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한동안은 14nm급이 대세
[IT동아 김영우 기자] '반도체의 정밀도는 18개월을 주기로 2배씩 향상된다' 이는 인텔의 창립자인 고든 무어가 말했다는 '무어의 법칙'이다. 18개월이 아닌 2년이라는 주장도 있고, 고든 무어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무어가 세운 인텔은 거의 30년 동안 2년 주기로 정밀도가 향상된 신형 반도체를 선보인 것이 사실이다. 제조 공정이 미세해 질수록 반도체는 한층 높은 성능 및 낮은 전력 소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인텔은 반도체 공정 향상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공정 미세화를 통해서만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는 시대는 갔으며, 아키텍처(Architecture: 논리적 구성 요소)의 개선 등에 주력하며 성능 향상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물론 이는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기존 무어의 법칙에 수정이 필요해진 건 분명하다.
반도체 공정 향상 주기가 길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미세화의 어려움 때문이다. 2000년대에 들어 반도체 공정 단위는 백만분의 1미터에 해당하는 ㎛(마이크로미터) 단위를 훌쩍 넘은 nm(나노미터) 단위, 즉 십억분의 1미터 수준까지 작아졌다. 기존의 평면적 구조를 개선, 3D 입체 구조로 트랜지스터를 배치하는 핀펫(FinFET) 공정을 도입하는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물리적인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앞으로도 한동안은 14nm 공정의 반도체가 IT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2015년부터 14nm 공정 반도체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주로 이용되는 엑시노스7 시리즈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PC용 프로세서인 인텔 5세대 코어시리즈 '브로드웰' 및 6세대 코어 시리즈 '스카이레이크'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들의 경쟁사들 역시 조금 늦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14nm 제품을 내놓았거나 내놓을 예정이다. 퀄컴은 삼성전자에 생산 위탁을 통해 14nm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820 시리즈를 출고하고 있다. AMD 역시 글로벌퍼운드리를 통해 생산한 14nm 공정 적용 PC용 CPU(중앙처리장치)인 및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조만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6년내 출시가 유력한 AMD의 차세대 CPU는 젠(ZEN) 아키텍처를 적용한 코드명 '서밋 릿지(Summit Ridge)', 차세대 GPU는 4세대 GCN 아키텍처를 적용한 코드명 '폴라리스(Polalis)'다. 특히 AMD의 경우는 무려 5년만의 공정 향상이라 기존의 제품 대비 성능 향상의 폭이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4nm 보다 향상된 10nm급 반도체는 2017년 하반기 즈음이나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말에 출시가 유력한 애플의 아이폰7에 TSMC에서 생산한 10nm 프로세서가 탑재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으나 아직 확실하지 않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10nm급 공정을 적용한 DDR4 메모리의 양산을 시작한다고 4월에 밝혔으나, 프로세서 생산에도 이를 적용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듯 하다. 인텔 역시 10nm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프로세서를 2017년 말에나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리고 새로운 반도체가 등장하더라도 시장에 널리 퍼지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14nm 공정 반도체가 시장의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