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단통법 논란 재점화
[IT동아 김영우 기자] 지난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2년여 만에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말 전체회의를 열어 단통법의 내용 중 핵심적안 사안 중 하나인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지원금) 상한액 관련 고시의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보조금 상한액 제한이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단통법에서는 휴대폰 구매 시 지급할 수 있는 단말기 보조금을 25만∼35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당초 보조금 상한액 제한은 2017년 9월까지 현행을 유지하고 이후 다시 논의할 계획이었다.
당초 단통법은 단말기의 실 구매가 책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보조금의 액수를 공개해 구매자별로 각기 다른 가격에 단말기를 사게 되는 폐해를 방지하고 시장을 안정화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보조금의 최대 상한선까지 제한하는 조항이 추가된 것이 논란을 불렀다. 이로 인해 고가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막혔고, 이후 시장에서 이른바 '공짜폰'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로 인해 이른바 프리미엄급 단말기의 판매량이 급감했으며, 휴대전화 판매점의 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국회 반대표 0로 시행된 단통법, 시작부터 졸속?
사실 단통법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점을 간과했다. 2014년 5월 당시, 늘 치열하게 대립하던 여당 및 야당도 국회 표결 과정에서 단 1명도 반대를 하지 않고 이 법을 통과시켰다. 단통법이 서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쟁점 법안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정부에서 단통법을 손보기로 한 이유는 '시장 활성화' 때문이라고 한다. 확실히 단통법은 휴대전화 시장을 위축시키며, 법 자체가 반 시장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단통법 시행 당시, 본지에서도 강한 논조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단통법 자체에 대한 논란에 앞서, 상당기간 시행이 되어 이미 어느 정도 자리잡은 정책을 갑자기 뿌리째 흔드는 것도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 하다.
지난 4월, 정부는 단통법 시행 1년 6개월을 맞아 고가 단말기 및 고가 요금제 이용 비중이 줄어들고 전반적인 가계 통신비 지출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이달 말에 단통법이 무력화된다면 정부는 사실상 불과 2개월여만에 말을 뒤집는 셈이다.
연속성 없는 예측 불허 정책의 피해자는 소비자와 중소기업
시장 관련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연속성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예측 가능성이다. 전혀 대비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정책이 갑자기 변한다면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 및 그로 인한 혼란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단말기 보조금 상한액 제한이 철폐되어 갑자기 '공짜폰'이 부활한다면 바로 전날까지 제값을 주고 산 소비자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중소 제조사나 판매점에게도 이런 갑작스런 변화는 딱히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일례로 중견 단말기 제조사 팬택은 단통법 시행 전까지 프리미엄급 제품을 주력으로 팔다가 단통법 시행 시기와 맞물려 회사 공중분해의 위기까지 겪었다.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및 인수의 과정을 거쳐 거의 2년여만에 보급형 스마트폰 출시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만약 단통법 개정을 통해 다시 프리미엄급 제품 중심으로 시장이 갑자기 재편된다면 팬택과 같이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
팬택의 관계자는 오늘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단통법 개정 관련 이슈가 다소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서 단통법을 갑자기 개정하고자 한다면 시작부터 어긋난 이 법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함과 동시에 시장, 특히 중소 업체들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역시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한 논쟁이 커지자 오늘 보도자료를 내고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에 관련,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진 바 없다"며 "충분한 의견수렴과 다양한 논의과정을 거쳐 정책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 이라고 해명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