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와 아마존이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이유
[IT동아 강일용 기자] 지난 해 1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한국 데이터센터를 개시한데 이어 경쟁사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올해 2월 한국 데이터센터를 오픈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클라우드)의 양대 거물이 대한민국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MS와 아마존
시작은 인프라형 서비스(IaaS) 업계 1위인 AWS다. 지난 해 1월 AWS 서밋 행사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서울 리전'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리전이란 클라우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설치하는 여러(보통 2~3개) 데이터센터의 묶음이다. 특정 리전을 선택하고 사용자와 기업이 서비스와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해당 리전에 속해있는 데이터센터에 데이터가 동시에 올라간다. 한 데이터센터는 서비스 제공용이고, 다른 하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백업용이다. 각각의 데이터센터는 서로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한 데이터센터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데이터센터는 정상 가동된다. 때문에 클라우드에 올린 데이터가 유실될 우려가 없고,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거나 제공받을 수 있다. 일반 호스팅 서비스보다 미션크리티컬(중단되면 치명적인 금전적 손실을 야기하는 서비스)에 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리전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필수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인프라형 서비스 업계 2위이자 전체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 1위인 MS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 MS는 2월 국내 데이터센터 오픈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서울 리전(코리아 센트럴 리전)'과 '부산 리전(코리아 사우스 리전)'을 동시에 개시한다고 밝혔다. 서울, 부산 두 리전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한 리전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리전은 정상 가동된다.
두 업체는 현재 임대 형식으로 국내 리전 서비스를 개시했다. LG유플러스, LG CNS 등 국내 IT 인프라 업체와 손잡고 국내 업체가 이미 구축해놓은 데이터센터에 입주하는 형태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MS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부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데이터센터 임대에서 벗어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통해 경쟁사보다 한층 뛰어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 현재 MS의 두 리전은 인프라, 플랫폼형 서비스인 'MS 애저(Azure)'용으로만 이용되고 있다. 반면 향후 MS가 자체 구축한 데이터센터에서는 오피스365, 다이나믹스365 같은 소프트웨어형 서비스(SaaS)도 제공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업계 1위와 2위가 한국 리전을 개시했거나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인 반면, 업계 3위인 구글은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GCP(구글 클라우드 플랫폼)'를 위한 리전과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세우지 않고 있다. 구글은 2018년까지 GCP 전 세계 리전의 수를 17개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 리전이나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21세기는 클라우드의 시대
클라우드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이제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 서비스, 앱, 온라인 게임, ERP/CRM, IoT(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등 우리가 이용하고 있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미래 산업에 클라우드가 활용되고 있다. 기업과 스타트업의 모든 활동이 클라우드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때문에 아마존, MS, 구글, 알리바바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클라우드를 지정하고, 클라우드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글로벌 IT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클라우드에 별 관심을 보내지 않던 애플마저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원래 2020년은 되어야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규모가 2,40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성장세가 예상보다 훨씬 가팔라 2017년에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2,468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다시 전망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 역시 2017년 4조 2,979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수요
이러한 클라우드 사업의 핵심이 리전과 데이터센터다. 그렇다면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왜 하필 한국에 리전과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 공략이다. 게임, IT,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에 리전과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이번 리전 및 데이터센터 설립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는 한국 시장 공략의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약점으로 꼽히던 것이 '지연 속도(Latency)'다. 과거에는 데이터센터가 멀리 해외에 있다보니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로컬 호스팅 업체와 비교해 서비스의 반응속도가 떨어졌다. 국내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빠른 로컬 호스팅 서비스를 두고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라도, 국내 서비스만큼은 로컬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자체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가 국내에 리전 및 데이터센터를 세움에 따라 이제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도 로컬 호스팅 서비스와 대등한 반응속도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인프라를 통합하거나 서비스 거점을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MS에 따르면, 사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의 많은 기업이 서울 리전과 부산 리전을 정식 서비스 개시에 앞서 체험했다. 400여개의 업체가 서울 리전과 부산 리전을 이용하며 하루 최대 6,700개 이상의 가상머신을 구축했다. 80개 이상의 파트너사(ISV)가 서울 리전과 부산 리전에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중 또는 삼중의 백업 시스템 덕분에 로컬 호스팅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자체구축(온프레미스) 대비 미션크리티컬(중단되면 치명적인 손실이 야기되는 비즈니스)에 강하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금융 서비스와 기업 ERP/CRM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리전 및 데이터센터 설립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규제 장벽도 돌파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법상 반드시 국내 데이터센터에 보관해야 하는 정보가 여럿 있다. 사용자의 금융 정보와 지리 정보 등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기업이 관련 사업을 진행하려면 반드시 로컬 호스팅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데이터센터를 자체구축해야만 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움에 따라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규제를 준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MS의 경우 특정 데이터가 해외로 반출되지 않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 데이터가 국내 리전에만 백업되도록 설정하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MS는 50개 이상의 클라우드 관련 컴플라이언스 인증을 받았고, ISO 27001나 HIPAA 같은 글로벌 업계 고유 규정과 국가별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 다시 말해 MS는 한국, 호주, 독일 등 개인 데이터 수집 및 사용을 규제하는 국가에서 기업이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증과 승인 집합을 제공한다. 덕분에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각 나라별 규제에 대한 걱정 없이 바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
일각에선 국내의 산업용 전기세가 저렴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운 것이란 의견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의견이다. 데이터센터는 지식서비스산업 전기요금 특례대상에서 제외 대상이라 일반용 고압군 전기세로 요금이 책정된다. 전기세는 분명 데이터센터 유치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보다 고객들의 수요가 우선이다.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생긴 것은 국내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에 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AWS, MS 둘 다 사전에 시장을 조사하고 이러한 기업들의 열망을 파악해서 시장성이 있겠다 생각하고 리전과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고순동 한국MS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다. 데이터를 제대로 보관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기업 경영의 디지털화)을 달성할 수 있다"며,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한국 데이터센터는 이렇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고민이 많은 기업에게 해법이 될 수 있다. 기업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한국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보관하고, 각종 서비스를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다"고 국내 리전 및 데이터센터 설립의 의의를 밝혔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