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인텔 제온 프로세서 알아보기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인텔이 6일 클라우드 컴퓨팅용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차세대 제온(Xeon) 프로세서 E5-2600 V4 제품군을 공개했다. 14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E5-2600 V4 제품군은 전세대 제품 대비 20% 이상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실제로 네이버는 E5-2699 V4를 탑재한 검색 서버가 전작 E5-2697 V3 기반 검색 서버보다 성능이 44% 향상되었다고 실험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제온 프로세서는 대체 뭘까. 평소같으면 E5 V4의 특징에 대해 얘기하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제온 프로세서가 어떤 제품인지, 일반 프로세서와 무엇이 다른지 등을 설명하려고 한다. 제온 프로세서가 무엇인지 평소에 궁금했던 사용자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

제온 E5 2600 V4
제온 E5 2600 V4

일반 PC는 코어 i, 서버는 제온

제온 프로세서는 워크스테이션, 서버 등 특별한 용도의 컴퓨터를 위해 개발된 CPU다. 일반 PC용으로 개발된 코어 i 프로세서, 모바일 기기용으로 개발된 아톰 프로세서와 전혀 다른 특성을 갖춘 CPU다. 때문에 제온 프로세서는 가상화(VM), 병렬처리, 멀티코어, 신호 암호화, ECC(오류검출, 서버는 메모리 사용이 잦기 때문에 오류 발생확율이 높다. 때문에 오류를 찾고 수정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메모리 지원, 다중 CPU 소켓 등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를 위한 기능을 제공한다.

가상화: 제온 프로세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필수조건인 가상머신(VM)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가상머신이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가상화 관련 기능은 서버 뿐만 아니라 워크스테이션에도 유용하다. 제온 프로세서의 가상화를 활용하면 하나의 워크스테이션에서 여러 개의 운영체제를 더욱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일반 PC용 프로세서에서도 가상머신을 활용해 여러 개의 운영체제를 동시에 실행할 수 있으나, 가상머신의 숫자를 늘리면 늘릴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느려진다. 서버 관리자나 개발자들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병렬처리: 제온 프로세서는 수많은 CPU를 연결해 성능(처리능력)을 끌어올리는 병렬 컴퓨팅을 지원한다. HPC(슈퍼컴퓨터)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능이다. 제온 프로세서는 병렬 컴퓨팅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최적의 성능을 낸다. 예를 들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를 지탱하는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GCP)은 1202개의 제온 프로세서를 병렬로 연결해 알파고에게 막대한 처리능력을 부여했다.

멀티코어: 제온 프로세서는 수십 개의 CPU 코어를 탑재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된 제온 E5 V4 프로세서만 해도 최대 22개의 CPU 코어를 제공한다. 보통 2개(듀얼코어) 많아봐야 4(쿼드코어)~8개(옥타코어) 정도의 CPU 코어만 탑재하는 일반 PC용 프로세서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병렬처리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코어 하나의 처리속도(클록)를 향상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 HPC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은 최대한 많은 코어를 연결해 병렬처리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제온 프로세서는 발열을 줄이기 위해(=데이터센터의 유지비용 때문이다) 개별 코어의 클록을 일반 PC용 프로세서보다 낮게 설계한다.

신호 암호화: 제온 프로세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을 위한 처리 신호 암호화를 지원한다. SW적인 보안 능력 뿐만 아니라 HW적인 보안 능력도 갖추고 있다.

ECC 메모리: 제온 프로세서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처리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서버용 ECC(오류검출) 메모리를 지원한다.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한 워크스테이션, 서버 대부분이 ECC 메모리를 채택하고 있다.

다중 CPU 소켓: 제온 프로세서는 병렬처리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데이터센터의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하나의 메인보드에 여러 개의 CPU를 연결할 수 있다. 하나의 보드에 연결할 수 있는 제온 프로세서의 숫자는 모델별로 다르나, 일반적으로 상위 모델일 수록 하나의 보드에 더 많은 CPU를 심을 수 있다.

1~2세대 느린 아키텍처 적용, 이유는 신뢰성

제온 프로세서의 기원은 펜티엄1의 최상위 모델인 펜티엄 프로다. 펜티엄 프로는 일반 PC 뿐만 아니라 서버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1998년 펜티엄2를 기반으로한 '펜티엄2 제온'을 출시하며, 프로라는 이름 대신 제온이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내세웠다.

제온 프로세서는 사용자용 프로세서보다 최신 마이크로 아키텍처(프로세서의 기본 설계 구조)가 늦게 적용된다. 약 1~2세대 정도 느리게 아키텍처를 교체한다. 이번에 공개된 제온 E5 V4만해도 가장 최신 아키텍처인 '스카이레이크' 대신 '브로드웰'을 기반으로 한다. 아키텍처를 느리게 교체하는 이유는 '신뢰성' 때문이다. 미션 크리티컬(문제가 생기면 치명적인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서비스)한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능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성이다. 때문에 인텔은 일반 PC용 프로세서를 통해 특정 아키텍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 아키텍처를 적용한 제온 프로세서를 양산하고 있다.

E3, E5, E7의 차이점

제온 프로세서는 크게 E3, E5, E7, D 등 네 가지 모델로 나눌 수 있다. 모델을 나누는 기준은 성능과 용도다. 이름 뒤에 붙는 숫자 XXXX는 구체적인 모델명을, V(숫자)는 '버전'을 의미한다. 즉 '제온 E5-2600 V4'는 제온 E5 프로세서의 4번째 모델이라는 뜻이다.

E3: E3는 제온 프로세서 가운데 가장 하위모델이다. 싱글소켓 서버와 개인용 워크스테이션을 위한 제품이다. 사실 E3의 가장 큰 특징은 순수한 제온 프로세서가 아니란 것이다. 일반 PC용 프로세서인 코어 i 시리즈에서 내장 그래픽 프로세서를 제거하고, 대신 서버와 워크스테이션을 위한 기능 일부를 추가했다. 때문에 과거에는 코어 i 시리즈용 메인보드에 제온 E3를 꽂아서 사용할 수도 있었다. (현재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사용자들은 제온 E3를 가짜 제온을 의미하는 비속어 '짭제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5: E5는 제온 프로세서의 중급 모델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이다. 중대형 서버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위한 프로세서다. 제온 프로세서 전체 판매량의 70%를 제온 E5가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서버는 제온 E5를 활용해 제작되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가장 많이 공급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싱글 또는 듀얼소켓을 지원한다. 일반 사용자는 E3와 E5 모델만 구매할 수 있다.

E7: E7은 제온 프로세서의 최고급 모델이다. 시중에 존재하는 단일 프로세서 가운데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미션크리티컬, 슈퍼컴퓨터, 대용량 컴퓨팅을 위한 스케일업 등에 활용된다. 하나의 보드에 최대 8개의 프로세서를 연결해 병렬 컴퓨팅을 구성할 수 있다. 일반 사용자는 E7을 구매할 수 없고, 기업이 대량으로 구매를 원할 때에만 인텔이 특별 공급하고 있다.

D: D는 저전력 서버를 구축하길 원하는 기업을 위한 모델이다. 아톰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전력 소모량이 적고, 병렬 컴퓨팅을 통해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낸다.

일반 사용자에게 제온 프로세서가 유용할까?

그렇다면 코어 i 시리즈 대신 제온 E3를 이용해도 아무런 문제는 없는걸까? 일단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다. 윈도우나 리눅스 등을 설치해서 PC를 구성할 수 있고, 내장 그래픽 프로세서가 없는 것은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를 연결하면 해결된다.

하지만 제온은 기본적으로 병렬처리 및 서버에 특화된 제품이라 발열을 낮추기 위해 클록의 최대치를 일반 프로세서보다 보통 낮게 설정한다. 때문에 단일 또는 듀얼코어만 인식하며, 클록이 실행속도에 큰 영향을 주는 일반 PC용 프로그램은 제온보다 코어 i 프로세서에서 더 빨리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 구매는 자유이지만, 개인용 PC를 만들기 위해 굳이 비싼돈을 들여가며 제온을 구매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현재 최신 버전 제온 프로세서는 코어 i 프로세서용 메인보드와 연결할 수 없고, 비싼 전용보드를 구매해야 한다. 단, 개인용 서버는 예외다. 서버용 ECC 메모리를 활용하기 위해 제온 프로세서를 구매해야 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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