수 있기도 하다). 사실 정품이냐 병행수입품이냐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품은 가격은 병행수입품보다 비싸긴 해도 정식 루트를 거친 제품이라 무상 기술 지원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병행수입품은 상대적으로 기술 지원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하기도 하다. 디카라는 기기가 쉽게 고장 나는 제품이 아니긴 하지만, 기술 지원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좋다.
요즘 신제품 디카는 다들 좋던데
저마다의 특징과 장점이 있을 뿐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능이나 성능이 한 단계씩 좋아질 때마다 가격도 조금씩 올라가는 게 공통적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30만 원 예정이었다가도 제품을 알아보다 보면 가격이 70~80만 원까지 쑥쑥 올라간다. 사람의 욕심이란 어쩔 수 없나 보다. 다른 디지털 기기도 마찬가지지만, 디카는 특히 자신의 촬영 환경이나 용도 이상의 제품은 괜히 비용만 낭비하는 셈이 된다.
언제든지 부담 없이 그냥 막 찍는 가볍고 간편한 제품을 원하면 30~40만 원대의 컴팩트 디카가 제격이고, 사진을 전공하거나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100만 원 이상의 DSLR 디카를, 전문적인 사진을 원하나, DSLR의 크기와 가격이 부담된다면 하이브리드 디카를 선택하는 게 후회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위 고려 항목에 가격은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구매자의 입장에서 가격 역시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디카의 가격은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매력적이고 좋은 디카는 비싸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본체에 이것저것 액세서리 등을 추가하면 처음 예산보다 늘어날 테니까. 그러니 어차피 사는 거 무조건 싸게 사려고 하지만 말고, 용도와 사용 패턴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권장하는 바다.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