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3D/VFX 제작 프로세스에 포토샵 레이어를 적용한다면
[IT동아 권명관 기자] 2017년 3월 27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3층에서 파운드리 코리아 위원식 지사장이 '3D 제작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발표했다. 파운드리는 '누크(NUKE)'나 '카타나(KATANA)', '모도(MODO)', '카라 VR(CARA VR)' 등 3D/VFX 디자인 및 제작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특히, 파운드리는 영화, 애니메이션 등 헐리우드의 콘텐츠 제작자 및 엔지니어들에게 인정받은 개발사로, '마션', '배트맨vs슈퍼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타워즈: 로그원', '박물관이 살아있다 3', '쿵푸팬더3', '정글북' 등 최근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적용되었다.
파운드리 코리아의 위원식 지사장이 직접 설명에 나섰다. 그는 "파운드리는 최고의 전문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은 끊임없이 창조적인 작업과 새로운 제작 기술을 추구한다. 또한, 콘텐츠와 결합되는 산업현장은 효과적인 제품 창조과 생산과정의 속도, 유용성, 효율성 등을 중시한다"라며, "파운드리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배가 쓰러지는 과정에 누크가 활용되며 알려졌다. 현재 영화의 특수 효과(VFX)에는 100% 활용된다고 자신한다. 콘텐츠 제공을 시작해 지금은 VR과 AR, 모델링, 자동차 디자인, 신발 디자인 등 3D/VFX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월트 디즈니와 드림웍스, 픽사,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메이저 업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오는 2017년에는 파운드리 교육센터 'ATC'도 오픈할 예정이다"라고 파운드리를 설명했다.
"최근 3D 업계의 주요 관심사는 4K/8K, 3D/VFX, 산업간 융복합, 실시간 렌더링, 파이프라인 효율성 등으로 간추릴 수 있다. 이 모든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오늘 알려드릴까 한다. 바로 'USD'다. USD 설명 전에 먼저 3D/VFX 제작 프로세서를 살펴보자. 최근 월트 디즈니가 개봉한 애니메이션 '정글북'을 예로 들어보겠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요 등장인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CG 작업으로 제작한다. 그리고 (100%) 야외에서 촬영하지 않는다. 남자 주인공 아이와 촬영팀은 내부 스튜디오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정글북은 이러한 촬영으로 아카데미 특수효과상까지 수상했다. 예전에는 (이러한 촬영 및 제작이) 아예 불가능했다. 기존 맥스나 마야에서 이러한 3D/VFX를 촬영, 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3D/VFX 소프트웨어로는 애니메이션 정글북 콘텐츠를 아예 실행시킬 수가 없다. 수천만 폴리곤을 원활하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너무 무겁다. 기존 3D 모델링과 제작 툴로는 랜더링 작업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3D/VFX 프로세스는 각각의 필요한 장면을, 각 모델을 - 마치 포토샵의 레이어처럼 세분화해서 데이터를 불러오고, 실행하고, 합성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주제 'USD(Universal Scene Description)'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영화, 게임 등을 제작할 수 있는 파이프 라인은 대개 다량의 3D 데이터를 생성, 저장 및 전송하는데, 이를 씬 디스크립션(Scene Description)이라고 한다. 그리고 씬 디스크립션 과정(파이프 라인)은 여러 협력 응용 프로그램(모델링, 음영 처리, 애니메이션, 조명, FX, 랜더링)으로 제작되는데, 일반적으로 응용 프로그램은 특정 조건을 요구하거나 특정 워크 플로우에 맞게 실행해야 한다. 즉, 각각의 응용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한 저작물은 다른 응용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읽거나, 편집할 수도 없다. USD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소프트웨어다. 임의의 3D 저작물을 확장할 수 있고, 보강/편집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공개 소프트웨어다."
"지난 2014년, 픽사가 엔비디아와 함께 시그라프(SIGGRAPH)에서 '실시간으로 3D 랜더링을 작업할 수 있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픽사는 마야를 이용한 파이프 라인으로 이를 구현했다. 이는 시스템이 좋거나, 특정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좋아서 (실시간 3D 랜더링을)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3D/VFX 제작 과정 즉, 파이프 라인을 바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다음 영상을 보자. 2016년, 시그라프와 GDC에서 주목받은 2가지 발표 영상이다. GDC에서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실시간 랜더링 지원을 발표하며, 사람의 얼굴 표정을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이를 3D 캐릭터에 반영하는 것을 발표했다. 그리고, 픽사는 시그라프에서 USD를 이용해 8,000만 폴리곤의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로 실시간 랜더링 작업을 시연했다. 물고기의 눈, 입, 눈썹 각 부위를 각각의 레이어로 적용한 것. 이러한 레이어 결과물은 3D 애니메이션을 바로 수정/변경할 수 있도록 바꿨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배경 속 각각의 산호초, 물, 해초 등도 레이어 데이터로 구현해 실시간으로 수정/변경할 수 있다."
< 픽사 ‘도리를 찾아서’를 VR로 실행하는 언리얼 엔진 >
"이후 픽사는 자사의 작업 프로세스를 오픈했다. 이것이 바로 USD다. 픽사는 이번 USD 발표를 통해 더이상 3D/VFX 작업 시 특정한 툴에 끌려 다니지 말고, 더 쉽고, 더 편리하고, 더 빠르게, 3D/VFX를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픽사는 현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마야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마야'만'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한 캐릭터 또는 배경 등 모델링할 때만 (마야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전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마야, 스케치업, 모도 등 여러 3D/VFX 제작 툴을 이용한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레스토'라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 마야, 스케치업, 모도 등으로 제작한 저작물을 모아온다. 이 결과물(shot)을 가지고 랜더링하고 합성한다. 이러한 작업을 픽사는 하나의 영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위원식 지사장은 "그리고 바로 2주 전, GDC 2017에서 에픽게임즈가 언리얼 엔진으로 USD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건 하나의 변화다. 그리고 USD 지원 발표와 함께 픽사의 '도리를 찾아서' 애니메이션을 원본 그대로, 언리얼 엔진으로 실행하는 것을 시연했다. 즉, 8,000만 폴리곤으로 제작한 3D/VFX 결과물을 언리얼 엔진에서 구동, 실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3D/VFX 제작 경계가 무너지고, 변화할 것이다. 정확히는 3D 제작의 변화다. 하나의 3D 콘텐츠로 영화 또는 게임에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그리고 디자이너, 아티스트들은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개인적으로) 예상한다. 헤어, 옷, 유체역학 등 3D/VFX 디자인과 제작 과정이 각 모델별로 전문화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위원식 지사장의 발표가 끝난 뒤, 파운드리의 모도 개발자 중 한명인 제이슨 정(Jason Zheng)이 참석해 모도의 전반적인 기능을 소개하고, 현재 현업에서 3D 디자이너와 3D 아티스트, 3D 엔지니어 등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귀결되는 결과는 비슷했다. 실제 현장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아티스트 등의 직업군이 '어떤 다른 일을 하는가'라는 부분에서 상당히 얇아졌다는 것. 또한, 3D/VFX 관련 공통/협력 작업은 향후 더욱 다양해질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포함하는 프로세스 과정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물론, 아직 이러한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포토샵 레이어 등장 이후, 2D 디자인은 한번의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3D/VFX 제작 프로세서의 오픈소스와 USD를 활용한 레이어 적용이 가져올 변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