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이저보다 빠른 사무용 잉크젯, HP 페이지와이드 프로 MFP 577dw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나오는 가정용 프린터나 복합기를 보면 정말로 다채로운 기능을 갖췄다. 기본적인 출력 기능이나 스캔, 복사와 같은 기능은 거의 기본이며, 팩스나 유무선 네트워크, 외부 저장장치 연결 기능 등도 제법 많은 기종이 탑재하고 나온다. 이런 기능은 물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로 기업에서 쓰는 이른바 비즈니스용 프린터는 조금 접근 방식이 다르다. 위와 같은 다채로운 부가 기능 역시 기업의 업무에 도움을 주긴 하겠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저런 세세한 제품 특성까지 모두 파악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비즈니스용 프린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기본기'다. 빠른 출력 속도 및 간편한 조작성, 무난한 인쇄 품질, 넉넉한 용량의 용지함 등이 바로 그것이다.
HP의 신제품인 'HP 페이지와이드 프로(PageWide Pro) MFP 577dw(이하 페이지와이드 프로)'가 이런 비즈니스 프린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컬러 잉크젯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분당 최대 70장의 빠른 출력 속도를 발휘, 월 6,000매 정도를 출력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태어났다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중소기업 사무실에 적합한 크기와 사양
페이지와이드 프로의 크기는 예전에 많이 쓰던 20인치 브라운관 TV 정도다. 가정이나 개인 사무실에서 쓰기엔 너무 크지만, 본격적인 대기업에서 쓰기엔 다소 작아 보인다. 바닥에 두고 쓰기엔 키가 좀 작으므로 제품을 따로 둘 책상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별도로 판매되는 용지함을 2개까지 하단에 추가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제품의 키가 제법 커진다.
제품의 덩치는 제법 크지만 조작 인터페이스는 간결하다. 좌측 상단에 위치한 4.3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모든 조작을 한다. 인쇄나 복사, 스캔, 팩스와 같은 기능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화면부의 각도 조절도 자유롭다. 유무선 네트워크 기능의 활용성을 높이는 전용앱 기능 역시 터치 스크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서식이나 도표와 같은 인쇄물을 자체적으로 출력하는 앱이 준비되어 있다. 요즘 나오는 프린터는 스마트폰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기본 500+50매, 확장 시 최대 1550매 적재 가능한 용지함
용지함의 용량은 넉넉할 뿐 아니라 이색적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이용할 하단 용지함에는 일반 A4 용지 기준 500매나 적재가 가능하다. 그리고 일반 용지 외에 봉투와 같이 임시 용지에 인쇄를 하고자 할 때는 측면 적재함을 이용하면 된다. 측면 용지함에는 50매까지 용지 적재가 가능한데, 하단 용지함보다 우선적으로 이쪽에서 용지를 빨아들인다.
만약 이것만으로도 용지함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별도로 판매되는 하단 용지함을 따로 장착해도 된다. 500매 용지함을 2개까지 추가 장착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4개의 용지함을 통해 최대 1550매의 용지를 적재할 수 있다. 지원되는 용지는 A5, A5, A6 등의 일반적인 용지 외에 레터, 리갈 등의 특수 용지도 쓸 수 있다. 다만, A3 용지는 지원하지 않는다.
제품 상단의 출력함은 300매까지 출력물을 수용한다. 상단의 평판 스캐너는 일반 가정용 복합기에서 지원하는 A4 사이즈 외에, 이보다 6cm 정도 더 긴 리갈 사이즈의 원고도 스캔 가능하므로 활용성 측면에서 더 낫다.
ADF, 양면 자동 스캔 및 복사 기능까지 지원
상단 구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역시 비즈니스용 제품에서 거의 필수적인 ADF(자동문서공급기)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복사나 스캔을 할 때 계속 원고를 한 장씩 바꿀 필요 없이 여러 장의 원고를 적재, 순차적으로 자동 스캔 이나 복사를 하는 편리한 장치다. 페이지와이드 프로의 ADF는 50매까지의 원고를 적재할 수 있다.
페이지와이드 프로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양면 스캔 및 양면 복사, 그리고 양면 출력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ADF에 양면 원고를 끼우고 터치 스크린의 복사 메뉴에서 양면->양면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원고를 빨아들여 양면 스캔을 함과 동시에 양면 복사 인쇄물을 출력한다. 이 과정은 불과 수 초 만에 끝나며, 보급형 복합기와 달리 도중에 원고나 용지를 뒤집거나 다시 넣을 필요도 없다.
유선 및 무선 네트워크, 팩스 및 외부 USB 저장장치까지 지원
본체에 달린 외부 연결 인터페이스는 PC 연결용 USB-B 포트 외에 유선 인터넷 연결을 위한 랜 포트, 팩스 기능을 위한 전화 송수신 포트도 달렸다. 그 외에 일반 USB-A 포트도 2개(전후면 각 1개)씩 달렸는데, 이는 USB 저장장치에 담긴 문서나 이미지를 PC 없이 그대로 출력할 때, 혹은 스캔한 이미지를 USB 이미지에 담고자 할 때 쓴다. 내부적으로는 와이파이 통신을 위한 무선랜도 갖췄다.
무선 및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연결하는 방법도 많다. 페이지와이드 프로를 유무선 공유기에 연결하면 해당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데스크탑 및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다양한 기기에서 프린터를 공유해 출력이나 스캔이 가능하다. 그 외에 공유기 없이 기기와 프린터를 직접 연결하는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능도 지원한다.
HP ePrint 기능도 흥미롭다. 이는 쉽게 말해 프린터에 이메일을 보내 인쇄하게 하는 기능이다. 각 HP 페이지와이드 프로는 고유의 이메일을 품고있는데, 외부에서 이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면 메일에 첨부된 문자나 사진을 페이지와이드 프로가 출력한다. 팩스가 되지 않는 곳이라면 대신 쓸 만도 하다.
레이저 인줄 알았는데… 잉크젯이라고?
제품 크기를 봐선 레이저 제품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페이지와이드 프로는 잉크젯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잉크젯은 레이저에 비해 출력 속도가 느린 대신, 컬러 출력물의 품질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분당 최대 70장의 출력 속도를 자랑한다는 페이지와이드 프로 같은 제품이라면 굳이 잉크젯이라 속도 면에서 아쉽다는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번에 살펴본 HP 페이지와이드 프로 MFP 577dw 제품은 HP 975 및 976 규격 잉크 카트리지 4개(검정, 파랑, 빨강, 노랑)를 이용한다. 다만 2016년 4월 27일 현재, 아직 국내에서 프린터 및 잉크 카트릿지의 판매를 하고 있지 않다. 5월 초 정도 되면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해외 HP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현황을 보면, 검정 카트리지 기준, 3,500매를 출력할 수 있는 표준 카트리지가 69.99달러(약 8만원), 10,000매를 출력할 수 있는 대용량 카트리지가 139.99 달러(약 16만원)에 팔리고 있으니 참고하자.
분당 70매의 출력 속도, 거짓이 아니야?
그렇다면 이번에는 직접 출력을 해볼 차례다. MS워드로 작성한 A4 사이즈의 일반 문서를 초기값인 '전문' 모드에 두고 출력해 봤다. 결과는 상당히 놀랍다. 대기 모드에서 최초 1장을 출력할 때 10초 정도의 기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후부터 거의 1초에 1장씩 빠르게 출력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잉크젯 프린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다.
< 전문 모드(기본값)>
< 일반 사무실 모드(고속)>
초기값인 '전문' 보다 약간 품질이 낮은 '일반 사무실' 모드에선 더 빠르다. 최초 1장 출력에 10초 정도가 걸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이후에는 거의 0.8초에 1장씩 출력이 된다. 잉크젯 프린터임에도 불구하고 1장 출력에 1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분당 최대 70장의 출력 속도를 자랑한다는 제조사의 이야기가 거짓은 아니었다. 참고로 일반 사무실 모드로 출력한다고 하여 품질이 그다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지간한 레이저 프린터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선명한 텍스트를 볼 수 있었다
사진 출력 속도도 초고속, 품질은 사무용에 적합
사진을 출력할 때도 일반 문서를 출력할 때와 다름 없이 빨랐다. A4 사이즈의 용지를 거의 가득 채운 사진을 출력해보니 최초 1장을 출력하는데 약 10초, 이후부터는 약 2초에 1장씩 빠르게 출력을 이어나갔다. 출력물의 품질이 사진용 프린터 수준으로 선명하진 않지만, 시안용이나 배포용으로 쓰기엔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 원본 이미지>
< 일반 용지 출력>
< 전용 인화지 출력>
다만, 아무래도 가정용이 아닌 사무용 제품이다보니 잉크젯 전용 인화지를 이용한 사진 출력 품질이 아주 뛰어나진 않다. 레이저 프린터보다 약간 나은 정도다. 여백 없는 출력 기능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이 제품을 이용해서 사진관을 차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HP 페이지와이드 프로는 어디까지나 사무실을 위한 제품이다.
비즈니스 프린터로서 나무랄 데 없는 제품, 국내 출시 가격이 관건
HP 페이지와이드 프로 MFP 577dw는 타겟층이 확실한 제품이다. 빠른 출력과 간편한 조작, 많은 출력량을 요구하는 중소기업에게 있어
이만한 제품은 없을 것이다. 특히, 잉크젯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분당 70매에 달하는 초고속 출력이 가능하다는 점은 다른 제품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 유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갖추고, 레이저 프린터 대비 괜찮은 컬러 표현 능력을 제공한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용
프린터로서 거의 나무랄 데가 없는 제품이지만, 남은 관건은 가격대다. 미국 현지에서 899.99달러(약 100만원)의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이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나온다면 구매 가치가 제법 있을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