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직함이 경쟁력, 에이수스 노트북 X555QG
[IT동아 김영우 기자] '장점이 많은' 제품 보다는 '단점이 적은' 제품이 의외로 괜찮은 만족도를 줄 때가 있다. 특정한 용도에 고성능을 발휘하는 제품보다는 다양한 용도에 두루 무난한 성능을 발휘하는 제품 말이다. CPU와 GPU의 융합을 강조하는 AMD의 통합 프로세서인 APU도 그런 제품이다. 경쟁사의 최상위급 CPU나 GPU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쓸만한 쿼드코어 CPU와 라데온 GPU를 동시에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AMD APU의 특징이다.
이런 APU가 벌써 7세대까지 나왔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 출시를 시작한 코드명 '브리스톨 릿지(Bristol Ridge)'가 그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모델인 A10-9600P를 탑재한 에이수스(ASUS)의 X555QG-DM039D(이하 X555QG)가 마침 국내에 출시되었다. 노트북 본체 가격도 50만원 근처(윈도우 운영체제 미포함)로 크게 부담이 없다. 알뜰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날씬함 대신 우직함으로 승부
앞서 말한대로 에이수스 X555QG는 고가의 제품은 아니다. 대신 상판 표면에 동심원 패턴을 넣어 질감을 살리고 키보드 주변의 팜레스트 표면을 금속 재질 느낌이 나게 처리해 '싼 티'가 많이 나지는 않는다.
요즘은 기능을 간략화하여 슬림함을 추구하는 노트북이 많은데, 이 제품은 그렇지 않다. 본체 두께가 2.58cm로 다소 두툼하다. 대신 15.6인치의 넓은 화면(풀HD급)과 치기 편한 널찍한 키보드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키가 눌리는 깊이가 나름 깊고 키보드 우측에는 숫자패드까지 있으니 데스크탑용 키보드와 비슷한 느낌으로 쓸 수 있다.
충실한 포트 구성, ODD까지 갖춰
측면 인터페이스의 구성도 충실한 편이다. 3개의 USB 포트(3.0 x 2, 2.0 x 1) 외에 TV나 모니터 연결용의 HDMI 포트, 그리고 D-SUB(VGA) 포트도 있다. 요즘 나오는 노트북 중에는 D-SUB 포트가 없는 경우가 많아 구형 모니터나 프로젝터와의 연결에 곤란을 겪기도 하는데 에이수스 X555QG는 그럴 걱정은 없다.
여기에 CD나 DVD를 읽거나 쓸 수 있는 ODD(광디스크드라이브)를 기본 탑재한 점도 눈에 띈다. 이 역시 요즘 노트북답지 않은 점인데, CD나 DVD의 이용 빈도가 줄어 들었다고는 해도 ODD가 아예 없으면 종종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 외에 SDXC 지원 메모리 카드 슬롯 및 유선랜 포트도 갖췄다. 유선랜 포트는 기가비트(1Gbps) 지원이라 최근 보급되고 있는 기가인터넷을 쓰기에도 문제가 없다. 본체가 다소 두꺼운 대신 기능은 충실하니 납득할 만하다. 제품 무게는 1.9kg 남짓으로, 항상 휴대하기에는 좀 불편하겠지만 가끔 들고 이동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
최신 프로세서, 7세대 AMD APU(브리스톨 릿지) 탑재
제품 외형 보다 더 주목되는 건 역시 내부 사양이다. 에 탑재된 AMD A10-9600P 프로세서는 쿼드코어 CPU와 라데온 R5 GPU를 품은 7세대 최신 APU다. 클럭(동작속도)는 기본 2.4GHz, 최대 3.3GHz로 제법 높은 편이다. AMD에선 4개의 CPU 코어와 6개의 GPU 코어를 포함해 총 10개의 연산 코어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그래픽 성능을 보강하기 위해 별도의 GPU인 라데온 R5 M430(2GB)까지 따로 달았다. 소비전력을 아껴야 하는 평상시에는 APU 내장 GPU로,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할 때는 라데온 R5 M430 외장 GPU를 이용해 성능을 높이는 구조다. 그리고 멀티 GPU 연산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때는 내장 GPU와 외장 GPU의 성능을 합치는 것도 가능한데, 이 기능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는 아직 많지 않은 것이 아쉽다.
메모리 용량 부족과 SSD 부재 다소 아쉬워
메모리(RAM)는 기존의 DDR3가 아닌 신형인 DDR4 규격을 지원한다. 이는 7세대 APU 플랫폼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에이수스 X555QG는 4GB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는데, 덩치가 큰 프로그램을 구동하거나 동시에 여러가지 콘텐츠를 구동하고자 할 때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제품을 구매한다면 4GB DDR4 메모리를 추가로 구매해 8GB 구성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 노트북용 DDR4 4GB 메모리는 3만원 내외에 살 수 있다. 본체 하단에 메모리 업그레이드 전용 슬롯이 있으니 드라이버로 나사 1개만 풀면 간단히 커버를 열고 메모리를 추가할 수 있다.
저장장치는 1TB 용량의 HDD가 기본으로 달려있다. SSD에 비해 속도가 느리지만 용량이 넉넉한 것이 흠이다. 느린 속도가 불만이라면 본체 하단의 커버를 열고 SATA 방식의 SSD를 구매해 기존의 HDD를 교체하는 것도 생각해보자.
참고로 이번 리뷰에 이용한 에이수스 X555QG-DM039D 모델은 윈도우 운영체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운영체제 설치용 파일이 담긴 디스크나 USB메모리를 따로 마련해 사용자가 직접 운영체제를 설치해야 한다. ODD를 기본 탑재한 제품이고 장치드라이버(윈도우10 버전) 설치용 디스크를 본체와 함께 제공하므로 운영체제 설치에 큰 어려움은 없다. 윈도우10(64비트)용 드라이버만 지원하므로 윈도우7이나 8의 설치는 추천하지 않는다.
4K 동영상도 무리없이 구동, 게임 성능도 그럭저럭
다소 부족한 메모리와 SSD의 부재가 다소 아쉽지만 전반적인 콘텐츠 구동능력은 우수한 편이다. 웹 서핑이나 문서작업, 동영상 감상과 같은 일상적인 작업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특히 동영상 구동 능력의 경우, 1920 x 1080 해상도의 풀HD급 동영상은 물론, 3840 x 2160 해상도의 4K UHD급 동영상도 무리없이 재생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화면의 품질이나 스피커의 음질도 만족스럽다.
게임 구동 능력도 그럭저럭이다. 시중에서 인기를 끄는 온라인 게임 몇 가지를 구동해봤다. 초당 프레임이 평균 30프레임 내외라면 무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 60프레임 이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수준이다.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경우, 화면 해상도 1920x1080에 그래픽 품질 '높음' 옵션에서 초당 60프레임 수준으로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이보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FPS 게임인 '오버워치'의 경우는 화면 해상도 1280x720에 그래픽 품질 '보통' 수준에서 초당 30~40프레임 수준으로 구동된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플레이 자체에 큰 무리는 없었다.
윈도우10의 전원관리 정책을 기본값으로 둔 상태에서 배터리 유지 시간도 측정해봤다. 100% 충전 상태에서 풀HD급 동영상을 연속 구동하며 시간을 측정해보니 약 4시간 40분 구동 후 배터리 부족 경고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7세대 APU가 예전의 AMD 프로세서에 비해 전력 효율이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15인치급 노트북은 휴대용 보다는 거치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으니 이 정도의 배터리 유지 능력이면 충분하다.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노트북
에이수스 X555QG는 무난함의 미덕을 갖춘 노트북이다. 특정한 용도에서 확 눈에 띄는 성능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노트북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업에서 고른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우직한 제품이다. 이는 이 제품의 두뇌인 AMD 7세대 APU의 특성이기도 하다.
휴대성이 우수한 편은 아니고 디자인 역시 평범하지만 각종 포트의 구성이 충실하고 가격 역시 50만원(OS 제외, 인터넷 최저가 기준 49만 9,000원) 내외로 저렴하다. 때문에 이 제품을 사고 '본전' 생각이 나진 않을 것 같다. 소음이나 발열과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의 만족도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최근 노트북 시장에서 휴대성에 특화된 슬림형 노트북, 게임 구동능력에 특화된 게이밍 노트북과 같은 특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무난함을 강조하는 에이수스 X555QG 같은 제품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다. 제품 자체는 쓸 만하니 제조사의 마케팅에 성패가 달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