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 태블릿PC? 이거 뭐 변신 로봇인가? - 아수스 EeePC T101MT (2부)
지난 1부에서는 아수스 EeePC T1010MT(이하 T101)의 외형을 외주로 살펴 보았으니, 이번 2부에서는 탑재된 부품과 그에 따른 성능 위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아수스 T101의 사양
아수스 T101은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넷북 2세대 제품이다(코드명 ‘파인트레일’ 플랫폼 탑재). 2세대 아톰 넷북 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아톰 넷북 플랫폼보다 크게 성능이 나아지거나 한 것은 아니다. 과거 넷북 플랫폼과 달라진 점이라면 그래픽 칩셋과 메모리 컨트롤러 부분을 CPU 안에 내장하였다는 점. 이는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스템을 단순화해 들어가는 소비전력을 줄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자면, 3명이 처리하던 일을 2명이 할 수 있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는 일의 양은 같지만 인원수가 줄었으니, 그만큼 들어가는 인건비 혹은 밥값(?)이 줄어들지 않겠는가.
T101에 탑재된 CPU는 N450으로 동작속도 1.66GHz의 싱글 코어다. 다만, 하이퍼쓰레딩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작업관리자 창에서는 마치 듀얼 코어처럼 2개의 쓰레드로 나타난다(아톰 CPU 자체가 저전력, 저성능 제품이라 하이퍼쓰레딩 기능이 있다고 해도 성능이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넷북은 넷북일 뿐이다). 메모리는 DDR2 1GB가 탑재되어 있으며, GMA 3150 인텔 내장 그래픽 칩셋이 탑재되어 있다.
1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메모리는 제품 밑면에 있는 확장 베이를 통해 용량을 늘릴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웬만하면 1GB 증설해서 2GB로 사용하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 인텔 내장 그래픽 칩셋인 GMA 3150은 과거 인텔 G31 칩셋에 들어있던 GMA 3100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기존 넷북에 들어가던 GMA 950에 3D 성능이 약간 상승된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3년 전인 2007년도에 출시했던 그래픽 엔진을 기초로 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참고 삼아 약 250여 개의 모바일용 그래픽 칩셋을 여러 벤치마크 자료를 기초로 순위를 나눠놓은 한 국외 웹사이트를 보면, 인텔 GMA 3150 내장 그래픽 칩셋은 229위로 230위에 위치한 기존 넷북 그래픽 칩셋인 GMA 950과 거의 차이가 없다.
출처: 노트북체크넷
이외에 운영체계는 윈도우 7 스타터 에디션이 설치되어 있으며, 하드디스크는 160GB(SATA, 5400RPM, 2.5인치)가 탑재되어 있고, 10/100/1000Mbps 유선랜과 함께 802.11 b/g/n 규격의 무선랜이 탑재되어 있다. 또한, 블루투스 2.1과 스테레오 내장 스피커도 탑재되어 있다. 160GB의 저장용량이 적어 보일지 모르지만, 500GB 용량에 달하는 아수스 웹 저장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실제 사용해본 아수스 T101의 성능
1. 퍼포먼스 테스트 7.0 벤치마크 프로그램
넷북, 노트북과 같은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려면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실행해 그 결과값을 비교해 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주변 여건이나 제품의 설정 등에 따라 이 결과값은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하는 수준으로만 보는 것이 좋다. 실행해본 벤치마크 프로그램은 공개 프로그램 중 하나인 ‘퍼포먼스 테스트 7.0’으로 CPU나 그래픽 칩셋과 같은 특정 부품의 성능보다 제품 전체의 성능을 테스트하는데 유용하다.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것처럼 총 점수는 251점이다. 이는 예상대로 과거 넷북의 결과값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이전 세대인 아톰 N270과 그에 대응하는 플랫폼을 탑재한 L사의 X넷북의 결과값이 240점이었으니 말이다). 오차를 줄이기 위해 여러 번 테스트했음을 밝힌다.
2. 간단한 3D 그래픽 온라인 게임 테스트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통한 성능 테스트 외에 실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능으로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다. 테스트 방법은 실행 가능성이 높은 몇몇 게임과 동영상 재생을 플레이해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먼저, 설치해본 게임은 ‘서든어택’. 인기가 높은 FPS 게임이지만, 의외로 요구하는 3D 그래픽 성능이 낮다는 점을 생각해 테스트해보았다.
서든어택 서버에 접속해 게임의 대기실을 통해 방에 입장할 때까지만 해도 큰 이상은 없었지만, 역시나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하자 뚝뚝 끊기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주변에 두세 명의 사용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화면이 1~2초간 멈추는 현상도 발생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뒤이어 실행해본 ‘카트라이더’는 어느 정도 플레이가 가능했다는 것(약간의 렉이 발생하긴 했지만). 다만, 카트라이더 역시 3D 그래픽에 관련된 이펙트 효과나 특수 아이템 효과 등을 끄고, 혼자서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설정을 켜고 여러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하면 역시나 서든어택과 같은 현상을 겪게 된다.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과거 넷북의 그래픽 칩셋이었던 GMA 950보다 3D 그래픽 성능을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체감하기에는 극히 힘들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 같은 숫자놀이(?)에서는 약간의 상승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실제 3D 그래픽 게임을 실행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결과이다.
3. 720p 화질 동영상과 1,080p 화질 동영상 재생 테스트
게임 테스트가 끝난 후 실행한 동영상 감상 테스트는 1,080p 화질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느냐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과거 넷북에서 720p 화질은 재생 가능했던 반면, 1,080p 화질의 동영상은 감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720p 화질의 동영상은 별다른 설정을 건드리지 않고도 쉽게 재생이 가능했다. 스크린샷을 보면 CPU 점유율도 30% 내외로 안정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080p 화질의 동영상을 재생하면 과거 넷북과 마찬가지로 점점 화면이 끊어지며, 영상과 음성의 싱크가 어긋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CPU 점유율 역시 100%에 육박해, 그 어떤 작업도 동시에 진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단, 일부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에서 외부 비디오 코덱(CoreAVC와 같은)을 설치하면 1,080p 화질의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4. 인터넷 웹 서핑과 멀티태스킹
넷북의 한계인 해상도 문제는 아수스 T101도 벗어날 수는 없다. 1,024x600 해상도의 화면은 인터넷 웹 서핑에 그리 최적화되어 있다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과거 넷북에 비하면 웹 서핑 속도가 꽤 빨라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이라 사용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몇몇 상황을 설정해보면 향상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과거 넷북에서는 일명 ‘플래시 도배’가 되어있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2~3개만 띄워도 느려지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아수스 T101은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4~5개 정도 띄워두고 720p 동영상을 재생해도 괜찮을 정도로 꽤 향상된 성능을 보여주었다(다만, CPU 점유율은 100%에 육박할 정도였지만 넷북에서 이 정도면 훌륭한 수준이다).
태블릿 PC로 사용할 때 유용한 애플리케이션 및 운영체계
아수스 T101은 넷북이지만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아수스 T101에는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때 유용한 애플리케이션 및 운영체계가 설치되어 있는데, 크게 ‘터치 게이트(Touch Gate)’ 모드와 ‘익스프레스 게이트(Express Gate)’ 모드로 나눌 수 있다.
1. 터치 게이트 모드
터치 게이트는 윈도우로 부팅한 이후에 사용하는 터치스크린 입력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는 프로그램이다. 포토존, 노트, 메모, 계산기, 인터넷 라디오 등의 간단한 프로그램들이 들어있으며, 아수스 앱뱅크(Asus APBank)에 접속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도 있다.
터치 게이트 메인화면
이 중, 포토존과 노트/메모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포토존은 다양한 사진을 보기에 편리했으며,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사진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페이스북 등의 홈페이지에 업로드가 가능했다. 또한, 앨범 편집의 기능도 있어 여러 사진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포토존
노트/메모 기능은 터치스크린에 손이나 스타일러스 펜으로 직접 작성, 저장할 수 있어 간단한 내용을 입력할 때 유용했다. 특히, 태블릿 PC 형태로 동영상을 보다가 뭔가 적어야 할 내용이 생겼을 때 편리했다. 또한, 메모 기능의 경우 오른쪽 하단에 있는 눈 모양 눌러 활성화시키면 윈도우 바탕화면 가젯처럼 쓸 수 있어 활용하기 편리했다.
메모 기능(좌)와 가젯처럼 쓰이는 스크린샷(우)
2. 익스프레스 게이트 모드
익스프레스 게이트 모드는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익스프레스 게이트 버튼을 누르면 실행된다. 이는 윈도우 운영체계가 아닌 퀵 부팅 시스템(Quick Booting System)으로 디바이스브이엠사가 리눅스를 기반으로 만들어 PC 제조사에게 공급해오는 또 다른 운영체계이다(인스턴트 OS라고도 말한다). 매우 빠르게 부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 아수스 T101에서는 약 1~2초 정도면 익스프레스 게이트 모드 부팅이 완료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익스프레스 게이트 모드에서는 제한적인 몇몇 기능만을 실행할 수 있지만,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유용하다. 스플래시탑 브라우저를 이용해 웹 서핑을 할 수 있으며, 간단한 플래시 게임을 즐기거나 스카이프, 채팅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사진을 볼 수 있는 포토 매니저도 실행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동영상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다양한 전원 관리 옵션
아수스 T101은 넷북임에도 불구하고 전원관리 옵션이 있어 상황에 따라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총 4가지로 선택할 수 있으며, 최대성능인 슈퍼 퍼포먼스(Super performance), 중간성능인 하이 퍼포먼스(High Performance), 절전성능인 파워 세이빙(Power Saving), 자동관리성능인 오토 하이 퍼포먼스(Auto High-Performance)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각 모드에 맞춰 CPU의 동작속도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탑재된 아톰 N450의 동작속도는 1.66GHz이지만, 최대 1.83GHz 에서 최소 0.86GHz까지 변화하였다. 사실, 아톰 CPU 자체가 저전력 저발열 저성능 CPU이기에 얼마나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최대성능 모드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최대성능 모드(좌)와 절전모드(우)
사실, 태블릿PC형 넷북이 ‘크게 유용하다’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넷북이라는 성능의 한계성에 태블릿PC형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이지, 태블릿PC 기능을 완벽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선을 조금 달리 생각하면 어떨까?
태블릿PC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기존 일반 넷북과 비교를 해보자. 단순히 넷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넷북의 성능/기능에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아수스 T101의 장점을 찾아낼 수 있다. 빠르게 부팅해 간단한 기능을 사용할 때 유용하고, 키보드를 이용하는 작업에서 넷북과 같은 성능을 보이며,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직관적인 입력도 가능하니 효율적이다.
얼마 전 7살 된 아들녀석을 데리고 외출했을 때, 아수스 T101을 태블릿 PC 형태로 손에 쥐어주고 어린이용 웹사이트(네이버 쥬니버, 다음 키즈짱, 야후의 꾸러기 등)를 열어줬더니 꽤 잘 사용하더라(물론, 무선랜이나 와이브로를 이용해야 하지만). 더구나 아수스 T101은 저전력이라는 넷북의 특성상 오래 사용할 수 있어 장거리 이동할 때도 유용했다.
아수스 T101을 태블릿 PC라고 규정하고 보면 ‘무겁다’,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없다’ 등등의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면 안 보이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전화번호라도 불러줘서 적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아수스 T101을 꺼내 화면을 돌리고 1초 만에 부팅해 손으로 쓱쓱 전화번호를 써서 저장해 놓는 상황을 말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