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콘텐츠가 성공의 비결이다, 포켓몬 GO
[IT동아 강일용 기자] 킬러 콘텐츠(영향력이 매우 큰 콘텐츠)가 흔들리는 회사를 바로 잡고, 장래성을 의심받던 산업군을 살려냈다. 바로 '포켓몬 GO'의 얘기다. 포켓몬 GO는 구글에서 분사한 증강현실 스타트업 나이언틱랩과 닌텐도의 관계사 포켓몬컴패니가 손잡고 출시한 증강현실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다.
포켓몬 GO는 어떤 게임?
포켓몬 GO는 지난 2014년 나이언틱랩이 개발한 증강현실 기반의 소셜 경쟁게임 잉그레스(Ingress)와 포켓몬이라는 콘텐츠를 결합시켜 탄생한 게임이다. 잉그레스는 현실의 특정 장소에 존재하는 포탈에 방문해 세력을 키운 후 사용자끼리 팀을 맺고 지역을 쟁탈하는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포켓몬 GO는 이러한 잉그레스의 시스템을 대폭 간소화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특정 장소에 방문해 포켓몬을 채집하고 포켓몬을 성장시킨 후 사용자끼리 팀을 맺고 체육관에서 대결을 벌인다는 잉그레스의 기본 시스템은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포켓몬 GO는 게임의 기본이 되는 포켓몬을 채집하기 위해 현실에 존재하는 특정 장소에 방문해야 한다. 포켓몬을 성장시키거나 포켓몬 알을 부화시키기려면 스마트폰을 들고 지속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포켓몬 채집 및 성장을 위한 관련 아이템을 얻고 싶다면 '포켓스탑'이라는 장소에 방문해야 한다. 한 장소에 앉아서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존 모바일 게임과 근본적으로 다른 게임성을 갖추고 있다.
포켓몬 GO를 실행하면 자신 주변의 지형이 3D로 재구성되며, 여기에 채집할 수 있는 포켓몬이 나타난다. 스마트폰을 들고 포켓몬이 있는 위치로 이동하면 진동이나 알림을 통해 포켓몬을 채집할 수 있음을 사용자에게 표시해준다. 해당 포켓몬 앞에서 몬스터볼(포켓몬을 채집할 수 있는 아이템)을 열고 포켓몬을 채집하면 된다. 포켓몬 채집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현실 화면으로 할 수도 있고, 3D 그래픽으로 할 수도 있다.
등급이 낮은 포켓몬은 사용자의 집 주변에서도 쉽게 채집할 수 있지만, 등급이 높은 희귀 포켓몬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등장하도록 설계했다. 또, 수집한 포켓몬을 육성하고 타인과 포켓몬의 강함을 겨룰 수 있는 체육관 역시 유동 인구가 매우 많은 장소에 배치했다. 때문에 포켓몬 GO를 즐기는 '포켓몬 트레이너들(포켓몬 게이머들을 지칭하는 표현)'은 자연스레 특정 장소로 모일 수밖에 없다. 모인 트레이너들은 자신이 수집한 포켓몬을 교환하며 서로 친분을 쌓게된다. 온라인 중심의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것이다.
포켓몬 GO는 기본적으로 무료 게임이지만, 게임을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게임 내부에 다양한 유료 아이템을 배치했다. 이 유료 아이템이 포켓몬 GO의 수익 모델이다.
포켓몬 GO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미출시된 관계로 대한민국 계정으로 내려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계정을 생성해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 접속하거나(iOS), 인터넷에서 포켓몬 GO apk 파일을 내려받아야(안드로이드) 포켓몬 GO를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포켓몬 GO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켓몬 GO를 실행하면 '서비스 지역이 아닙니다'는 메시지만 나타난다.
예외적으로 양양, 속초, 고성 등 강원도 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포켓몬 GO를 실행하고 포켓몬을 채집할 수 있다. 이는 제작사 나이언틱랩이 전 세계 서비스 구역을 분류할 때 강원도 북부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라시아 지역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다만 강원도 북부를 가더라도 자신 주변 지형이 3D로 재구성되지는 않는다. 나이언틱랩은 3D 공간정보 구성에 구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구글 지도 데이터에는 국내의 공간정보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한 포켓몬 채집, 육성, 교환, 대결 등 게임의 핵심 기능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포켓몬 GO, 인기 대폭발
지난 7월 6일 미국에 출시된 포켓몬 GO는 사회현상에 비견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포켓몬 GO를 즐기려는 트레이너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포켓몬 채집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채집하고 있다, 희귀 포켓몬을 채집할 수 있는 장소에는 수 천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려들었고, 체육관에 해당하는 장소는 육성한 포켓몬의 강함을 겨루고 자신이 속한 세력의 범위를 넓히려는 트레이너들로 24시간 내내 붐비고 있다.
<포켓몬 GO로 포켓몬을 채집하는 모습>
이에 따른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포켓몬을 채집하려던 한 트레이너가 어깨에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고, 어떤 트레이너는 포켓몬 채집 도중 유기된 시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트레이너들이 몰리는 포켓스탑 근처에서 강도질을 한 4인조가 검거되는 일도 일어났다. 트레이너들은 이들을 현실 로켓단(주인공의 포켓몬을 호시탐탐 노리는 포켓몬 시리즈의 악역)에 비유하기도 했다.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제발 동네에서 포켓몬이 출몰하지 않게 해달라는 탄원이 나이언틱랩에 접수되기도 했다. 심지어 포켓몬 채집과 육성을 위해 돌아다니는 것을 귀찮아하는 트레이너를 위해 포켓몬 채집, 육성을 대신해주는 대리 업체(?)까지 등장했다.
포켓몬 GO의 대성공 덕분에 오프라인 상권도 싱글벙글이다. 트레이너들이 포켓몬 채집을 위해 돌아다니며 소비를해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귀한 포켓몬이 출몰하거나 포켓스탑, 체육관으로 지정된 상권에서 트레이너들을 환영하고 있다. 어떤 곳은 자신의 매장에서 귀한 포켓몬이 출몰한다고 입구에 써붙이기까지 했다. 반면 정숙해야 하는 박물관, 레스토랑 등에선 포켓몬 채집을 위해 마구 침입하는 트레이너를 반기지 않고 있다. 트레이너들의 출입을 금한다고 엄포를 놓은 곳도 생겨났다.
포켓몬 GO는 출시 일주일만에 캔디크래시사가, 캔디크래시로얄을 제치고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모바일 게임으로 등극했다. 온라인조사기관 서베이몽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포켓몬 GO의 하루 평균 실사용자수는 2,200만 명에 달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대상으로한 조사결과에선 실사용자수가 캔디 크러시 사가, 트위터를 넘어섰고, 스냅챗, 페이스북, 구글 지도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당연히 일주일 연속으로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포켓몬 GO 돌풍이 국내에도 상륙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포켓몬 GO를 즐기기 위해 많은 트레이너가 속초행 버스를 탔다. 속초 시내와 해변가는 이미 포켓몬을 채집하려는 트레이너에게 점령된 상태다. 속초시 역시 시내의 와이파이 지도를 트레이너들에게 제공하고, 속초 시장도 포켓몬 GO를 즐기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이번 관광 특수를 속초시의 이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모바일 조사업체 와이즈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포켓몬 GO를 설치한 사용자는 4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식 출시되지 않아 상당히 불편한 방법으로 설치해야 함에도 나온 결과다.
나이언틱랩은 이러한 포켓몬 GO 돌풍을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7월 중 포켓몬의 본고장인 일본에 포켓몬 GO(포켓몬 극장판 애니메이션 개봉에 맞춘 것이다)를 출시할 예정이고, 8월 중으로 전 세계로 그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정식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성공의 비결: 포켓몬과 모바일의 만남
포켓몬 GO는 성공비결은 뭘까. 킬러 콘텐츠다. 포켓몬이라는 닌텐도의 킬러 콘텐츠가 모바일이라는 범용 플랫폼에 진출한 것이 이러한 대성공을 이끌어냈다.
포켓몬은 지난 1996년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용으로 처음 출시된 게임이다. 처음부터 인기가 심상치 않았다. 약 3,100만 장이 넘게 판매되며 게임보이의 성공을 견인했다. 많은 학생과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포켓몬 게임을 즐겨 당시에도 사회현상으로 떠올랐다. 이에 고무된 닌텐도는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제작하며 포켓몬의 영역을 확대했고, 자회사 게임프리크(포켓몬 게임 개발사)와 함께 포켓몬 관련 콘텐츠를 전담하는 합자회사 포켓몬컴패니를 설립했다. 이후 포켓몬은 시리즈 합계 1억 2,000만 장이 넘게 판매된 게임업계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이러한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포켓몬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닌텐도의 플랫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는 것이다.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본작)와 거치형 게임기(관련작품)에서만 즐길 수 있었다. 때문에 진입 장벽이 있었다.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포켓몬의 판매량도 같이 하락세를 그리고 만다. 물론 하락세임에도 불구하고 1,600만 장이 넘게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포켓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닌텐도는 자사의 콘텐츠를 자사의 플랫폼 뿐만 아니라 모바일(스마트폰+태블릿PC)이라는 범용 플랫폼에도 제공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두 번째 결과물이 포켓몬 GO다. 닌텐도와 포켓몬 컴패니는 콘텐츠만 제공하고, 제작은 이미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는 나이언틱랩이 맡았다.
모바일이라는 범용 플랫폼에 진출함에 따라 포켓몬의 유일한 약점이었던 진입장벽이 사라졌다. 진입장벽이 있을 당시에도 킬러 콘텐츠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는데, 진입장벽이 사라졌으니 그 파급력은 오죽하랴. 20년 동안 포켓몬을 즐겨온 수 많은 트레이너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포켓몬 GO를 설치하고 포켓몬 채집에 나섰다.
여기에 증강현실이 한몫 거들었다. 포켓몬 GO는 집에서 혼자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증강현실을 활용해 길거리에서 다 같이 즐기는 게임이다. 때문에 트레이너들은 길거리에 모여 포켓몬 GO를 즐기기 시작했고, 이를 본 게이머들도 관심을 갖고 포켓몬 GO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많은 인파가 포켓몬 GO에 쏠리자 평소 포켓몬에 관심 없던 사용자마저 포켓몬 GO를 설치하고 트레이너로 나섰다. 이것이 포켓몬 GO가 사회현상으로 떠오른 이유다.
즉 포켓몬 GO 열풍은 포켓몬이라는 킬러콘텐츠와 모바일이라는 범용 플랫폼이 주연이고, 증강현실이라는 기술이 조연이라 할 수 있겠다. 포켓몬 GO보다 심오한 게임성을 갖춘 나이언틱랩의 전작 잉그레스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포켓몬 GO의 대성공으로 닌텐도의 주가는 일주일만에 약 25% 상승했고, 시가총액도 10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포켓몬 GO의 성공을 시장이 어떻게 지켜보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성공으로 닌텐도의 킬러 콘텐츠(마리오, 젤다, 포켓몬 등)가 모바일로 진출하는 것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포켓몬 GO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포켓몬 GO의 성공과 함께 몇 가지 오해가 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바로잡아보자.
1. 닌텐도는 포켓몬 GO의 수익에서 10%밖에 가져가지 못한다?
맥쿼리리서치에 따르면 포켓몬 GO의 수익 배분 구조는 구글과 애플 30%(앱 장터 이용 수수료), 나이언틱랩 30%, 포켓몬컴패니 30%,
닌텐도 10%다. 이것만 보면 닌텐도의 수익이 얼마 되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포켓몬컴패니는 닌텐도, 게임프리크, 크리처스
등 3개사가 출자해 설립한 공동회사다. 닌텐도는 포켓몬컴패니의 지분 1/3 정도를 보유하고 있고, 게임프리크와 크리처스도 닌텐도 관계사(완전
자회사는 아님)다. 게임프리크는 포켓몬 게임 개발, 크리처스는 포켓몬 애니메이션 및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즉,
포켓몬컴패니에 들어가는 수익 1/3 이상이 닌텐도의 것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닌텐도는 포켓몬 GO 개발을 위해 구글, 포켓몬컴패니와 함게
나이언틱랩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종합하면 적어도 포켓몬 GO 수익의 1/3은 닌텐도의 것임을 알 수 있다.
2. 포켓몬 GO가 국내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것은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이 허가되지 않아서다?
포켓몬 GO와 마찬가지로 구글 지도를 이용해 3D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잉그레스도 국내에 출시되었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구글지도에 국내
3D 공간정보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 주변에 지형이 3D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허허벌판으로 보인다). 포켓몬 GO도 마찬가지다. 현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강원도 북부 지방에서 포켓몬 GO에 접속하면 3D 공간정보만 보이지 않을 뿐 포켓몬 채집, 육성, 교환, 대결 등을 정상적으로
즐길 수 있다. 국내에 포켓몬 GO를 출시하는 것은 나이언틱랩과 포켓몬 컴패니의 결정에 달려 있다. 다만 포켓몬 GO가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되더라도 잉그레스와 마찬가지로 사용자 주변 지형은 허허벌판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게임을 즐길 수는 있되 조금 불편하게 즐겨야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