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선보인 풀프레임 DSLR, 늦은 것은 아닐까? 펜탁스 K-1
[IT동아 강형석 기자]
"K-1은 펜탁스의 플래그십 카메라다. 그에 맞춰 기존 K 마운트 렌즈와 호환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APS-C부터 중형 카메라 등 폭넓은 카메라와 360 촬영을 지원하는 세타(Theta) 같은 제품을 통해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겠다. 한국시장은 파트너와 함께 입지를 튼튼히 다지겠다."
시노부 타카하시 리코이미징 아시아 세일즈 마케팅 총괄 본부장은 4월 28일, 한강 프라디아 컨벤션에서 개최된 펜탁스 K-1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풀프레임 DSLR 카메라를 늦게 선보여 기다린 소비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내부 혼선과 기술적인 부분으로 늦어진 것을 이유로 들었다.
펜탁스의 첫 풀프레임 DSLR 카메라
펜탁스 K-1은 그 동안 APS-C 또는 중형 카메라를 선보였던 펜탁스 첫 35mm 풀프레임 DSLR 카메라다. 필름에 준하는 면적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 기존 렌즈의 초점거리와 화각을 100% 활용 가능한 장점이 있다. 펜탁스는 그 동안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보다 작은 APS-C 규격의 DSLR 카메라와 중형으로 분류되는 645 판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645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었다.
새 카메라는 비교적 작은 크기를 지녔다. 니콘 D5나 캐논 EOS-1D X 시리즈와 같은 세로그립 일체형 구조가 아닌 세로그립을 잘라낸 형태다. 일반적인 DSLR 카메라를 떠올리면 되겠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야간에 주요 단자나 슬롯을 확인할 수 있는 조명을 내장했다는 점이다. 마운트 상단과 메모리 슬롯, 액정 디스플레이, 케이블 스위치 단자 등 자주 쓰는 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위치를 인지해 조작에 어려움 없도록 했다. 원하는 기능을 2개의 다이얼로 조작하는 스마트 기능이나 사용자 맞춤형 커스텀 기능도 제공된다.
액정 디스플레이는 K-1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될 듯 하다. 일반적인 카메라의 회전 또는 틸트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라 불리는 이 장치는 뒤에 4개의 다리를 달아 비교적 자유로운 각도로 액정을 회전시킬 수 있다.
본체는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들어졌고 방진방적 설계로 마무리 해 완성도를 높였다. 영하 10도에서도 작동하는 내한 설계를 통해 전문가의 까다로운 입맛에도 대응하고자 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미지 센서는 3,640만 화소로 영상 처리엔진 프라임4와 호흡을 맞춘다. 영상 처리엔진은 기존 K 시리즈에 쓰였던 것보다 성능을 1.5배 높여 고화소 이미지를 원활히 처리 가능하다. 노이즈 처리 알고리즘도 개선하면서 고감도 촬영에도 대응한다. 감도는 ISO 20만 4,800까지 제공된다. 동영상은 풀HD 해상도까지 지원한다. 4K 영상은 지원하지 않고 인터벌 영상 형식으로 제공되는데, 최근 카메라들이 4K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연속 촬영은 압축 파일(JPEG)이 초당 4.4매, 무압축 파일(RAW)은 초당 3매 연사를 지원한다. 흔한 플래그십 카메라들이 10매 연사 이상이 가능하다 알리는 분위기와 비교하면 다소 부족해 보인다. 화소가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하는데, 이 정도는 니콘 D810이나 캐논 EOS 5Ds 계열 카메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초점은 새로 개발한 사폭스(SAFOX) 12 모듈을 쓰며, 총 33개 측거점이 제공된다. 이 중 25개는 교차방식으로 피사체를 빠르게 잡아낸다. 이 중 중앙 3개의 측거점은 조리개 값 f/2.8에도 대응한다.
뒤늦은 시장 진입, 부족한 렌즈 라인업
문제는 늦은 시장 진입이다. 시노부 타카하시 리코 이미징 아시아 세일즈 마케팅 총괄 본부장은 펜탁스 풀프레임 DSLR 카메라의 역사가 2000년에 시제품으로 공개한 MZ-D라고 말했다. 당시 공개된 이 카메라는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에 개발이 취소된 바 있다. 이후 2003년에 이스트디(istD), 2006년에 K-10D로 이어지면서 DLSR 카메라 계보를 이어나갔다. MZ-D 이후 카메라는 모두 APS-C 센서를 품었다.
오히려 펜탁스는 35mm 판형이 아닌 디지털 중형 카메라로 눈을 돌렸다. 과거 필름 중형 카메라를 선보인 경험을 살려 645D를 시작으로 현재 645Z로 이어지는 중형 카메라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카메라는 기존 중형 카메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형 판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누렸다. 참고로 645 판형은 135(필름) 판형보다 큰 면적을 가지고 있다.
펜탁스가 2000년에 개발을 포기하고 다른 시장에 눈을 돌리는 사이 시장은 많이 변했다. 캐논에 이어 니콘과 소니가 풀프레임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심지어 풀프레임 하이엔드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가 있을 정도다. K-1의 가격은 285만 원. 플래그십 카메라라고 하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니콘이나 캐논, 소니 등 비슷한 사양의 카메라들과 경쟁해야 한다.
렌즈 구성은 빈약하다. 펜탁스가 공개한 렌즈 라인업은 총 12개(크롭용은 27개라는데 제외하자). 기존 렌즈를 포함하면 많겠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 덕에 기존 렌즈를 구하긴 쉽지 않다. 새 렌즈로 접근하려면 당장 선택지에 제약이 발생하게 된다. 여러 렌즈를 개발하겠다고 말은 해도 시간은 펜탁스의 편은 아니다. 다른 카메라 제조사들이 손가락 빨며 기다리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팬심으로 대동단결 하기엔 너무도 험난하다
그래서 펜탁스가 꺼내 든 카드는 펜탁스 마니아, '펜탁시안'인 듯 하다. 28일 진행한 발표회에서 이 단어가 언급됐다. 발표 중 비교적 많은 부분에서 '펜탁스 사용자'가 언급되기도 했다. 기존 펜탁스 브랜드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또는 펜탁스 렌즈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팬심)을 끌어 모으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당장은 K-1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택할 수 밖에 없는 최선의 카드일지 모른다.
팬심으로 대동단결하자면 단기적으로 시선을 끄는 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풀프레임 카메라를 선택할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펜탁스 브랜드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냉정하게 제품과 제품을 놓고 봤을 때 펜탁스 K-1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펜탁스의 향후 시장 대응이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