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IT총결산] PC 시장, 혁신 없었지만 볼 만은 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수년간 침체의 길을 가던 PC 시장이 2016년에는 반짝 반등세를 보였다. 지난 11월에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3.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 대단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동안 모바일 시장의 성장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PC시장이 바닥을 친 것은 아닌지 기대해 볼만한 수치다.
2016년 한해 동안 PC시장에 아주 획기적인 신제품이 나온 건 아니지만, 기존의 것을 한층 개량하고 성능을 강화한 제품이 다수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숨 고른 인텔, 절치부심 AMD
올해에도 어김없이 인텔에서는 신형 프로세서(CPU)를 출시했다. 9월에 선보인 7세대 코어 시리즈(코드명 카비레이크)가 그것이다. 다만, 기존의 6세대 코어(코드명 스카이레이크)에 비해 대단한 연산능력 향상이 있던 것은 아니며, 전력 효율이나 내장그래픽 성능, 멀티미디어 콘텐츠 구동능력 향상 등을 강조했다. 제조 공정 역시 개선을 거쳤다고는 하나 여전히 14nm(나노미터) 수준이다. 그리고 7세대 코어는 노트북용으로만 출시된 상태이며, 데스크탑용은 내년 중 등장 예정이다. 출시 모델 수도 적은 편이라 7세대 코어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기 보다는 기존 제품의 개량형에 가깝다는 평도 많다.
인텔의 이러한 숨 고르기 행보는 강력한 경쟁자의 부재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PC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의 유일한 경쟁사인 AMD가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AMD가 올해부터 반도체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14nm 공정을 도입, GPU(그래픽카드의 핵심칩)에 적용했지만 프로세서는 아직도 28nm 수준이며 기존 제품의 개량형만 몇가지 출시했다. 하지만 14nm 공정과 젠(ZEN) 아키텍처를 적용한 완전한 신형 프로세서인 ‘라이젠(코드명 서밋릿지)’이 개발 막바지 단계다. 2017년 1분기 중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AMD의 절치부심이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여전히 강력한 엔비디아, 희망의 공 쏜 AMD
그래픽카드 시장은 변함없이 뜨거웠다. 데스크탑 PC 시장 전반을 그래픽카드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CPU 내장 그래픽 기능의 일반화로 보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이 크게 줄어든 반면, 게임매니아를 위한 고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은 과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그동안 엔비디아의 공세에 몰리기만 하던 AMD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눈에 띄었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10 시리즈(GTX 1050~1080 등)와 AMD의 라데온 RX 시리즈(460~480 등)는 올해 중순을 기점으로 신제품을 하나씩 내놓으며 장군멍군식 경쟁을 했다. 전반적인 상황은 엔비디아가 우세해 보인다. 특히 AMD는 20~30만원대 이상의 고가 제품 시장에서 라데온 RX 480만으로는 지포스 GTX 1060 이상의 제품을 모두 상대하기 버거웠다. 다만, 라데온 RX 460이 10만원대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함으로서 향후를 기대할 수 있게 했다.
슬림 or 게이밍? 양분된 노트북 시장
최근 노트북 시장은 극단적이다. 성능보다는 휴대성을 강조하는 극히 슬림한 노트북, 혹은 좀 크고 무거워도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게이밍 노트북이 양대 축을 이뤄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예전처럼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성능을 강조하는 이른바 만능형 노트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리고 작년까지는 제법 인기를 끌었던 투인원(2 in 1) 노트북은 주목도가 많이 떨어졌다. 투인원은 노트북과 태블릿 형태를 전환하며 쓸 수 있는 이른바 변신 노트북이다.
슬림형 노트북 시장은 삼성전자의 '노트북9' 시리즈와 LG전자의 '그램' 시리즈와 같은 국내 대기업 제품이 이끌고 있다. 2cm 이하의 두께와 1kg 남짓의 무게가 최대 특징이며, 저전력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어 발열이나 배터리 효율 면에서도 쓸 만 하다. 다만, 웹서핑이나 문서작성과 같은 일상적인 컴퓨팅에는 문제가 없지만, 게임이나 그래픽 디자인과 같이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다.
슬림형 노트북과 정 반대 위치에 있는 것이 게이밍 노트북 시장이다. 여기서는 에이수스(Asus)나 MSI, 델(Dell), 에이서(Acer) 등의 해외 업체들의 제품이 선방하고 있다. 다소 무겁고 큰데다 배터리 소모도 빠르기 때문에 휴대성은 좋지 않다. 하지만 고성능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탑재해 데스크탑 못지않은 게임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의 노트북 보다는 이동 가능한 데스크탑과 같은 느낌으로 쓰는 사용자가 많다.
SSD, 대중화 본궤도
SSD(솔리드스테이브드라이브)는 기존의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비해 데이터를 읽거나 쓰는 속도가 빨라 시스템 전반의 체감적 성능을 높이는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3~4년 전만 해도 SSD는 같은 용량의 HDD에 비해 10배 정도 비싼 탓에 쉽게 손에 넣기 힘든 물건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2016년 12월 현재, 120GB 제품은 5만원대, 500GB 제품은 10만원대 중후반에 팔린다. 여전히 HDD보다 용량대비 비싼 편이지만 예전처럼 손에 넣기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SSD의 인기는 특히 노트북 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2월 기준, 제품 가격 비교사이트 '다나와'의 노트북 카테고리에 등록된 인기 제품 상위 10개 모델 중 7개가 SSD를 탑재하고 있는 제품이었다. SSD가 도입기를 거쳐 대중화 궤도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